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가 6라운드를 앞두고 이영택 감독 대행에게 힘을 실어줬다.

V리그 여자부의 KGC 인삼공사 구단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 12월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사임한 서남원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을 맡았던 이영택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서남원 감독 재직 당시 5승 7패를 기록했던 인삼공사는 이영택 감독 대행 부임 후 5연승을 포함해 7승 6패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시즌 막판까지 봄 배구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이영택 감독은 "아직은 부족한 젊은 지도자에게 시즌이 종료되기도 전에 감독으로 선임해 주신 구단주님을 비롯 구단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선수, 구단, 팬들과 소통하는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승점 34점의 인삼공사는 5라운드까지 3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42점)에게 8점 차이로 뒤져 있지만 6라운드 5경기 결과에 따라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

최근 7시즌 동안 꼴찌만 4회, V3 이후 찾아온 암흑기
 
 인삼공사는 박삼용 감독 재임 시절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후 극심한 암흑기에 빠졌다.

인삼공사는 박삼용 감독 재임 시절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후 극심한 암흑기에 빠졌다. ⓒ KGC 인삼공사

 
인삼공사는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불리던 1992년부터 김형실 감독이 팀을 맡았다. 실업배구 시절 인삼공사는 호남정유(현 GS칼텍스 KIXX) 및 LG정유,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같은 공룡 구단의 독주에 밀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2005년 김세영(흥국생명)과 최광희, 이효희 세터(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등을 앞세워 V리그 원년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김형실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을 이룬 대표팀의 사령탑이기도 하다).

2005-2006 시즌을 끝으로 김형실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난 후 김의성 코치가 감독 자리를 물려 받았지만 2006-2007 시즌 인삼공사는 3승 21패를 기록하며 꼴찌로 추락했다. 인삼공사는 팀이 최하위로 떨어지자 GS칼텍스의 감독을 맡았던 박삼용 감독을 로 추락했다. 인삼공사는 팀이 최하위로 떨어지자 GS칼텍스의 감독을 맡았던 박삼용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박삼용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5시즌 동안 인삼공사는 창단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2007-2008 시즌과 2008-2009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인삼공사는 2009년 '괴물 외국인 선수' 몬타뇨 마델레이네와 '이동공격의 달인' 장소연(SBS SPORTS 해설위원)이 입단했다. 최고의 공격수와 노련한 센터가 가세한 인삼공사는 2009-2010 시즌 V2를 달성했다. 인삼공사는 몬타뇨가 정규리그 1076득점, 챔피언 결정전 157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친 2011-2012 시즌에도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 여자부의 명문팀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2012년 두 번의 우승을 이끈 박삼용 감독 대신 이성희 감독이 부임했고 공교롭게도 이성희 감독 부임 이후 최악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물론 인삼공사 몰락의 책임을 전적으로 이성희 감독에게 물을 수는 없지만 인삼공사는 이성희 감독이 이끈 네 시즌 동안 20연패를 포함해 세 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와 헤일리 스펠만(현대건설) 등 외국인 선수 혹사 논란도 이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시즌 동안 15승 45패로 부진한 인삼공사는 2016년 '리빌딩 전문가' 서남원 감독을 데려와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세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복귀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여전히 투자에 인색했고 이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의 과부하로 이어지고 말았다. 결국 인삼공사는 작년 12월 서남원 감독이 사퇴하면서 이영택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꾸리고 있다.

선수단 하나로 모아 후반기 상승세 이끌며 정식 감독 승격
 
 이영택 감독대행 부임 후 인삼공사 선수들은 패배의식을 떨치고 끈질긴 팀색깔을 되찾았다.

이영택 감독대행 부임 후 인삼공사 선수들은 패배의식을 떨치고 끈질긴 팀색깔을 되찾았다. ⓒ KGC 인삼공사

 
이영택 감독은 현역 시절 한양대를 거쳐 대한항공에서 활약했다. 한 세대 위의 방신봉과 김상우, 한 세대 아래의 이선규(SBS SPORTS 해설위원), 윤봉우(우리카드 위비) 등에 가려 현역 시절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내진 못했다. 하지만 2014-2015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대한항공의 중앙을 성실하게 지켰다. 대한항공은 2016년 10월 스타플레이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이영택 감독의 은퇴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영택 감독은 은퇴 후 여성팀의 지도자로 활약했다. 2015년 현대건설의 수석코치로 양철호 감독을 보좌하면서 현대건설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에 기여한 이영택 감독은 2017년부터는 대표팀 코치를 맡아 홍성진 감독과 차해원 감독을 보좌했다. 은퇴 후 약 5년에 걸친 코치 생활이 이영택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작년 12월 인삼공사의 감독대행으로 부임할 때만 해도 이영택 감독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최고참 한송이부터 막내 격인 박은진까지 선수단 전체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고 이는 후반기 상승세로 이어졌다. 부임 초기 여러 선수들을 고루 활용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듯 했던 이영택 감독도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며 착실하게 승리와 승점을 쌓아 나갔다.

이영택 감독은 왼쪽에 최은지와 지민경을 배치한 후 주전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마다 적재적소에 고민지와 고의정을 투입해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지난 15일 선두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는 발목 통증이 있던 오지영 리베로 대신 노란 리베로를 선발 출전시켜 3-1 승리를 만들었다. 이날 노란 리베로는 13개의 서브리시브와 19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인삼공사의 수비진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에게 승점 8점 차이로 뒤져 있는 인삼공사는 흥국생명이 남은 5경기에서 승점 8점만 따면 잔여 경기에서 승점 15점을 적립한다 해도 봄 배구에 진출할 수 없다. 하지만 인삼공사가 지난 시즌 마지막 20경기에서 1승 19패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시즌 선전은 대단히 돋보이고 있다. 인삼공사가 시즌 막판까지 봄 배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영택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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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KGC인삼공사 이영택 감독 정식 감독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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