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이세돌 편의 한 장면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 SBS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우리 사회 각분야를 대표하는 셀럽들을 초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통 토크쇼를 표방했다. MC와 게스트가 일대일로 서로 격식을 갖춰 하나의 주제와 인물에 집중하며 가벼운 이야기에서 심도있는 대화까지 나눌 수 있는 고전적인 영미식 토크쇼 포맷을 차용했다.

토크쇼는 방송가에서도 가장 오래된 장르이고 시대별로 유행한 간판 토크쇼의 계보가 있다. 국내에서도 토크쇼의 전성기인 1980-1990년대에는 <쟈니윤 쇼> <주병진 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이홍렬 쇼> <김혜수 플러스유> <밤으로 가는 쇼> 등 수많은 토크쇼 형식의 예능들이 큰 인기를 누렸고,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이러한 고전적인 프로그램들의 명맥을 오랜만에 잇는 정통 토크쇼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형식의 토크쇼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국내 방송가에서 토크쇼의 트렌드는 급격하게 변했다. 개인보다는 다수, 깊이보다는 재미, 무겁고 진지함보다는 가볍고 순발력 있게 이야기를 뽑아내는 방식이 대세를 이뤘다. 다수의 MC들이 다수의 게스트들을 초대해 중구난방으로 토크를 나누며 분량을 뽑아내는 이른바 '떼토크' 혹은 '토크 서바이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놀러와> <세바퀴> <라디오스타> <강심장> <해피투게더>같은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다.

집단 토크에서는 하나의 인물이나 주제에 깊이 집중하기보다 당장의 화제와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MC가 게스트에 공격적인 질문을 하거나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고, 분량이 안 나올 것 같은 재미없는 이야기는 칼같이 끊어버리기도 한다. 자연히 토크는 더 자극적이 되고 상대를 배려하거나 끼어들지 못하는 게스트는 소외된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자유분방해졌지만 나쁘게 보면 무례하고 예의가 없어졌다. 집단 토크 시대를 대표하는 <세바퀴> <강심장> <라디오스타>는 전성기에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반면 도를 넘어선 독설과 선정적인 매너 등으로 구설수에도 자주 오르내려야 했다.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싶어서'의 한 장면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싶어서'의 한 장면 ⓒ SBS

 
<무릎팍도사> <박중훈 쇼> <김승우의 승승장구> <힐링캠프> <인생술집> <대화의 희열>같은 프로그램들은 게스트의 인생과 주제에 좀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정통 토크쇼의 명맥을 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 역시 화제성을 지닌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거나, 갈수록 게스트들의 일방적인 자기 홍보 또는 변명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지금은 이 프로그램들마저 현재 모두 종영하면서 현재 토크쇼라는 장르의 명맥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성기가 한참 지난 <라디오스타> 정도에 불과하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박중훈 쇼> 이후로는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1인 MC 중심의 정통 토크쇼라고 할 수 있다. 이승연, 김혜수, 최수종, 박중훈, 김승우 등 유명 배우가 MC로 나선 토크쇼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홀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않다. 이동욱은 과거 <강심장>을 진행하며 MC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예능 이미지가 강한 배우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러 출연자들의 떼토크가 쏟아지던 <강심장>에 비하여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는 토크쇼를 이동욱 혼자 끌어가기에 나이나 경험이 아직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자칫 올드하고 지루해보일수도 있는 기존 영미식 토크쇼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하여 많은 공을 들였다.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이고, 셀럽과 연관된 장소에서 나누는 현장 토크, 별도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추에이션 토크 등을 통하여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인물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하여 노력했다. 공유나 김서형 같이 예능출연이 많지 않은 배우에서부터, 정치인 박지원, 바둑인 이세돌, 종교인 정관스님까지 다양한 분야의 셀럽들을 섭외한 것도 돋보였다.

하지만 정작 인상적이었던 것은 게스트들의 이야기보다 오히려 이동욱의 진행 실력이었다. 최근의 토크쇼에서 게스트보다 MC들이 말이 더 많은 게 일상이 되었지만 원래 MC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역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끌어내는 것'이다. 이동욱은 신동엽이나 강호동처럼 재기 넘치게 분위기를 띄우는 능력도, 김구라처럼 대화의 허점을 공략하는 능력도 없었지만, 대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게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 수 있도록 하는 토크쇼 MC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출연자들간의 친분과 인맥이 토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토크쇼에서 첫 출연자인 공유정도를 제외하고는 게스트들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음에도 이동욱의 진행에는 별다른 기복이 없었다. 박중훈처럼 부자연스럽게 대화의 맥이 다소 끊어지지도 않았고, 김승우처럼 리액션이 부족해서 수동적으로 듣고 있기만 하지도 않으며, 적절하게 대화의 리듬을 끊지 않고 게스트를 리드하는 여유가 돋보였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이동욱의 단독 MC토크쇼! 2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제작발표회에서 소형석 PD와 아나운서 조정식, 코미디언 장도연, 배우 이동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상식과 호기심을 지닌 호스트 이동욱이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화제의 인물을 스튜디오에 초대, 집중도 높은 일대일 토크를 벌이는 토크쇼다. 4일 첫 방송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방송.

▲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 이정민

 
물론 이동욱의 진행실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과, 그렇다고 해서 토크쇼 자체가 완성도가 높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1인방송과 유튜브 시대를 맞이하여 빠르고 속도감있는 스토리텔링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 비하여 고전적일 수밖에 없는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구성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공격적이고 솔직한 토크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가 표방한 토크의 '격식'과 '예의'라는 게, 진솔함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출연자들의 이미지 보호에 치중하는 '포장'이나 '가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게 딜레마다.

게스트들의 적절성이나 보조 MC의 활용도도 아쉬웠다. 이수근 같이 구설수가 있었거나 기존 예능에서 이미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어 식상한 인물, 혹은 가수 보아나 박지원 의원같이 최근의 대중들이 궁금해 할 만한 화제성과는 다소 동떨어져 인물들을 섭외한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실제로도 기존 방송에 비하여 게스트의 색다른 모습이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끌어낸 것도 아니었다. 보조 MC 역할인 개그우먼 장도연이나 조정식 아나운서의 역할은 프로그램의 기본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줬다.

12부로 종영한 <이동욱은 토크를 하고 싶어서>의 첫 시즌을 요약하자면 '시도는 좋았지만 매력은 부족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가볍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하나쯤은 이런 정직하고 담백한 토크쇼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다만 깊이있는 이야기 속에 요즘 예능의 트렌드를 함께 접목시키면서 진지함과 재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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