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KBS 아나운서

이상호 KBS 아나운서 ⓒ 이영광

 
지난 6일 KBS 1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가 MC와 패널을 교체하고 시즌2를 시작했다. 2018년 6월 KBS 정상화 이후 내놓은 <저널리즘 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시즌2 MC로는 이상호 아나운서가 낙점되었다. 2003년 KBS 29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 아나운서는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MC를 맡은 소감 등이 궁금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이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이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의 MC를 맡으셨어요. 12일 두 번째 녹화와 'J라이브'(매주 수요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는 디지털 콘텐츠)를 해보셨는데 어떠세요?
"일단 첫 번째 녹화 때는 너무 긴장했어요. 제 딴에는 이제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녹화는 원고 속으로 제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전 나름대로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녹화해보니까 패널들 말씀도 잘 안 들리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첫 방송은 굉장히 헤맸어요."

- 경력이 꽤 되시는데, 베테랑들에게도 모든 방송이 쉬운 건 아닌가봐요?
"연차와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이런 프로그램을 굉장히 오랜만에 했고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프로그램들은 뉴스 프로그램이나 대본이 거의 정해져 있는 것들이었어요. 라디오는 청취자들하고 편하게 소통하는 음악프로그램이었죠. 사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논리나 근거 없이 함부로 그걸 비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고를 받아도 뭔가 의문스러운 게 있으면 그걸 공부해서 제 논리와 근거를 만들어야 돼요. 다행히도 어제(12일) 두 번째 녹화에선 그래도 좀 많이 익숙해졌어요."

- 'J라이브'는 처음이라 산만하다는 지적도 나왔어요.
"생중계 전에 3시간 반을 녹화하느라 진을 다 뺐어요. 사실 저는 방송에 임하는 각오, 패널 소개 등 가벼운 대화를 나눌 줄 알았어요. 그런데 1편 주제가 조금 심각한 것이었어요. 첫 방송이었는데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많이 지친 상태로 들어가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고 솔직히 긴장을 되게 많이 했어요. 이렇게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오는 라이브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 시청자로서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1은 어떻게 보셨나요?
"사실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고 전 방송사를 통틀어 유일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잖아요. 부끄럽게도 제가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나 의식은 거의 없었어요. 시청자로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봤을 때는... 다들 뛰어난 패널이셨지만, 비판이나 비평은 소수의 몇몇 분에게 쏠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즌2에 들어가면서 패널이 바뀌었는데, 각자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든가, 비평을 조금 균형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제작진이 애를 썼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직 2편까지 선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또 긴 시간 녹화를 할 때는 저희가 언론을 굉장히 통렬하게 비판해요. 저희 KBS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하는데 조금 부족했던 건 대안이라든지, 그 이후 언론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후속 보도가 부족하지 않았나 해요."
 
 이상호 KBS 아나운서

이상호 KBS 아나운서 ⓒ 이영광

 
-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MC 제의가 왔을 때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안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이 프로그램이) 굉장히 힘든 작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만약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란 생각을 안 해 봤어요. 그리고 제안이 왔는데, 솔직히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어요. 하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죠.

제가 좀 겁이 많아요. 근데 프로그램을 너무 오랜 만에 맡았기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서 받아들였어요. 그러나 첫 녹화를 한 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이 따르는 방송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지금 생각은 '박수 받고 칭찬 받는 일만 할 수가 없구나.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하자'라는 거죠."

- 정세진 아나운서의 진행은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해요. 선배라서 말하기가 어려울까요(웃음)?
"아니오. 그렇지 않아요(웃음). 정세진 선배는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후배들을 굉장히 아끼는 아나운서예요. 직업상 후배나 선배, 동료에게 방송을 보고 거기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비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정세진 아나운서는 항상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이에요. 일부 후배들은 아프게 느껴질 수 있고 '저 사람 꼰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충고는 애정이 없으면 해줄 수가 없어요."

- 정세진 아나운서의 진행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정세진 아나운서의 가장 큰 장점은 귀 기울여서 굉장히 주의 깊게 들어준다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건 기본으로 해야 될 것 같고요. 사실 저희 패널 최욱씨는 날카로운 질문이라든가, 분위기 메이커로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던 것 같아요. 시즌1을 보면서 느꼈던 건, 분위기를 조금 더 부드럽게 해도 될 것 같다는 거였어요. 농담도 좀 많이 하고 패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거죠. 물론 원고가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이나 느낌을 심각하지 않게 주고받으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제가 정세진 선배보다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 9시의 거짓말 > <공짜 뉴스는 없다> 등 여러 책들을 주변에서 추천해 줬어요. 그 책들을 읽으면서 준비했어요. 회의에는 거의 다 참석합니다. 아이템이 어떻게 선정됐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며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그 흐름과 의도를 제가 파악하지 못하면, 진행이 산으로 갈 수도 있고 패널의 얘기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회의에 참석하려고 해요.

그리고 대본을 받으면 정말 여러 번 봐요. 물론 대본대로 가지 않는 경우도 있죠. 이런 이야기들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패널분들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이야기를 정작 못할 때도 있어요. 이야기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일단 대본을 여러 번 보고 숙지를 해요. 대본 볼 때마다 질문이 달라지는 거예요. 대본을 많이 보고 다르게 보는 작업을 많이 해요."

- 프로그램을 맡고 난 이후에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나요.
"언론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그 현장에 가야 하는데 사실 지금 언론들은 가 보지도 않고 받아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누가 그거를 했다더라', '누가 그거를 현장을 가봤다더라'를 그대로 받아 써요. 제가 예전에는 뉴스를 볼 때 있는 그대로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게 소름 끼치더라고요. '저게 정말 사실일까?'로 시각이 바뀌었어요. 일단 어떤 기사를 대하든 간에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 건 저한테는 좀 긍정적인 시그널 같아요."
  
 <저널리즘 토크쇼J>의 이상호 KBS 아나운서

<저널리즘 토크쇼J>의 이상호 KBS 아나운서 ⓒ KBS

 
- 클로징 멘트가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에서 "언론개혁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로 바뀌었어요.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요.
"시즌1과 차별화 하겠다는 건 아니고요. 같은 맥락 선상에 있는 얘기예요. 시즌2로 바뀌면서 언론 비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시즌1이 끝나고 휴식기에 <저널리즘 토크쇼 J> 이제 없어진 거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만약 진행자도 바뀌지 않고 계속 같다면 그 슬로건을 계속 썼을 거예요.

시즌2인데 <저널리즘 토크쇼 J>이라는 제목도 바꾸지 않았죠. 시즌제로 가는 이유는 매주 제작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번아웃'이 찾아올 수도 있고 관성이나 타성에 젖어들 수도 있어요. 비판의 시각이 무뎌질 수도 있고,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할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우려 섞인 (주변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그래서 시즌제로 가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개혁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건 보다 외연을 넓히고 조금 더 오래 지치지 않고 함께 가보자는 의미로, 제작진과 상의해서 선택했어요."

- 아나운서께서 생각하시는 언론관은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진보 언론 같은 경우에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않거든요. 기성화 됐고 타성에 젖었고 현장 취재도 많이 하지 않고요. 열악한 상황을 이해하지만 초심을 많이 잃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언론이 많이 생겨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전제는 다양한 언론이 생기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받아쓰기는 안 된다는 거죠. 그 사람들이 언론에게 찾아오지 않으면 언론이 가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렇게 하지 않는 언론이 많은 거 같아요. 앞으로 언론관은 제가 진행하면서 많이 바뀔 거 같아요. 바뀐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냥 표현이 바뀔 뿐이지 지금 제가 말씀드린 그 안에서의 생각은 많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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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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