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칸에서 상 받았던 연기 좀 해 봐."

전도연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칸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는 지난 2007년 한국인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배우로서 엄청난 성취이자 쾌거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따르는 일이었다.

지난 11일 서울 소격동 모처에서 만난 전도연은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더 연기하기 어려웠던 순간들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스스로 조금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고도 털어놨다.

"전도연이 연기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렇게(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연기하자고 생각했다. 연기라는 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어떤 정답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현장에서 솔직하게 하자는 마음이다. 

tvN 드라마 <굿와이프> 할 때 첫 촬영이었나 그랬다. 엘리베이터에서 윤계상씨에게 내가 펑펑 울고 하소연 하는 신이었다. 어쨌든 제가 '눈물의 여왕'이기도 하지 않나(웃음). 촬영하는데 밑에서 스태프들이 이러고(유심히) 쳐다보더라. 그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못 울었다. 우는 시늉만 했다. '괜찮아, 네 덕분에 실컷 울었다'는 대사였는데, 그 대사 빼달라고 했다. 못하면 못하는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그런 부담은 내가 가지고 가야하지 않겠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아래 <지푸라기>) 개봉을 앞둔 전도연 역시 한꺼풀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지푸라기>는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이 돈가방을 놓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극이다. 전도연은 극 중에서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돈가방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극악무도한 범죄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연희는 분명 옹호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러나 전도연이 연기하는 연희에겐 어딘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전도연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빼서 연기했다"고 귀띔했다. "오랜 만에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연기해서 좋았다"고도 덧붙였다. 그간 <생일>의 순남, <남과 여> 상민 등 무거웠던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에서 벗어나 가볍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 그는 연희라는 인물에 대해 "이미 (시나리오 만으로) 완벽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희는 배우로서 내가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 대본에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편했다. 뭔가 더 고민해서 연기하려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우고 편하게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의 낯선 등장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배우로서 (연희의) 상황을 즐기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연희가 그런(누군가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 상황을 즐겼다기보다는 연희를 연기하는 제 자신이 캐릭터를 즐겼던 것 같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은) 사연이 있고 감정에 이입하고 이해하고 시작해야 했다면, 연희는 너무 달랐다. '소시오패스'같은 여자이지 않나. 그런 면모가 되게 재미있었다 새롭기도 했고.

연희에게 살인은 처음 하는 것도 아닐 거다. 지금의 연희가 과거의 연희였겠구나 생각했다. 그녀가 극 중에서 저지르는 모든 것들은 이미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계속 그렇게 살아왔을 법한 인물이다. 감독님이랑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촬영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난 뒤 1시간쯤 지나서야 전도연은 모습을 드러낸다.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배우로서는 낯선 등장이다. 하지만 그는 첫 장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을 마지막까지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 전도연은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처음부터 안 나온다는 것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제가 그동안 부담스러운 영화들을 많이 하지 않았나. 이야기 자체가 무거웠고. 반면 (<지푸라기>는) 이야기도 재밌는데 전도연이 처음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게 특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개봉한 영화 <백두산>에서도 전도연은 깜짝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새로운 시도라고 봐주시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 <백두산>에도 내가 잠깐 나오지 않았나. 주변 사람들이 (영화 보면서) '전도연 닮은 사람이야? 어? 전도연이네'라고 했다더라. 그런 새로움이 있는 것 같다. 장르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아도, 그 정도만으로도 관객들이 새롭게 느끼는 것 같다. 주변에 <백두산> 출연한다고 얘기를 하지 않았더니 '영화 보다가 너무 놀랐다'고 하더라. 더 놀란 건 연기를 내가 너무 잘하더라는 거다.(웃음)"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수많은 인물로 변신해왔지만 전도연에게 특히 <지푸라기>는 남다른 작품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하고 스스로 뿌듯했다"고 표현했다. 그 이유는 전도연을 찾아오는 시나리오들이 대부분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면서도 "내가 그런 걸 잘한다고 (다들) 생각하나보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진짜 연기를 잘하긴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런 것에 대한 나도 모르는 피로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게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피해도 다시 돌아오면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겠다. 앞으로 피할 수도 있고 '이건 내 거다' 싶으면 할 것이다. 다양한 것들을 하고싶다. <지푸라기>를 선택할 때 '나도 이런 작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지푸라기>라는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내게 기회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푸라기>같은 작품도) 선택하고 싶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공교롭게도 인터뷰 하루 전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전도연은 "일하고 있어서 기사로 접했는데 너무 놀랐다"며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뭔가 문이 하나 열린 기분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와 감독들이 기대와 꿈, 희망같은 것들이 생겼다"고 감회를 전했다. 이어 그는 봉준호 감독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예전에 저하고 (작품을) 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봉 감독님과 자주는 아닌데, 몇 번 만났다. <옥자> 할 때도 (만나자고 해서) 내가 출연하려나 보다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주인공이었던 어린 친구 안서현과 내가 영화 <하녀>를 같이 했었다. 그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한참 해줬다. 아무 목적없이, 사심 없이 만났다. 사실 저는 사심이 있었지만(웃음) 언젠가는 (봉준호 감독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 저는 함께 안 해본 감독님도 너무 많아서 늘 어필을 많이 한다."

전도연은 이날 인터뷰에서 새로움, 도전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올해로 30년차 배우에게도 아직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면은 남아 있었다.

"저도 새롭고 싶다.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싶다. 관객들도 전도연을 새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쉬어가는 타임도 필요하지 않나. 어둡고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을 계속 맡는다면, 저도 즐겁지는 않다. (그런 시나리오를) 피하고 피해도 계속 돌아온다면 그게 내 것이니까 선택을 한다. 진지한 작품을 다시는 안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다. (<밀양> 이후로) 아이 잃은 엄마 역할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일>이라는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나. 단지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우 전도연 인터뷰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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