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순철이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었다. 아빠, 엄마, 딸로 구성된 보호자 가족은 순철이를 극진히 예뻐했다. 애교가 많은 순철이는 보호자에게 진한 뽀뽀 세례로 화답했다. 평소 말이 없던 아빠도 순철이가 온 뒤로 말수도 늘었다고 한다. 긍정적인 변화였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보호자(특히 엄마)가 외출을 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 순철이와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자 가족이 출연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 순철이와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자 가족이 출연했다. ⓒ KBS2


보호자가 밖으로 나가고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순철이는 울어대기 시작했다. 보호자의 마지막 체취가 남아있는 현관으로 달려가더니 문에 매달려 아등바등했다. 그렇게 시작된 하울링은 점점 심해졌고 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몰랐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 보호자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그는 닫힌 문 안쪽에서 울부짖고 있는 순철이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순철이도 문제였지만, 그로 인해 보호자도 삶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장시간의 외출은 아예 불가능했고,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거나 장을 보러 가는 등의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보호자는 우울증 증세까지 겪게 됐다고 한다.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 반려견의 존재는 반려견을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보호자를 힘겹게 했으리라. 

지난 1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 순철이와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자 가족이 출연했다. (지난 주 방송처럼) 반려견이 공격성이 강한 케이스도 골치아팠지만, 보호자의 애정이 커서 혼자 있지 못하는 반려견의 경우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강형욱은 분리불안의 원인으로 보호자의 과잉보호와 반려견의 사회성 부족 등을 꼽았다. 

실제로 보호자는 마치 갓난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자신의 반려견을 대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건 자녀를 키우던 방식과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딸은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통금이 있다며 엄마의 애정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강형욱은 분리불안은 심각한 문제라기보다 그저 잘 거쳐가야 하는 과정인데, 1살이 넘어서까지 가지고 있으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어 순철이의 분리불안을 없애기 위한 훈련이 시작됐다. 강형욱은 처음부터 보호자와 반려견이 분리되고 만나는 연습을 시도하지 않고, 그에 앞서 내구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나갔다. 이를테면 후각을 이용한 훈련을 통해 반려견의 관심을 (외출하는 보호자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유도했다. 후각 훈련은 개의 뇌를 발달시키는 부차적인 효과도 있었다. 

두 번째 단계는 기다리기 훈련이었다. 이를 위해선 방석 위로 순철이를 이동시키고 앉혀야 했다. 그런데 순철은 요지부동이었다. 평소 아낌없는 애정 속에서 별다른 규칙 없이 살아 왔던 순철에게 훈련은 낯설고 어려웠다. 마음만 급한 보호자는 정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해 순철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같은 훈련이 계속해서 반복되자 보호자는 속상한 마음에 그만하고 싶다며 뒷걸음질 쳤다. 

보호자가 훈련을 거부, 초유의 사태
 
 지난 1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 순철이와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자 가족이 출연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 순철이와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자 가족이 출연했다. ⓒ KBS2


보호자가 훈련을 거부한 건 <개는 훌륭하다>에서 초유의 사태였다. 놀랄 만도 했지만, 강형욱은 침착하게 보호자를 다독여 훈련 속으로 이끌었다. 그는 개 훈련을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건 보호자가 포기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 얘기를 들은 보호자는 '보호자가 포기하면 안 된'다며 정신을 번쩍 차렸다. 자신의 행동이 포기였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훈련은 재개됐다. 보호자가 차분히 기다려주자 순철이도 힘을 냈다. 앉기부터 기다리기까지 성공했고, 불안한 공간(현관)을 놀이의 공간으로 바꿔주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제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보호자는 순철이에게 손바닥을 내밀어 기다리게 한 다음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놀랄 일이 벌어졌다. 평소 같으면 놀라서 하울링을 해야 했지만, 훈련을 거친 순철은 마냥 편안해 보였다.

다시 집 안쪽으로 들어온 보호자는 한숨을 내쉬고 순철에게 다가가 두 손을 내밀었다. 이는 나가기 전과 후가 똑같다는 걸 의미했다. 순철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즉각적이고 놀라운 변화였다. 간단한 훈련을 통해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앞으로 꾸준한 훈련이 병행된다면 순철의 분리불안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오롯이 보호자의 몫이다.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건지 어머니(보호자)를 훈련시키는 건지 모르겠네요."

훈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브라이언은 농담으로 훈련의 대상이 누구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진지한 표정으로 "어머니가 받는 거예요"라고 받아쳤다. 역시 강형욱의 수제자(?)다웠다. 이경규도 이제 알게 된 것이다. 반려견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은 결국 보호자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잘못은 언제나 반려견이 아니라 보호자의 것이었다. 

과잉보호는 분리불안을 낳았다. 과한 애정은 규율을 만들지 못했다. 그 때문에 순철이는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개가 됐다. 그건 순철이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불행한 일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도 보호자의 의무"이고,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예뻐하는 게 강아지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뺏"을 수도 있다는 강형욱의 말은 수많은 반려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보호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어떤 반려견으로 키울 것인가. 강형욱은 반려견을 예뻐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일들이 오히려 반려견을 망칠 수 있다. 제대로 된 보호자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공부가 필요하다.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견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그 역할에 맞는 훈련이 요구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교육에 있어서) 반려인뿐만 아니라 비반려인에게도 유효한 이야기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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