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를 시작한 김상식호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약체팀을 상대로도 흔들린 가드진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WINDOW-1)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109-76, 33점차로 승리했다. 김낙현(14득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과 장재석(13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문성곤(11득점), 전성현(12득점), 김종규(12득점 5리바운드) 등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엔트리에 등록된 12명의 선수 전원 출전-득점에 성공하며 대승을 거뒀다.

16개국이 본선에 진출하는 2021년 FIBA 아시아컵의 예선은 24개국이 6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고 각 조 상위 2개국까지 본선에 직행한다. FIBA 랭킹 30위인 한국은 31위 필리핀, 88위 인도네시아, 105위 태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예상대로 인도네시아에 낙승을 거두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향하여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김상식호은 이번 A매치 2연전(인도네시아-태국)에서 이정현, 김선형 등 대표팀 주전으로 꼽히는 선수들이 대거 제외되고 90년생 이하의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했다. 상대가 약체이기도 했지만 미래를 대비하여 그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할 기회가 많지않았던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아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대표팀은 소집을 앞두고 에이스인 라건아가 KBL 경기중 무릎부상을 당하며 낙마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인도네시아전에서는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대체선발된 장재석이 김종규-이승현 등과 함께 좋은 활약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골밑을 장악했다.

아쉬운 부분은 오히려 믿었던 가드진에서 나왔다. 김상식호는 인도네시아의 등번호 4번 슈팅가드 아브라함에게 무려 25점을 내줬다. 경기 초반인 1쿼터에는 한때 9점차까지 벌어지는 등 고전한 끝에 21-27로 뒤졌다. 허훈과 두경민 등 KBL 최고의 가드진이 나섰는데도 그라히타의 드리블과 스피드를 쫓아가는데 애를 먹었다.

경기 초반 그라히타 외에도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한국의 페인트존을 자신있게 파고들만큼 상대 선수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너무 쉽게 열어줬다. 다행히 2쿼터부터 수비 압박이 살아나며 인도네시아의 슈팅 적중률을 급격히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1대 1이나 개인 기술만 놓고 봤을 때 한국대표팀 가드들이 인도네시아 가드들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기였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포워드와 가드를 넘나드는 최준용을 부상으로 잃었다. 최준용은 대표팀에서는 종종 가드로도 기용되는 선수다. 최준용이 있었다면 수비와 높이에서 인도네시아전을 좀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날 가드진의 진정한 문제점은 최준용의 공백이 아니었다.

허훈(180cm)-두경민(184cm)-김낙현(184cm)은 모두 180대 초반의 단신 선수들이다. 이날 상대한 인도네시아는 백코트진의 신장이나 체격이 한국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없는 팀이었다. 그런데도 스피드나 기술면에서 상대를 확실히 제압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필리핀을 비롯하여 아시아 무대에서 높이나 기술, 파워에서 월등한 팀을 만났을 때 지금의 가드진으로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농구는 역사적으로 강동희-허재-이상민-김승현-김선형-양동근 등 우수한 가드들을 대거 배출해왔다. 팀마다 정상급 가드를 한 명씩은 보유하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정통 포인트가드 기근' 현상이 일어나면서 대표팀도 가드 자원이 빈약해졌다.

다른 포지션에 비하여 여전히 170대 후반-180대 초반의 포인트가드들이 주전급의 대부분일만큼 '장신화'에 실패했다는 것도 아쉽다. 최근에는 국제무대에서도 190대-2미터 이상의 장신 가드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한국농구도 박찬희(190cm)-이대성(190cm)등이 있었지만 슈팅과 기복 문제 등으로 대표팀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이번 대표팀의 백코트를 책임져야할 허훈은 현재 KBL 최고의 가드로 꼽히고 있으며 두경민도 MVP 출신이다. 세대교체라고 하지만 이들은 더이상 경험을 쌓아야할 자원이라기보다는 대표팀에서 당장 경쟁력을 증명해야할 위치에 가깝다.

하지만 리그 내에서의 위상에 비하여 이들이 아직 대표팀에서는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줬다고 하기 어렵다. 국제무대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증명했던 선배 엘리트 가드들과의 차이다. 앞으로 이들이 아시아무대에서 강팀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한국은 아시아컵의 더 높은 단계를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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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호 허훈 인도네시아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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