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 - 우리은행 경기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관중없이 진행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21일 부터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 - 우리은행 경기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관중없이 진행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 21일 부터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프로농구(WKBL)에 이어 남자프로농구(KBL)도 잔여 시즌을 무관중 경기로 소화한다. 한국농구연맹은 2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 및 국가 위기 '심각' 단계 격상에 따라 프로농구 관람객 안전을 위해 현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올 시즌 잔여 일정을 무관중 경기로 진행할 것을 결의했다. 다만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관중 입장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최근 여자프로농구와 프로배구, 핸드볼 등이 잇달아 무관중 경기를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 남자 프로농구까지 무관중 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국내 겨울 실내 프로스포츠가 시즌 막판에 모두 파행을 겪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특히 남자 프로농구는 올시즌들어 국내 선수들의 활약 증가, 치열한 순위싸움, 팬서비스 친화적인 소통 행보 등을 앞세워 최근 몇 년간의 극심한 침체를 딛고 모처럼 흥행 부활의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KBL의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핸드볼은 아예 리그 일정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내렸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019~2020 시즌 SK 핸드볼코리아리그를 조기 종료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당초 기존 남자부 4라운드, 여자부 3라운드로 진행 예정이었던 일정을 1라운드씩만 단축하기로 했었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예정되어 있는 잔여경기를 각 구단 동의하에 조기 종료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도 모두 취소됐다.

여자농구 무관중 경기 결정 때보다 상황 심각해져

무관중 경기도 입장수익이나 스폰서, 경기력 문제 등에서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결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 다른 사례와는 달리 '방역' 문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무관중 경기도 냉정히 말하면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더구나 여자농구나 배구가 무관중 경기 결정을 내린 시점과 비교하여 며칠 사이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팬들의 입장을 금지한다고 해도 매경기 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경기장 관리인력과 방송중계진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 투입된다. 관중이 없다고 해도 전국을 돌면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터라, 현장 관계자 중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KBL은 경기장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2주간 리그를 중단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오히려 관계자들의 불안감만 키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과연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팬들의 호응과 응원이 없는 경기장에서 뛰는 것도 맥이 빠지는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까지 이겨내면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프로 선수들이라도 이러한 상황이 낯선 것은 마찬가지다. 1~2경기 정도는 무관중으로 뛰어도 그럭저럭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시즌은 아직도 팀당 13-15경기나 남아 있고 6강 진출팀은 플레이오프까지 치러야한다. 더구나 관중은 없어도 방송중계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자칫 좋지 못한 경기력이라고 보인다면 기껏 올시즌 회복시켜놓은 프로농구의 이미지에 오히려 마이너스만 될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한다지만, 지금으로서는 선수들의 책임감과 프로의식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차라리 핸드볼처럼 리그 일정을 대폭 단축하거나 최소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만이라도 완전 취소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어땠을까? 개막을 코앞에 뒀던 프로축구는 아예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K리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프로야구도 시범경기 일정 취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

농구계만이 아니라 모두가 힘든 순간임은 분명하다.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한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무관중 경기 정도로 대처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듯하다. 팬들 못지않게 선수단을 비롯한 모든 현장 관계자들의 건강과 안전도 매우 중요하다. 억지로 리그 일정을 강행하는 것보다 리그 일정을 중단하거나 단축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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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무관중경기 리그일정중단 코로나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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