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스프링 캠프를 치르고 있는 KIA 타이거즈가 주장을 선임하면서 KBO리그 10구단의 주장 선임이 모두 마무리됐다. 타이거즈의 제19대 주장이 된 선수는 KIA 투수 최고참이 된 양현종이었다.

KIA는 15일(이하 한국 시각)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양현종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KIA는 지난 해 안치홍(롯데 자이언츠)이 주장을 맡았으나 안치홍이 FA로 이적한 이후 새로운 주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롭게 부임한 맷 윌리엄스 감독은 스프링 캠프를 치르는 동안 베테랑 선수들을 지켜봤다. 선수들 중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을 찾아본 결과 투수들 중 최고참이 된 양현종이 적합한 인물로 결정된 것이다.

타자들 훈련까지 챙긴 투수 양현종, 타이거즈 제19대 주장 낙점
 
 KIA 양현종

KIA 양현종 ⓒ 연합뉴스

 
양현종이 주장이 된 경위는 다른 요소에 있지 않았다. 양현종에게는 습관이 되었던 일정한 행동 때문이었다. 보통 투수조와 야수조는 다른 시간대에 훈련을 하는데, 양현종은 투수조 훈련이 끝난 뒤 훈련장에 남아 야수조의 타격 훈련을 지켜봤다.

양현종은 젊은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인맥 관리의 달인으로 유명했다. 젊은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선수나 지도자들을 잊지 않고 챙기는 모습들은 종종 있었다. 등번호 54번 역시 입단 동기 이준수(2008 방출)의 번호를 이어 받은 번호이며 모자에 새긴 DH는 암으로 요절한 친구 이두환을 기리는 뜻이다.

양현종은 젊은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칸베 토시오 코치를 은사로 생각하며 꾸준히 챙겼다. 2017년 한국 시리즈 때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 초대하여 은사 앞에서 122구 1-0 완봉승을 거두며 감사를 표시한 적도 있다. 통산 100승을 거뒀을 때는 젊은 시절 친하게 지내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호세 리마를 추모한 적도 있다.

과거의 인연에만 매달리지 않는 것도 양현종의 훌륭한 인성을 볼 수 있다. 윤석민이 은퇴하면서 KIA 투수들 중에서 최고참이 된 만큼 다른 후배 선수들을 모두 챙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투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함께 뛰는 타자들도 모두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최근 KBO리그 선수들의 팬 서비스가 소홀하다는 팬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양현종 만큼은 예외다. 2017년 KIA가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을 때도 그는 여자 가수의 춤을 추겠다고 했던 공약을 지켰을 정도다. 팬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선수단의 대변인 역할을 맡기에 충분한 선수였다.

습관처럼 몸에 밴 양현종의 행동은 선수단에 합류한지 오래되지 않은 윌리엄스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이에 윌리엄스 감독은 2주 동안 지켜본 다음 바로 양현종을 주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양현종은 해태 시절을 포함한 타이거즈의 역사상 제19대 주장이 됐다. 타이거즈에서 투수가 주장을 맡은 것은 1998년 이강철(현 kt 위즈 감독)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타이거즈의 투수 주장은 이강철과 양현종 둘 뿐으로, 모두 타이거즈의 역사 한 획을 그었던 투수다.

팀을 넘어 리그의 역사를 쓰고 있는 투수, 책임감 커진 양현종

양현종은 타이거즈 역사상 다승 3위에 올라있는 투수이자 타이거즈 왼손 투수로서 최다승을 달성한 투수다. 타이거즈에서 양현종보다 승리를 많이 거둔 투수는 이강철 감독(152승 중 타이거즈에서 151승)과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타이거즈 시절 146승 132세이브) 뿐이다.

다승 역대 5위 배영수(현 두산 베어스 퓨처스 보조 투수코치)가 2019년 시즌을 마치고 138승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다승 역대 6위 양현종이 현역 최다승 투수가 됐다. 현재 136승을 기록하고 있는 양현종은 해외리그 경험 없이 오로지 한 팀에서만 뛴 투수로 기준을 한정했을 때 송진우 코치(210승)와 정민철 단장(161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뒀다.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이 양현종을 1승 차이로 추격하고 있지만, 이전까지 윤성환의 승리가 많았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양현종이 순위를 뒤집었다. 윤성환의 나이와 김광현(134승)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을 감안하면 양현종이 KBO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간다는 전제 하에 다승 순위를 다시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KIA에서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양현종이지만, 양현종은 현 시점에서 KBO리그 투수 역사를 앞장서서 쓰고 있다. 동갑내기 라이벌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되면서 현재 KBO리그 투수 역사를 사실상 혼자 책임지고 있다.

또한 양현종은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2번째 FA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지난 FA 계약 당시에는 해외 진출과 국내 잔류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다가 다년 계약 대신 단기 계약으로 잔류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외 진출 희망하는 양현종, 개인적으로도 중요하다

현역 다승왕에 최다 탈삼진(1524)을 기록하고 있는 양현종은 올 시즌에도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15년 184.1이닝, 2016년 200.1이닝, 2017년 정규 시즌 193.1이닝, 2018년 184.1이닝 그리고 2019년 184.2이닝 등을 소화하며 최근 5년 동안 내구성에서는 리그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FA를 앞둔 양현종은 2020년 또 한 번의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KIA와 재계약한 첫 해였던 2017년 20승에 정규 시즌 및 한국 시리즈 MVP를 모두 석권하면서 만들었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또 한 번 재현할 수도 있다.

다만 주장을 맡게 되었기 때문에 본인이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바빠지게 됐다. 주장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더라도 다른 선수들을 모두 챙기면서 코칭스태프들과도 소통하는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한다.

보통 투수들은 자신의 경기를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예민한 보직인데 다른 선수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주장은 팀의 성적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껴 본인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큰 양현종은 이를 감수하겠다는 선택으로 보인다.

KIA는 지난 시즌 초반에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하면서 감독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지난 시즌이 팀을 재건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다시 한 번 도약해야 하는 시간이며 향후 세대 교체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양현종의 해외 진출 여부, 변수는 팀의 상황

그러나 양현종이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앙현종은 첫 FA 때도 요코하마 디엔에이 베이스타즈와 계약 협상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끝내 KIA와 재계약을 선택했던 적이 있었다.

4년 계약을 할 수도 있었지만, 양현종이 1년 계약을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1년이 지난 뒤 양현종이 해외로 가고 싶을 경우 팀에서 보내줄 수 있게 FA가 아닌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는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그 2017년에 양현종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KIA에게 한국 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안겨줬다. 팀에서 존재감이 너무 커지면서 또 한 번 재계약을 맺게 됐다. 한국 시리즈(10이닝)를 포함하여 2017년에 203.1이닝을 던진 양현종은 2018년에 아시안 게임(12이닝)과 와일드 카드 결정전(4.1이닝)까지 또 200.2이닝을 던졌다.

2019년에는 시즌 초반 출발이 너무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 평균 자책점이 8.01까지 상승했지만, 그 이후 승리를 거듭하면서 평균 자책점 2.29를 기록하면서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 최고의 시즌을 또 만들었다.

FA 자격 행사 이후 처음 2년 동안 양현종은 팀을 위해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다. 그 이후에는 팀 성적이 위태로워지면서 양현종이 없으면 팀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 결국 4년 동안 양현종은 팀을 위해서 희생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주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사실 KIA는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들 이외에 확실한 선발투수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KIA가 양현종의 해외 진출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쉽게 놓아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을 많이 챙기는 양현종의 성격도 KIA 한 팀을 위해 던지는 상황을 만들게 됐다.

FA 재자격까지 시간이 남아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쳤던 김광현과는 다르게 양현종은 FA 자격을 얻으면 해외 진출에 있어서 자유롭게 협상하여 계약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선수들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한 양현종이 올 시즌 KIA에 어떻게 공헌할지, 그리고 다음 겨울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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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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