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컷 젬스> 포스터.

영화 <언컷 젬스> 포스터. ⓒ 넷플릭스

 
사프디 형제(조슈아 사프디, 벤저민 사프디), 2008년 형 조슈아가 단독 장편으로 데뷔한 후 이듬해 형제 명의로 데뷔한다. 데뷔하자마자 평단의 지지를 받은 사프디 형제, 이후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2017년(한국 개봉은 2018년), 우리에게도 알려진 <굿타임>으로 평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거니와 일반 대중의 눈에도 들었다. 로버트 패틴슨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굿타임>에서 엿볼 수 있는 사프디 형제'만'의 연출 특징이라 한다면, 거칠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몽환적인 OST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대사라 하겠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특징들이다. 2년 만에 돌아온 <언컷 젬스>, 결론부터 말하면 사프디 형제만의 특징이 극대화된 작품이라 하겠다. 이번엔 아담 샌들러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아담 샌들러를 말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는 것이, 그를 코미디 전문 배우로만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 절대적으로 많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SNL의 최대 수혜자로, 분명 코미디 전문 배우이다. 하지만, <펀치 드렁크 러브> <레인 오버 미>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등의 명작들은 그의 연기력이 극을 이끌어가는 데 절대적 역할을 했다. 감독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을 오가는 묘한 배우란 얘기다. <언컷 젬스>는 아담 샌들러 배우 인생에 길이 남을 명연기로 찬사 받을 것이다. 

그는 뉴욕 보석상이자 도박 중독자다

2012년 미국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 래트너(아담 샌들러 분), 그의 인생은 하루라도 평탄하지 못하다. 매일매일 빚쟁이들한테 쫓기기 때문인데, 왜 그리 많은 빚을 계속 지느냐 하면 그는 돌이킬 수 없는 도박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빚을 청산할 큰 건을 극비리에 노린다. 2년 전 에티오피아 광산에서 채굴한 오팔 원석이 그것이었다. 하워드는 경매로 최대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때 가게로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들이닥친다. 보스턴 셀틱스 소속 최고의 농구스타 케빈 가넷(본인 분), 그를 놓칠 수 없었던 하워드는 막 도착한 오팔 원석을 마지 못해 빌려준다. 가넷은 왕과 황제들도 열광했다는 오팔 원석에서 어떤 영험함을 엿보았을 테다. 대신 받은 건 가넷의 2008년 우승 반지, 하워드는 득달같이 달려가 돈으로 바꿔서는 가넷의 경기에 모조리 때려넣어 버린다. 그는 돈을 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박업자가 중간에서 취소해 버린 것, 그는 빚을 청산하기는커녕 인생이 더 꼬여 버렸다. 

하워드에게 남은 건 오팔 원석, 가넷에게서 되찾아와야 한다. 근데, 오팔의 영험함에 넋이 나갔는지 그냥 한없이 바쁜 것인지 가넷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와중에 수시로 찾아오는 빚쟁이들에게서 협박과 모욕을 당한다. 지난한 우여곡절 끝에 가넷에게서 오팔을 되찾는 하워드, 이제 오팔 원석 경매로 엄청난 돈을 만지기만 하면 된다. 과연 그는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을까? 도박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꼬인 인생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까?

블랙 코미디로 내보이는 자본주의 욕망

영화 <언컷 젬스>는 겉보기에 그저 하염없이 정신 없는 막장 블랙 코미디라고 느껴진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돈에 환장하다 못해,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바치는 하워드라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 블랙 코미디의 화신과도 같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대사, 허세 가득한 몸짓과 욕설과는 반비례하는 카리스마가 이를 뒷받침한다. 아담 샌들러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출중한' 연기를 펼쳤고 사디프 형제가 극대화시켰다. 

하워드는 자본주의 욕망의 화신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블랙 코미디가 지향하는 곳이다.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돈이 있을까, 무(無)가 있을까. 아니, 공허·허무가 있을 테다.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무의 상태가 아닌, 끝없이 탐하다가 한순간 사라져 버린 무의 상태 말이다. 자본주의가 폐퇴하고 있다는 외형적 현실보다, 알게 모르게 원론적 사상의 현실을 보여준다.

사프디 형제의 스타일이 극대화된 이 영화의 연출을 같이 들여다보면 더욱 확연하다. 현실인 듯 꿈인 듯 알 수 없게 만드는 몽환적인 OST, 공허나 허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듯한 정신 없는 대사, '가공되지 않은 보배'라는 뜻의 제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한 거친 카메라 워크까지. 무언가를 끝없이 해야 하는 현대 사회의 불안을 형상화시키려 했고, 가열차게 성공했다. 그 처음과 끝을 하워드가 함께한다. 

사프디 형제와 아담 샌들러

어렵게, 깊숙이 들어가면 한없이 파고들어 자본주의의 욕망까지 가 닿을 수 있겠지만, 영화적으로만 한정하여 본다면 <언컷 젬스>는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순삭할 수 있는 재밌는 영화이다. 그런가 하면 주지했듯 사프디 형제의 연출 스타일은 호불호가 갈릴 만한 것이, 정신없이 그리고 하염없이 영화에 '끌려 다니다' 보면 어느새 끝나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일반 대중보다 평단에게 호불호 없는 지지를 받는 요소일 텐데, 메시지를 전함에 있어 절대 대놓지 않고 전반에 깔리도록 장치를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찾아 보고 해석하게끔 하는 것이다.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빠르게 보여주되, 그 안 굉장히 이성적이고 개념적인 이론을 장착시켜 놓았다. 겉으로 보기엔 지루함과는 하등 거리가 먼 듯하지만, 들여다보면 지루함과 너무나 가까운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 격이다. 

<언컷 젬스>를 통해 사프디 형제의 호불호가 확연히 갈렸을 테고, 기존의 지지층은 더욱 견고해 졌을 테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들의 연출 스타일이 다시 한 번 극대화될 작품을 각본중이라고 한다.

한편, 아담 샌들러는 희한하고 묘한 '명품' 배우라는 인식이 확고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아담 샌들러밖에 할 수 없는 배역이 그를 계속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와 <프리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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