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목동 모처에서 진행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이신화 작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목동 모처에서 진행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이신화 작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BS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다. 제 능력이 출중해서 좋은 글을 썼다는 게 아니라, 제가 가진 능력은 다 쥐어짠 것 같다. 지금 내 최대치의 결과물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가장 좋았던 건 처음 계획했던 결말까지 완성했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을 휩쓴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비시즌을 보내는 야구 팬들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야구 경기가 없었던 겨우내 팬들은 드라마 내용으로 갑론을박을 펼치며 즐거워 했다. 드라마를 집필한 이신화 작가는 "많은 팬분들이 드라마에 '과몰입'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입을 열었다.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한 호텔에서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신화 작가와 정동윤 PD가 참석해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공개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꼴찌팀 드림즈에 부임한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이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겪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는 병역기피 논란, 약물 복용 게이트부터 스카우트 비리, 연봉협상의 뒷이야기까지 한국 프로야구 팀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어내면서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얻었다. 또한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예상을 깨고 마지막회에서 최고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동윤 PD는 "마지막회 방송을 스태프들, 배우들 다같이 모여서 봤다. 제게도, 작가님에게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배우들의 마지막 장면이 나올 때마다 함께 환호했다. 그때 이미 마지막회 시청률은 저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도중 <스토브리그>가 지난 2016년 MBC 드라마 공모 당선작(우수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빛을 보지 못하던 대본은 제작사 길픽쳐스와 SBS 정동윤 PD를 만나 결실을 맺었다. 정동윤 PD 역시 "<스토브리그>를 선택한 건 내게도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시끄러운 곳에 있었다.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갑자기 웬 야구 드라마?' 하고 읽었는데 되게 시끄러운 와중에도 몰입했다. 대본이 갖고 있는 힘이 느껴졌다.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가 어렵고, 그동안 잘 만들어도 비판을 받았기에 저희에게도 도전이었다. 

신뢰하게 된 계기는 작가님을 직접 만난 거였다. 당시 휴가 중이었는데 작가님을 만나봐야겠다 싶었다. 제가 궁금했던 걸 많이 준비해서 질문했는데 작가님이 막힘 없이 대답하더라. 작가님께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웃음). 16부 엔딩까지 큰 걱정하지 않고 작가님이 써 주신 걸 잘 표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연출자와 작가의 만남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만나자마자 신뢰감이 들었던 건 확실하다. 그 이후에도 소통이 잘 돼서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 사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 사진 ⓒ SBS


이 작품을 통해 입봉하게 된 신인 이신화 작가는 집필부터 <스토브리그>가 빛을 보기까지 자그마치 5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 작가는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작가'(라는 직업)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와 비슷하다. 이대로 그만두면 제 인생에 '꼬장'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작품을 쓰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물잔에 물을 반쯤만 채워놓고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좋은 제작사 대표님을 만나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지난 5년을 돌아봤다.

매 회 방송의 가장 첫 장면은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특정 인물이나 사건, 구단, 단체 및 조직 배경 등은 실제와 어떤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라는 안내 문구였다. 하지만 야구 팬들은 매번 드라마 속 사건과 비슷한 실제 사례들을 찾아내며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하다"고 놀라워 했다. 이는 <스토브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잡기도 했다. 권경민(오정세 분) 구단주 대행의 결정으로 전체 선수들의 연봉을 30% 삭감해야 하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네이밍 스폰서로 팀을 운영하고 있는 히어로즈는 지난 2008년 팀 연봉을 35% 삭감했던 전례가 있다. 

이신화 작가는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실제 사례를 많이 얘기해주시더라. 실제 있었던 사건보다는 스토브리그 기간에 구단이 마땅히 해야할 것들을 중심으로 (대본을)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라고 재밌게 표현해주시는 분들도 봤다. 그런데 저는 당연히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실제 사건을 참고한 부분도 있지만 극적인 장치로 썼는데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팬분들이 찾아오신 걸 보고 놀란 적도 있었다. 실제 사건보다는 구단이 해야 할 일에 대처하는 백승수와 드림즈의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고 봐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킹즈에서 다시 드림즈로 돌아온 강두기(하도권 분), 국가대표 외야수이면서 드림즈의 '말썽꾸러기'로 군림하는 임동규(조한선 분), 부상과 불운이 겹쳐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로버트길(이용우 분) 등 극 중 야구 선수를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 선수보다 더 선수같은 모습으로 드라마의 인기에 한 몫을 했다. 정동윤 PD는 "캐스팅이 정말 잘 됐다. 신의 한 수였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캐스팅은 제가 했지만 그 역할을 잘 표현한 건 배우분들"이라고 공을 돌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스팅은 길창주 역할을 맡았던 이용우 선배님이다. 로버트길은 (극 중에서 통역사 역할도 하기 때문에) 영어까지 연습을 해야 했다. 처음엔 영어를 잘하시는줄 알고 (배우와) 미팅을 했는데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정말 노력파더라. 공 던지기도 너무 열심히 연습해 잘 해주셔서 좋은 인물이 나왔다. 특히 5회가 인상 깊은 회차이자 감동적인 회차라고 생각한다. 해외 촬영을 하면서 저희 팀이 고생했던 것까지 방송에 녹아있어서 더욱 좋았다.

또 강두기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 '내가 돌아왔다' 신을 찍을 때만 해도,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소리도 질러보고 손가락 표시도 재밌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 역할을 좋아해주셔서 덕분에 힘이 났다. 그리고 일단 다들 너무 착했다. 촬영을 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 점들이 좋은 장면,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24일 오후 서울 목동 모처에서 진행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정동윤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목동 모처에서 진행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정동윤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BS


드라마 속 현실적인 선수 캐릭터들은 실제 야구 선수들과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팬들은 강두기가 KIA 양현종 선수, 임동규 선수가 두산 김재환, 롯데 이대호, 한화 김태균 선수와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신화 작가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강두기에겐 모델이 있지만 임동규는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강두기 선수는 극 중에서 긍정적인 이미지의 결정체이지 않나. 실제로 두 사람을 모티브로 했다. KIA 양현종 선수와 일본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뛰었던 구로다 히로키 선수를 좀 섞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팀 사랑도 대단하고 멋있는 선수다.

반면 임동규 선수는 극 중에서 부정적인 면모가 부각됐을 때 그런(모티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 이대호, 김태균 선수 등이 거론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임동규 캐릭터의 모티브는 뼈대조차 없다. 백승수라는 사람이 드림즈에 가서 미친 짓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알고 보니 맞는 행동이어야 했다. 국가대표 외야수라는 설정도 그만큼 훌륭한 선수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다. 거론되는 선수들은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고, 극 중에 나오는 임동규랑 완전히 다른 분들이다."


극 중에서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으로 등장한 이세영(박은빈 분) 캐릭터 역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야구계는 '금녀의 영역'으로 불릴 만큼, 치어리더를 제외하면 여성 직원이나 스태프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신화 작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현실에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나. 야구를 잘 모르고, 야구 관련 일을 해본 적도 없는 백승수가 단장으로 부임하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다른 종목에서만 일한 여성이 스포츠 팀의 단장을 맡은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일어난 현실이 더 놀라울 때도 있기 때문에 극적 허용을 넓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16회 마지막 장면에서 백승수는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시즌2를 암시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의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이신화 작가는 "<스토브리그>는 제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다. 물론 야구에는 더 쓸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앞으로 16회까지 쓸 자신이 지금으로는 도무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지금 시즌2의 1, 2회까지는 재미있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돌아오지 말 걸 그랬어'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시작하기 전에는) 20회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쓰면 16회를 겨우 채운다. 16부가 넘칠 만큼 이야기를 모은다면 시즌2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거니까요."

드라마 마지막회가 끝난 뒤 암전된 화면에는 이 대사가 등장했다. 초반부 임동규를 트레이드 시키고 스카우트팀 고세혁(이준혁 분) 팀장을 해고하는 등 독단적으로 모든 걸 결정하려고 했던 백승수는 점점 드림즈 스태프들에 동화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백승수의 성장을 모두 담아낸 대사였던 셈이다. 이신화 작가는 "세련되지 못하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냐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메시지 하나를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앞으로도 다른 작품을 할 때 그런 유사한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동윤 PD 역시 "이 한 마디는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고 평했다.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너무 많았지만, 16부 마지막에 나온 멘트가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기획안에도 쓰여있었다. 백승수는 판타지 같은 인물이다. 현실에 존재할 법 하지만 주변에는 없어서 모두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 자막을 보고 (시청자들이) 우리 자신도 백승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부당한 조치에 약간이라도 대항하고, 합리성을 빌미로 적폐를 헤쳐 나간다면 (백승수가) 될 수 있다. 드림즈 선수단을 방해했던 권경민까지도 한마음, 한뜻이 돼서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좋은 쪽으로 향해 간다는 것.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좋은 메시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정동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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