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존 '이끼녀'였던 연재명이 '헤드폰을 쓰세요'로 바뀌었음을 알립니다).[기자말]
 프랑스영화 <라붐>의 한 장면

프랑스영화 <라붐>의 한 장면 ⓒ 고몽

 
"I didn't realize/ That my life would change forever/ Saw you standing there"
(난 깨닫지 못했지요/ 나의 삶이 영원히 변하게 될 것을/ 당신이 거기 서있는 것을 봤어요)


첫 소절부터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낭만의 종지부를 찍는 노래 'Reality(리얼리티)'. 굳이 후렴구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듣자마자 경직된 마음이 물렁해진다. 1980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 <라붐>에서 소피마르소에게 갑작스러운 사랑의 설렘을 선물한 '리얼리티'는, 영화 OST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명곡이다.

13살 소녀 빅(소피 마르소 분)은 낭만의 도시 파리로 전학을 오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빅은 어느 날 친구들의 초대로 파티에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매튜(알렉산드르 스텔링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프랑스영화 <라붐>의 한 장면

프랑스영화 <라붐>의 한 장면 ⓒ 고몽

 
디스코 음악에 흠뻑 취해있는 친구들 틈에서 매튜는 빅에게 헤드폰을 씌워준다. 놀란 소피마르소의 표정. 마치 둘만의 세상으로 도망친 듯하다. 시끌벅적한 소음들 속에서 낭만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랑에 빠져버린 소년과 소녀의 모습은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는 명장면이 됐다. 모든 것이 서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빛나던 우리 모두의 사춘기와 그 때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라붐>. 여전히 '헤드폰 신'은 영화나 광고에서 패러디 되고 있다.

"Dreams are my reality/ The only kind of real fantasy/ Illusions are a common thing/ I try to live in dreams/ I try to live in dreams" (꿈들이 나의 진실이에요/ 진짜 환상의 유일한 것/ 환상이야말로 보통의 것들이죠/ 나는 꿈 안에서 살려고 노력해요)

리처드 샌더슨이 부른 이 노래 '리얼리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음악의 힘을 여실히 느끼곤 한다. 어쩌면 이렇게 달콤한 노래가 있을까, 어떻게 이런 멜로디가 있을 수 있나!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뒤늦게 가사의 뜻을 알았지만) 노랫말 역시 무척 낭만적이다. 꿈들이 나의 진실이라는 구절은 사랑의 속성을 함축적이고 시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러나 끝까지 가사를 번역하지 않고 멜로디만 들었다고 해도 그 감동에는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Dreams are my reality/ A different kind of reality" (꿈들은 나의 진실/ 다른 종류의 진실)

플레이리스트에 이 노래만 있으면 나는 투박한 공간에서도 소피마르소가 된다. 이런 게 영화의 힘이고, 이런 게 노래의 힘이 아닐까. 아니면 소피마르소의 힘일지도.
 
 프랑스영화 <라붐>의 한 장면

프랑스영화 <라붐>의 한 장면 ⓒ 고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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