'완전체' 전력을 갖춘 흥국생명이 선두 현대건설에 일격을 가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3,27-25,25-19)으로 승리했다. 선두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적립한 흥국생명(45점)은 4위 KGC인삼공사(36점)와의 승점 차이를 9점으로 벌리며 봄 배구 진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13승13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40%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16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복귀전에서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던 이재영도 14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날 흥국생명은 노장 센터 김세영이 단 1득점으로 부진했음에도 '높이의 팀' 현대건설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3개의 서브득점과 2개의 블로킹 득점을 포함해 62.50%의 공격 성공률로 10득점을 기록한 2년 차 센터 이주아의 활약 덕분이었다.

고교 최고의 센터 박은진 대신 선택한 또 한 명의 고교생 국가대표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187cm의 박은진 대신 기동력이 좋은 이주아를 전체 1순위로 선택했다.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187cm의 박은진 대신 기동력이 좋은 이주아를 전체 1순위로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핑크폭격기' 이재영이 프로 3년 차가 되던 지난 2016-2017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은 '김연경 시대'였던 2007-2008 시즌 이후 무려 9년 만에 달성한 업적이었다.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메디슨 리쉘을 앞세운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박미희 감독 부임 직전 최하위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든 셈이다.

2016-2017 시즌 흥국생명 정규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쌍포' 이재영과 타비 러브였지만 중앙을 든든하게 지킨 '언니라인' 김수지(기업은행)와 김나희의 활약을 빼놓을 수가 없다. 높이가 좋은 김수지와 스피드를 앞세운 김나희로 구성된 흥국생명의 미들블로커 콤비는 각각 블로킹 4위(세트당 0.64개)와 속공 5위(45.88%)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의 양 날개가 마음껏 비상할 수 있도록 센터진이 가운데에서 궂은 일을 책임진 것이다. 

하지만 2017년 FA 자격을 얻은 김수지가 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흥국생명의 중앙은 큰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박미희 감독은 2017-2018 시즌 정시영(현대건설)을 센터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오른쪽에 익숙한 정시영은 센터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후반기부터 루키 김채연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까지 올랐지만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김수지의 부재로 최하위 추락을 경험한 흥국생명의 2018년 오프시즌 최대 목표는 단연 센터 강화였다. 하지만 2018년 FA시장에는 2017년처럼 대어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흥국생명은 불혹을 바라보는 노장 센터 김세영을 1억5000만 원에 영입했다. 그리고 최하위 추락에 대한 보상으로 얻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통한 대형 신인 영입을 기대했다.

'흉년'이었던 FA시장과 달리 2018년 신인 드래프트는 이재영-이다영(현대건설) 자매가 나왔던 2014년 이후 가장 '풍년'이라는 평가였다. 특히 선명여고의 중앙공격수 박은진(인삼공사)은 187cm의 좋은 신장에 탁월한 블로킹 감각을 겸비한 대형 센터 재목으로 누구나 예상하는 전체 1순위 유력후보였다. 하지만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흥국생명과 박미희 감독의 선택은 박은진이 아닌 원곡고의 이주아였다.

루키 시즌에 비해 더욱 성장한 흥국생명의 차세대 간판 센터
 
 이주아는 아직 프로 2년 차의 젊은 선수지만 김세영이 은퇴하면 흥국생명의 센터진을 이끌어야 한다.

이주아는 아직 프로 2년 차의 젊은 선수지만 김세영이 은퇴하면 흥국생명의 센터진을 이끌어야 한다. ⓒ 한국배구연맹

 
이주아 역시 박은진과 더불어 고교 시절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뛰어난 기량과 잠재력을 인정 받은 유망주였다. 박미희 감독은 FA시장에서 높이가 좋은 김세영을 영입한 만큼 기동력이 좋고 이동공격에 능한 이주아가 김세영의 파트너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이 2018-2019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으니 박미희 감독의 안목과 선택은 아주 정확했던 셈이다.

사실 이주아의 루키 시즌 활약은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보긴 힘들다. 28경기에서 149득점을 기록한 이주아는 29경기에서 210득점을 기록한 정지윤(현대건설)에 비해 썩 뛰어난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주아는 '우승 프리미엄'을 안고도 신인왕 투표에서 단 한 표 차이로 정지윤에게 신인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의 김채연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신인왕 배출을 아쉽게 놓쳤다.

시즌이 끝난 후 박은진, 정지윤과 함께 번갈아 가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던 이주아는 이번 시즌에도 흥국생명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가끔 코트에서 기복을 보일 때는 베테랑 김나희와 교체되기도 하지만 이주아는 득점(170점)과 공격성공률(39.55%) 부문에서 모두 루키 시즌을 능가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흥국생명을 대표하는 센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26일 현대건설전은 이주아가 김세영 은퇴 후에도 충분히 흥국생명의 중앙을 지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이주아는 까다로운 서브를 통해 현대건설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3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했고 1세트와 2세트 세트 포인트에서 흥국생명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짜릿한 블로킹 득점을 올렸다. 루시아나 이재영 만큼 많은 득점을 올리진 못했지만 득점 하나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흥국생명 쪽으로 가져 오는 귀중한 득점이었다.

한편 선두 현대건설은 김연견 리베로가 부상으로 이탈한 후 5경기에서 2승3패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도희 감독은 윙스파이커 고유민에 이어 3년 차 신예 이영주를 리베로로 투입하고 있지만 이영주 리베로의 이번 시즌 리시브 효율은 16.77%에 불과하다.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가 상대 목적타 서브의 주요 타깃이 된다는 것은 김연견 부상 후 현대건설의 리베로 고민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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