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도 그렇고 KBO리그도 마찬가지지만 매년 스토브리그에서는 특정 선수가 야구팬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엄청난 액수를 받으며 FA계약을 따내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작년 12월 뉴욕 양키스와 9년3억24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잭팟'을 터트린 우완 투수 게릿 콜이 그랬고 지난 2017년 5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롯데 자이언츠로 컴백하면서 무려 4년 150억 원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대호가 그랬다.

반면에 평소 가지고 있던 인지도나 쌓아 올린 누적기록에 비해 유난히 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주로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들은 옵션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복잡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거나 김태균(한화 이글스)처럼 단년계약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겠다는 선수도 있다. 심지어 통산 세이브 2위(271개)에 빛나는 손승락은 롯데와의 협상이 결렬된 후 현역 은퇴를 선택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들이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따내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들 중에는 마이너 계약을 통해 명예 회복을 노리는 선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선수는 올해 만 29세에 불과할 정도로 나이도 젊고 3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쳤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 받고 있음에도 아직 팀을 구하지 못했다. 바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옛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쿠바 출신의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다.

 
 지난 2014년 5월 20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LA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에서 LA다저스 멧 켐프와 야시엘 푸이그가 동료 선수의 투런 홈런에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20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LA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에서 LA다저스 멧 켐프와 야시엘 푸이그가 동료 선수의 투런 홈런에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특급 유망주, 아쉽게 멈춘 성장

10대 시절부터 쿠바의 청소년 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 받았던 푸이그는 2012년 쿠바 탈출에 성공했다. 2010년대 초반 아시아를 비롯해 중남미 선수들의 영입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LA다저스는 2012년6월 만21세의 푸이그에게 7년 42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안겼다. 푸이그는 2013년 스프링캠프와 마이너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 해 6월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푸이그는 그야말로 다듬어지지 않은 한 마리의 '야생마'였다. 플레이가 세련됐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빠른 발과 강한 어깨, 그리고 타격을 할 때나 수비를 할 때나 공을 향해 덤벼드는 야수성은 베테랑이 많은 다저스 외야에 반드시 필요한 재능이었다. 푸이그는 루키 시즌 타율 .319 19홈런42타점66득점11도루를 기록하며 다저스의 차세대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2014년 다저스의 주전 우익수로 활약한 푸이그는 148경기에서 타율 .296 16홈런69타점92득점11도루를 기록하며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국내외 야구팬들은 야수가 갖춰야 할 5가지 재능을 모두 겸비한 푸이그가 최대 블라디미르 게레로, 최소 라울 몬데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전망했다. 하지만 푸이그는 끝내 게레로가 되지도, 몬데시가 되지도 못했다.

푸이그는 2015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83경기에 결장했고 시즌 성적이 타율 .255 11홈런38타점으로 뚝 떨어졌다. 무엇보다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푸이그의 장점 중 하나였던 기동력을 잃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푸이그는 2016년에도 104경기에서 타율 .263 11홈런45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푸이그의 성장을 기대하며 주전 외야수 맷 캠프(마이애미 말린스)를 트레이드했던 다저스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첫 2년 맹활약 후 나머지 2년 동안 실망스런 활약을 보인 푸이그는 이제 더 이상 다저스의 중심타자 후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위타선으로 밀려난 후 부담을 덜었기 때문일까. 푸이그는 8번 타순에 배치되는 경기가 많았던 2017년 152경기에 출전해 타율 .263 28홈런72타점72득점15도루로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성장이 멈춘 유망주' 대신 공포의 하위타자로서 새 길을 찾은 것이다.

'사고뭉치' 이미지

푸이그는 2018 시즌에도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23홈런63타점60득점15도루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푸이그는 2018년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골칫거리였다. 푸이그는 우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좌투수에게 타율 .209로 매우 약한 면모를 보였다.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297 19홈런을 때린 푸이그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없었던 이유다.

푸이그 때문에 코디 벨린저를 1루수에 배치해야 했던 다저스는 2018 시즌이 끝난 후 푸이그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2018년12월 트레이드를 통해 푸이그를 신시내티 레즈로 보낸 것이다. 하지만 신시내티의 중심타자로 활약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푸이그는 신시내티에서 타율 .252 22홈런61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나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이적 후 타율 .297를 기록한 푸이그는 시즌 타율 .267 24홈런84타점76득점19도루로 시즌을 마쳤다. 

빅리그 데뷔 후 세 팀을 옮겨 다니면서 2012년 다저스와 맺었던 7년4200만 달러 계약기간이 모두 끝난 푸이그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물론 푸이그가 총액 2,3억 달러 수준의 장기 계약을 노릴 수 있을 정도의 슈퍼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빅리그 통산 타율 .277 132홈런415타점441득점79도루를 기록한 푸이그 정도의 외야수라면 충분히 다년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거라 전망됐다.

하지만 푸이그는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속속 시작된 2월 하순까지도 아직 새 팀을 구하지 못했다. 푸이그는 뛰어난 재능에 빅리그에서의 경력도 충분히 쌓였지만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팀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 '악동' 이미지가 강하다. 3할30홈런100타점을 보장하는 강타자가 아닌 이상 문제가 많은 선수를 영입하는 모험을 선택하는 구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들다.

현지 언론에서는 푸이그가 1년의 저가 계약을 통해 'FA 재수'를 노리거나 최악의 경우 마이너 계약을 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푸이그는 다저스 시절 같은 비 미국인 선수였던 류현진, 후안 유리베, 애드리안 곤잘레스 등과 친하게 지내며 국내 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선수였다. 2013년 다저스의 '슈퍼루키'였던 류현진과 푸이그가 7년이 지난 현재 토론토의 1선발과 FA미계약 선수로 입장이 크게 바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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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야시엘 푸이그 류현진 LA 다저스 FA 미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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