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가 투어 대회 첫 4강 진입에 다시 한번 실패했다. 권순우는 22일(한국 시각) 오전 치러진 미국 플로리다 주 델레이 비치 오픈, 레일리 오펠카와 8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2(3-6, 4-6)로 고배를 마셨다.
 
권순우는 4강에 들지는 못했지만 24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순위를 현재의 82위에서 70위대 중반으로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우는 앞서 치러진 인도 타타 오픈과 미국 뉴욕 오픈에서도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오펠카와 이번 8강 경기는 권순우가 이달 들어 치른 3개의 토너먼트 대회에서 가장 배울 점이 많았던 승부일 수 있다. 상대인 오펠카가 속된 말로 ‘서브로 먹고 사는’ 대표적인 선수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권순우(오른쪽)는 델레이 비치 오픈 8강 경기에서 오펠카의 강한 서브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를 당했다.

권순우(오른쪽)는 델레이 비치 오픈 8강 경기에서 오펠카의 강한 서브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를 당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211센티미터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서브는 오펠카를 세계 랭킹 54위로 끌어올린 주무기 가운데 주무기이다. 그는 이날도 권순우에게 16개의 서브 에이스를 날렸다.
 
권순우가 장차 안정적으로 세계 30위권 이내에 자리하려면, 서브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브로 먹고 사는 선수들을 꺾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서브 경기를 지키는 것이다.
 
서브에 의존하는 선수들은 하나 같이 장신이고, 발이 느린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을 상대할 때는 자신의 서브를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권순우는 첫 세트 게임 스코어 2대3 상황에서 맞은 6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을 포인트 0-40으로 몰린 뒤 허망하게 내주고 말았다. 두 번째 세트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게임 스코어 4대4, 9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을 역시 0-40으로 밀린 뒤 내주며 브레이크를 당했다.
 
장신의 강서버들이 경기 전체를 서브로 지배할 수 없다는 점은 통계로도 입증된 바 있다. 상대에게 세트 중 혹은 타이 브레이크 상황에서 한두 번의 기회를 주게 돼 있는 것이다. 아주 미세한 이 기회를 살릴 줄 아는 게, 예를 들어 톱10 성적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선수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권순우는 앞선 타타 오픈과 뉴욕 오픈에서는 비록 4강 진입에 실패했지만, 둘 다 이른바 ‘졌잘싸’ 경기를 치렀다. 뉴욕 오픈에서는 상대 카일 에드먼드에게 6-3, 2-6, 6-7로 파이널 세트까지 간 뒤에 분패했다. 에드먼드는 권순우에게만 힘든 경기를 치렀고, 나머지 경기는 상대를 압도하며 우승까지 했다.
 
타타 오픈에서는 서브가 강력한 에고르 제라시모프에게 6-4, 6-7, 4-6으로 박빙 승부 끝에 세트 스코어 1대2로 경기를 내줬다. 역시 졌지만 잘 싸운 한판 승부였다.
 
올해 들어 치른 3개의 토너먼트에서 나타난 권순우의 최대 약점은 ‘매치 템포’ 조절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랠리 상황에서 체인지 업과 믹스 업이 정상권 선수들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매치 템포 조절 능력만 있었더라면 오펠카에 세트 스코어 0대2로 완패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매치 템포는 구질과 공의 강약, 방향 등을 조절함으로써 경기 리듬을 주도하는 것이다.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등의 최고 강점이자 공통점은 상대의 리듬을 흩뜨리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권순우의 델레이비치오픈 경기 모습.

권순우의 델레이비치오픈 경기 모습. ⓒ 스포티즌 제공

 
권순우는 이제 22세로 갈 길이 창창하다. 매치 템포 조절 능력은 경기 경험과 훈련을 통해 끌어 올릴 수 있다. 부상 없이 꾸준히 투어 대회를 계속한다면 상대 선수의 특징에 따라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전술과 전략을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는 특히 기본기가 탄탄한 탓에 매치 템포 조절 능력 습득도 유리한 조건이다.
 
한편 권순우는 24일 시작되는 멕시코 아카풀코 오픈과 내달 12일 열리는 미국 인디언 웰스 오픈에 참가 신청을 한 상태이다. 두 대회는 각각 세계 프로테니스협회(ATP) 500 대회와 ATP 1000 대회로 이번 달 들어 치른 3개 대회(모두 ATP 250)보다 각각 한 단계와 두 단계 높은 토너먼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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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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