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신설된 SBS 금·토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열혈사제>는 22%(이하 전국 최고 시청률 기준)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리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열혈사제>를 이은 <녹두꽃>이 11.5%, <의사요한>이 12.3%, <배가본드>가 13%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배가본드>는 화려한 캐스팅과 25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었음을 고려하면 결코 만족스런 성과를 얻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SBS는 전작들에 비해 방영 전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5번째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 버렸다. 국내에서 성공 확률이 매우 떨어지는 스포츠 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선수들보다는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스토브리그>는 최종회 시청률 19.1%를 기록하면서 SBS 금·토 드라마의 3연속 부진을 씻어 버렸다. 

<스토브리그>가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막을 내렸기에 다음 작품의 성공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SBS는 21일부터 김혜수와 주지훈을 전면에 내세운 법정드라마 <하이에나>를 선보인다. 그런데 <하이에나>에는 <스토브리그>의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배우가 둘이나 등장한다. 드림즈의 최고참 투수 장진우에서 과묵한 형사로 변신하는 홍기준과 주지훈이 속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겸 운영위원을 연기하는 펠리컨즈의 오사훈 단장 송영규가 그 주인공이다.

드림즈의 큰 형님, 소문 무성한 인상 무서운 형사로 변신
 
 장진우는 바이킹스와의 연습경기 호투 후 아내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훔치며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장진우는 바이킹스와의 연습경기 호투 후 아내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훔치며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 SBS 화면 캡처

 
드림즈가 2위에 올랐던 시즌, 19승으로 다승왕에 올랐지만 어깨 부상으로 성적이 뚝 떨어진 투수 장진우. 비록 실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대폭 삭감된 연봉에도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돌아온 임동규(조한선 분)를 장난스럽게 반겨주고 강두기(하도권 분) 트레이드 때는 임동규와 함께 훈련 보이콧을 주도하는 클럽하우스의 리더 장진우는 2020년 5승 3패 25홀드 평균자책점 2.01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스토브리그>에서 장진우를 연기한 홍기준은 러시아의 명문연극학교인 쉐프킨 연국대학교와 슈우킨 연극대학원에서 7년 간 연기를 배운 유학파 배우다. <파리의 연인>과 <쩐의 전쟁>, <싸인> 등으로 SBS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배우 박신양과는 같은 학교 동문이다. 2004년 단편영화를 통해 데뷔한 홍기준은 이후 10년 가까이 여러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부분 출연분량이 많지 않은 조·단역이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홍기준의 얼굴을 알린 작품은 2017년 개봉해 68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였다. 물론 <범죄도시>는 '마동석으로 시작해 마동석으로 끝나는 영화'였지만 홍기준은 마동석 다음 가는 실력을 가진 금천경찰서 강력 1팀 형사 박병식 역을 맡아 뛰어난 존재감을 보였다. 특히 영화 초반 '진실의 방'을 만들고 마석도 형사가 '프로보이드'로 알고 있는 1회용 카메라를 '폴라로이드'라고 정정해 주는 개그신을 담당하기도 했다.

<스토브리그>의 장진우를 만나기 전까지 홍기준의 출연작 중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은 2018년 SBS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꼽을 수 있다. 홍기준은 이 작품에서 서리(신혜선 분)가 당한 버스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는 트럭운전사 김상식을 연기했다. 김상식은 죄책감에 사고 후 시달리다가 서리가 요양병원으로 옮겨진 후 도망 간 외숙모 대신 무려 13년 동안 서리의 병원비를 내주고 경찰에 자수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스토브리그>를 통해 <범죄도시>를 뛰어넘는 인생작을 만난 홍기준은 <스토브리그>의 다음 작품 <하이에나>에도 연달아 출연한다. <하이에나>에서 홍기준이 맡은 배역은 무서운 인상으로 많은 소문을 안고 있는 박주호 형사다. 인간적인 선배이자 가정적인 남편을 연기했던 <스토브리그>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만큼 <하이에나>에서 홍기준이 선보일 연기 변신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크다.

마일스 가로챈 오사훈 단장의 꼰대 변호사 연기는 어떨까?
 
 송영규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을 무시하는 강력반의 최반장 연기를 얄밉게 소하했다.

송영규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을 무시하는 강력반의 최반장 연기를 얄밉게 소하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드림즈가 없는 살림에 시속 155km를 던지는 외국인 선수 마일스를 찾았을 때 갑자기 등장해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을 비롯한 드림즈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만든 인물이 바로 펠리컨즈의 오사훈 단장이었다. 2019 시즌 세이버스와 바이킹스에 이어 3위에 오른 펠리컨즈는 우승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오사훈 단장은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한 바이킹스의 김종무 단장(이대연 분)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백승수 단장과도 자주 부딪힌다.

오사훈 단장을 연기했던 배우 송영규는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전공해 오랜 기간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데뷔작인 <머털도사> 같은 어린이 뮤지컬도 있었고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명작들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에 진출한 송영규는 2007년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무협소설가(?) 강대구(지현우 분)의 책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짠한 출판사 사장을 연기하며 드라마에도 진출했다.

2012년 <추적자 : THE CHASER>에서 온갖 나쁜 짓을 일삼고도 끝내 처벌도 받지 않는 부패검사 박민찬을 연기한 송영규는 3년 후 <리멤버 - 아들의 전쟁>에서는 이인아(박민영 분)를 챙겨주는 부장검사 탁영진을 연기했다. 탁영진 검사는 남일호 회장(한진희 분)이 자신을 매수하려 할 때 "오늘 마신 한 잔 술 값은 제가 따로 내고 가겠습니다"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정의로운 역할이었다.

송영규의 드라마 대표작이 <리멤버>였다면 영화 대표작은 단연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이다. 송영규는 <극한직업>에서 고상기(류승룡 분)보다 먼저 진급한 마포서 강력계 최반장을 연기했다. 마약반과는 영화 내내 대립하는 듯하지만 영화 막판 마약반 5인방의 경력을 설명하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특히 고반장에 대해서는 "칼을 12번 맞았는데 여태 살아 있다"며 '고반장 좀비설'을 뒷받침해주는 설명을 한다.

이렇게 선역과 악역, 코믹연기를 오가던 송영규가 <하이에나>에서는 윤희재(주지훈 분)가 속한 법무법인 송&김의 파트너 변호사 겸 운영위원 마석구를 연기한다. 학연으로 라인 세우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변호사로 두 주인공 김혜수, 주지훈과는 많이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정웅인, 정재영, 류승룡 같은 쟁쟁한 배우들과 30년 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 송영규가 드디어 절친들처럼 늦게나마 빛을 보고 있다.
 
 SBS는 <스토브리그>의 상승세를 잇기 위해 김혜수와 주지훈이 출연하는 <하이에나>를 편성했다.

SBS는 <스토브리그>의 상승세를 잇기 위해 김혜수와 주지훈이 출연하는 <하이에나>를 편성했다. ⓒ <하이에나> 공식 홈페이지

 
하이에나 홍기준 송영규 스토브리그 연속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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