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콜> 포스터

<울프 콜> 포스터 ⓒ 판씨네마(주)

 
최근 유행하고 있는 문화계의 흐름은 '디테일'이다. 서사를 중점에 두었던 이전의 대체적 흐름과 달리 섬세한 상황 묘사와 인물의 심리 표현을 통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울프 콜>은 기존 잠수함을 소재로 한 액션 전쟁 영화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치세계의 작은 축소판을 다룬 이 영화는 디테일한 상황 설정으로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전쟁 또는 액션영화하면 시각적인 재미가 가장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반면 이 작품은 청각적인 측면을 통해 신선함을 준다. 제목 '울프 콜'은 잠수함이 적군의 능동소나(SONAR – 음파 탐지)에 탐지되었을 때 울리는 늑대 울음소리를 닮은 경고 시그널을 의미한다. 음향탐지사 샹트레드는 소리를 구분해낼 줄 아는 황금귀를 통해 잠수함 밖의 상황을 추측해낸다. 그가 시리아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울프 콜'을 보낸 미확인 잠수함의 흔적을 놓치며 동료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지점은 흥미를 유발해낸다.
 
오직 '소리'만으로 바깥의 상황을 구분해내고 알맞은 상황 판단을 알려줘야만 하는 샹트레드의 모습은 기존 전쟁영화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로 시선을 끈다. 캐릭터 설정 다음에 보여주는 건 상황 설정이다. 핵 탄도 미사일 잠수함(SSBN)과 핵 추진 공격 잠수함(SSN)은 현대전에 있어 중요한 전력을 차지한다. 여기서의 전력은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공격을 단념하게 만드는 것이다.
  
 <울프 콜> 스틸컷

<울프 콜> 스틸컷 ⓒ 판씨네마(주)

 
무적함과 티탄함은 각각 SSBN과 SSN으로, 무적함이 대통령 명령으로 적진에 핵미사일 발사를 준비한다면 티탄함은 이런 무적함을 호위하는 역할을 한다. 무적함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전쟁을 억제에 역할을 한다. 반면 한 번의 실수는 끔찍한 핵전쟁 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가 공격 의지가 있다고 오해하고 핵미사일을 발사했다가는 전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물론 핵을 지닌 모든 국가와 대결해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러시아의 의미심장한 움직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확인 잠수함의 등장에 해군은 물론 대통령도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해군은 사상 초유의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작품은 이 작전을 세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첫째는 앞서 설명한 샹트레드의 능력이다. 깊게 잠수할 경우 바깥 상황을 알 수 없는 잠수함은 오직 음향을 통해 모든 걸 추측하고 맞춰야 된다. 샹트레드의 말 한 마디에 동료들의 운명이 걸린 것이다. 잠수함 안에서 긴박하게 소리를 추측하는 샹트레드와 이 상황이 무언지 보여주는 장면은 시각과 청각의 조합을 통해 추리의 매력을 선사한다.
  
 <울프 콜> 스틸컷

<울프 콜> 스틸컷 ⓒ 판씨네마(주)

 
둘째는 잠수함의 비주얼이다. 외부에서 보이는 거대하고 위압적인 모습부터 내부의 디테일한 모습까지 모두 담아낸다.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는 잠수함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건 물론 공간성에 따른 의미 역시 담아낸다. 잠수함 안에는 갈등도 모함도 편견도 없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으며 밖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평등한 조건에서 오직 서로에 대한 신뢰로 위기를 해쳐나가야 한다.
 
셋째는 진중한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 전쟁의 메커니즘이다. 전쟁 억지력이라는 말은 국제사회의 관계에 있어 힘으로 상대를 뭉개던 시절에서 벗어나 상대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핵무기가 있다. 외교관 출신의 안토닌 보드리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의 총성 없는 전쟁을 바라보았고 이런 진중한 시선은 예리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를 준다.
 
<울프 콜>은 이념을 바탕으로 한 기존의 전쟁영화들과는 다른 감성을 준다. 세상은 더 이상 이분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잠수함 안의 선원들처럼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진실을 알기 힘들다. 직접 잠수함을 타보고 그 안에서 받는 느낌을 영화에 투영한 감독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어 내며 새로운 장르적인 문법을 확립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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