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당한 이상호의 부재가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을 달랠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휘닉스 평창 '이상호 슬로프'에서 열린 2020 FIS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8차 월드컵 평창에서 정해림(전북스키협회) 선수가 8강에, 장서희(고한고) 선수가 16강(본선 라운드)에 진출하며 한국 스노보드에 새 역사를 썼다.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부문에서 두 명의 선수가 월드컵 본선 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해림 선수는 지난 대회에 이어 올해에도 본선에 진출하면서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장서희 선수는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하면서 장차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8위와 15위... 월드컵 처음의 기록
   
 22일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창에서 장서희 선수가 결승선을 넘어오고 있다.

22일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창에서 장서희 선수가 결승선을 넘어오고 있다. ⓒ 박장식

 
22일 오전 열린 예선 경기에선 여자부 선수들의 분전이 돋보였다. 장서희 선수는 블루 코스를 44.57초, 레드 코스를 44.34초로 1분 29초 01을 기록하며 16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정해림 선수도 블루 코스를 43.24초, 레드 코스 45.15초로 총합 1분 28초 39를 기록하며 15위로 본선에 올랐다.

오후 펼쳐진 본선에서 장서희 선수는 스위스의 쥴리 조그를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장서희는 초반 레이스에서 기문에 걸려 넘어지며 아쉽게 본선을 마무리하며, 최종 순위 15위로 이번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제 투어 2년 만에 얻은 최고의 성과라는 점에서 선수에겐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해림 선수는 16강전에서 2019 크라스노야르스크 동계 유니버시아드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나탈리아 소볼레바를 상대했다. 레드 코스에서 초반 소볼레바에게 뒤졌던 정해림은 경기 종반부 막판 스퍼트에 힘입어 0.12초 차이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이어 4강 결정전에서는 스위스의 라디나 제니와 맞붙었다. 초반과 중반 엎치락뒤치락했던 두 선수는 0.1초 차이의 간격을 좁히려 애썼다. 하지만 경기 종반을 앞두고 정해림이 역전하려는 순간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아쉬운 실수였다. 정해림은 8위로 이번 평창 월드컵을 마감해야만 했다.

여자부 결선에서는 스위스의 줄리 조그가 이탈리아의 나디아 오크너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3위에는 라디나 제니가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이탈리아의 노장 로랜드 피쉬날러가 1위, 러시아의 드미트리 로지노프와 안드레이 소볼레프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한편 남자부는 이상호 선수의 부재 속에 한 선수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최보군, 김상겸 선수 등은 실격으로 예선을 마무리했다. 다만 강원지역 출신의 영건 마준호, 조완희, 권용휘 선수가 예선에서 각각 23, 24, 25위를 차지해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상호 선수의 아쉬운 출전 불발... 팬들과 소통으로 채웠다
 
 22일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창에서 이상호 선수(왼쪽)가 배우 박재민 씨와 함께 현장 리포트를 하고 있다.

22일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창에서 이상호 선수(왼쪽)가 배우 박재민 씨와 함께 현장 리포트를 하고 있다. ⓒ 박장식

 
당초 이상호(하이원) 선수가 출전하여 두 번 연속 포디움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상호 선수가 어깨 수술로 인해 5월까지 재활에 들어가게 되면서 2019/2020 시즌 오프를 선언했고 팬들의 아쉬움 또한 커졌다. 그럼에도 이상호 선수는 경기장에 찾아 팬들과 마주했다.

이상호 선수는 수술 이틀째인 이날 경기장을 찾아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배우 박재민과 함께 현장 리포터로 변신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선수들이 어떤 코스를 선호하는지, 자신의 이름을 딴 슬로프의 주의점이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설명하며, 현장의 팬들이 더욱 깊이 경기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왔다.

이상호 선수는 정해림 선수가 8강에 진출할 때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가 하면, 남자부 경기에서는 자신과 맞섰던 선수들과의 경험담을 재밌게 이야기하는 등, 훌륭한 해설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30분 남짓 진행했던 현장 리포팅은 팬들에게 이상호의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즐거운 기회가 되었다.

이상호 선수는 "응원하면서 즐거웠다. 해림이가 잘 해주어서 자랑스럽다"면서, 해설을 잘 한다는 말에는 "재민 형이랑 친하다보니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쑥쓰러워 하며 말했다. 이어 "다음 시즌이 베이징 올림픽 예선이다보니, 회복에 전념해 내년에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해림 "한국 팬들 덕분에 8강 올랐어요"
 
 22일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창에서 정해림 선수가 8강에 진출하며 환호하고 있다.

22일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창에서 정해림 선수가 8강에 진출하며 환호하고 있다. ⓒ 박장식

 
정해림 선수는 경기 직후 "이번 시즌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와 힘들었는데, 한국에서의 경기인데다가 국내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편하게 경기했다"라면서 "해외 투어를 다니면 이렇게 응원을 받지 못하는데,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8강까지 오른 것 같다"라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장서희 선수를 만나면 16강 진출을 축하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에서 많이 지원해주신 덕분에 올림픽 전보다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며 "한국에서 월드컵을 여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된다. 어린 학생들도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익숙한 코스와 설질 덕분에 좋은 기록도 나오는 듯 싶다"라고 답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포디움에 오르겠다는 정해림 선수는 "올림픽 때보다 체중 관리도 잘 하고, 실력도 꾸준히 쌓은 덕에 기록이 점점 좋아진다"라며, "2회 연속 8강 진출을 계기로 남은 시즌은 물론, 2020-2021 시즌에도 포디움 안에 오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스노보드 대표팀은 남은 시즌 유로파컵 등 출전에 집중하며 2019-2020 시즌을 마무리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스노보드 이상호 정해림 평창 스노보드 월드컵 장서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