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4일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MBC 환경콘서트의 사회자 배철수 DJ가 이야기하고 있다.

2018년 6월 24일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MBC 환경콘서트의 사회자 배철수 DJ가 이야기하고 있다. ⓒ 박장식

 
"30년 전에 이 이야기를 꺼냈다면 사람들이 웃었을 겁니다. '에이, 그게 가능하겠어?', 그땐 다들 꿈같은 소리라고 했는데,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아,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 이런 소리는 영화감독 봉준호만 듣는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 DJ 배철수, 요즘 말도 안 되는 일 속에서 삽니다!" - 2월 17일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프닝 중에서

MBC FM4U, 나아가 대한민국 라디오를 대표하는 방송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30주년을 맞이해 영국으로 떠났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캠'은 2월 17일부터 21일까지 영국 BBC의 런던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로 떠나 생방송을 진행하는 'Live at The BBC'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배철수의 말대로 '3년이나 할까?' 싶었던 방송이 30주년을 맞고, 역시 그를 기념해 '말도 안 되는 장소', 브릿 팝의 성지인 BBC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5일 동안 생방송을 진행한 것이다. 그 5일은 배철수에게도, 제작진에게도, 그리고 청취자에게도 지금껏 없었던 선물이었다.

배철수가 해외에서 생방송을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2012년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의 방송이 무산된 후, 2013년 스위스 몽트뢰를 거쳐 8년 만에 영국 생방송이 이뤄졌다. 라디오 송출과 함께 유튜브에서도 보이는 라디오가 방송됐고 청취자들 반응도 뜨거웠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꽉 찼던 런던의 사운드
 
런던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는 브릿 팝의 전설, 로큰롤의 대표 주자들이 라디오 전파를 통해 라이브를 펼쳤던 장소다. 비틀즈, 라디오 헤드, 콜드 플레이와 데이빗 보위, 레드 재플린 등이 이곳에서 라이브를 펼쳤고, 그 실황이 음반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배캠>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영국 현지 시각으로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진행되었다. 한국과 시차가 크고, 오전 시간이라 배철수가 컨디션 문제 없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30년 관록이 그런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배철수는 서울 상암동 방송 못지않은 컨디션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첫날에는 "3시 30분에 일어나서 방송을 준비했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즐거운 듯한 목소리에 청취자들이 "런던에 가시더니 목소리가 더 젊어졌어요!", "런던이라 그런지 소리가 더 부드럽네요!"라며 즐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BBC, MBC를 거쳐 송출하는 시스템 탓에 목소리가 끊기거나 작게 들리는 등의 방송사고가 있기도 했다. 이럴 때도 배철수의 관록이 빛났다. 사소한 실수에는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작은 사고일 때는 정중하게 사과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지난 21일 방송되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 Live at the BBC에서, 배철수 DJ(오른쪽)가 가수 윤도현, 배우 유해진(왼쪽)과 함께 방송하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되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 Live at the BBC에서, 배철수 DJ(오른쪽)가 가수 윤도현, 배우 유해진(왼쪽)과 함께 방송하고 있다. ⓒ MBC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색다른 게스트들도 즐길거리였다. 첫날에는 멜론 연간차트 1위를 기록했던 < 2002 >의 가수 앤 마리가 찾아 멋진 라이브 무대를 펼쳤고, 둘째 날에는 스타 세일러의 보컬리 제임스 월시가 찾아 "음악캠프의 40주년에는 한국에 가겠다"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수요일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 The DJ >(가제)의 프레젠터, 가수 윤도현 씨가 출연해 라이브를 펼치며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게 했고, 2019 브릿 어워즈 신인상을 수상한 톰 워커도 목요일에 출연하며 라이브 공연을 보였다.

매일 진행된 색다른 코너도 듣는 이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배순탁 음악작가와 함께 막간 코너 '배순탁의 런던 콜링'으로 들을 만한 브릿 뮤직을 한 곡씩 선곡하는가 하면, '철수는 오늘' 코너에서도 새로운 도전과 맞물린 이야기를 하며 청취자들에게 생동감을 주었다.

배철수가 더 빛났던, 유해진과 윤도현의 '물음'

마지막 금요일. <배철수의 음악캠프> 열혈 애청자로 알려진 배우 유해진이 <음캠>의 대미를 장식하러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윤도현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게스트' 유해진과 윤도현은 청취자를 대표해 '호스트' 배철수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30년 전 첫 방송을 할 때의 마음에 대해 "1년만 버티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배철수의 답변을 이끌기도 했고, "30년 전에는 엽서나 손편지로 사연이 왔는데 지금은 문자로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의 사연이 온다"며 달라진 팬레터 방식을 잔하기도 했다. 그중 윤도현의 '30주년에 대한 감회'를 묻는, 어찌 보면 식상할 수 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 마음에 다가왔다.

"참 행복하구나 생각을 해요. 가끔 그런 거 해보잖아요. '내가 다시 태어나면 뭘 하고 싶을까?' 물론 그럴 수 없지만. 젊었을 때는 해보고 싶은 게 많았어요. 방송사 PD도 하고 싶었고, 영화배우도 하고 싶고, 감독도 하고 싶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다시 태어나도 젊었을 때 음악 하다가 어느 나이가 되면 디스크자키를 해야겠다. 그만큼 제가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죠."

이 말 직후 배철수는 "이야기하다가 광고 못 하면 큰일난다"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이야기를 끊었지만, 그의 목소리 안에 담긴 진심은 그가 왜 30년 동안 한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유해진 역시 모든 청취자들이 바라는 마음을 말 한마디에 담아 전했다.

"말씀하셨듯이 행복하시다고... 그런데 선배님 덕에 많은분들이 행복하시기에 오랫동안 그 자리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 ⓒ MBC

 
닷새로 끝? 이제부터 축제의 시작

한국 라디오 역사상 전무후무한 프로젝트였다. 올림픽 때 예능 프로그램이 현지에서 특집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어도 라디오 프로 자체가 해외 프로젝트를 찾은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에 알맞게 쏟아졌던 많은 관심이 '아직 라디오는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비디오가 라디오를 죽인다,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가 발매된 지도 벌써 41년 전이다. '가장 낡은 방송 매체'로 꼽히는 라디오가 인터넷 시대에도 살아남는 것은 이렇듯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는, 친한 친구 같은 익숙함과 정겨움 때문이라는 것을 <배캠>이 증명한 셈이다.

<배캠>의 증명은 런던 생방송 이후에도 이어진다. 런던 생방송 당시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 The DJ >가 3월 두 번에 걸쳐 방영된다. 이어 30주년인 3월 19일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30주년 콘서트가 개최된다. 30주년을 맞아, 이제는 국내에서 제대로 축제의 판을 벌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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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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