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긴급 이사회에서 김호곤 수원FC 단장(가운데)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맨 왼쪽) 등이 K리그 개막 연기와 관련한 논의 하고 있다.

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긴급 이사회에서 김호곤 수원FC 단장(가운데)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맨 왼쪽) 등이 K리그 개막 연기와 관련한 논의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국내 프로스포츠도 직격탄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2020시즌의 개막을 무기한 전면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맹은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과 3월 1일로 예정된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 개막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될 때까지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가 하루전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면서 축구계도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아예 리그 일정을 전면 중단한 것은 프로축구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연맹은 26일 예정된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와 신인 및 외국인 선수교육 아카데미 등 단체 참석이 요구되는 공공 행사들을 전면 취소했다.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고 있는 K리그 구단들의 경우, 홈경기를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치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야구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과 대중성을 지닌 국민스포츠로 불리우는 프로축구까지 장고 끝에 일정 중단이라는 예상보다 더 강력한 초강수를 내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상 한국 사회가 바이러스 공포에 빠지면서 2020년 한국 스포츠의 대부분 일정이 전면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 상황임을 보여준다.

KBO도 무관중 경기·시범경기 취소 고려

K리그의 결정은 프로축구와 개막 시기가 비슷한 프로야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0시즌 프로야구가 3월 14일부터 시범경기 일정이 계획된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무관중 경기나 아예 시범경기 취소 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던 농구나 배구, 핸드볼 등 겨울 스포츠 종목들은 벌써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여자프로농구(WKBL)가 가장 먼저 지난 21일부터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으며 프로배구도 25일부터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남자프로농구도 25일 이사회를 열어 잔여시즌 운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인데 최악의 경우 리그 중단까지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핸드볼은 SK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지난 22일 조기 종료됐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모두 취소했다.

K리그는 지난해 유료 관중 230만 명을 돌파하며 모처럼 흥행 대박을 맞이하며 올시즌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연맹이 적지 않은 파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관중 경기가 아니라 개막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올바른 결정으로 보인다.

사실 겨울스포츠 종목들은 이미 시즌 일정이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리그 일정을 중단하거나 지연하는 것도 어렵다. 상대적으로 야외스포츠보다 규모가 작고 어느 정도 관리 통제가 용이한 '실내스포츠'라는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관중 경기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물론 프로스포츠의 개막을 간절히 기다린 팬들의 목소리도 있었고, 이럴 때일수록 대중에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스포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그렇지만 국민적인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대중성이 더 큰 야구나 축구가 안이한 낙관론만으로 다수 팬들과 선수들의 건강을 놓고 모험을 걸 수는 없었다.

야구나 축구는 아무리 무관중 경기를 치른다 해도 지역연고제 시스템 하에서 전국을 돌며 빡빡한 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야외 스포츠다. 만일 야구나 축구 리그 일정이 진행 중인데 경기장에서 확진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야구나 축구의 경우,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같은 대형 국제대회가 열릴 경우 리그 일정에 부분적으로 변화를 준 경우는 있다. 하지만 질병이나 재난같은 외부적인 사건으로 리그 일정 자체가 전면 중단된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다. 2003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비롯하여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 때문에 리그 중단이나 연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 경우는 있었지만 결국은 모두 정상적으로 일정을 모두 소화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단축 시즌의 도입이 그나마 대안으로 거론된다. NBA(미프로농구)의 경우, 현재의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존 82경기 체제였던 정규리그를 1998-99시즌 50경기, 2011-12시즌 66경기로 축소하는 단축 시즌을 단행한 바 있다.

현재 한국프로축구는 1부리그 기준으로 스플릿라운드를 포함하여 팀당 38경기, 프로야구는 팀당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스포츠의 2020시즌 자체가 전면 취소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다만 프로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 조절, 국제대회 일정 등까지 감안했을 때 아무리 일정을 재조정한다고 해도 더 짧아진 기간 안에 기존 경기수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물론 일정을 축소하면 중계권료와 리그-구단별 스폰서, 시즌권 문제, 나아가 현장 산업 종사자들과 주변 상인들의 생계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들의 피해를 어떻게하면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리그 일정 못지 않게 필요한 대목이다.

현재 전국민들이 바이러스의 공포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스포츠의 봄날도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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