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한 장면.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한 장면. ⓒ (주)랠리버튼

 
돈은 사람을 얼마나 타락시킬 수 있을까. 자본주의를 둘러싼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룬 영화 <기도하는 남자>가 개봉 전부터 화제다. 
 
영화는 극한의 상황,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한다. 주인공이 개척교회 목사인 데다, 영화 예고편에 십자가를 바닥에 던져 부수는 장면이 들어가면서 일각에선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제작진은 영화의 핵심 내용이 종교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강동헌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부터 의미심장한 손동작까지, 세세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는 대부분 의미가 압축된 것들이다. 영화는 대사보다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상황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보, 돈 좀 있어?"
"얼마나 필요한데?"
"30만 원만..."
"하아... 알았어. 한 번 구해볼게."

 
돈이 필요하단 아내 정인의 말에 태욱은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새벽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첫차만 기다린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산다. 태욱은 첫차가 뜰 때까지 말없이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고개만 숙이고 있다. 하루하루가 고난의 시간이지만 태욱은 언젠가 삶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정인 역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그렇게 근근이 살아가던 중 태욱은 장모(남기애)가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살 가능성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극한의 상황 속에 태욱과 정인은 장모의 수술비 5000만 원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쉽지 않다. 
 
태욱의 경제 사정을 뻔히 다 알고 있는 장모는 수술비 따윈 구할 필요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태욱과 정인처럼 장모 역시 대사가 많지 않다. <기도하는 남자>는 어떤 상황을 대사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를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배우들이 목소리가 아닌 표정과 상황으로 관객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기 때문이다. 
 
세 인물은 5000만 원이라는 돈에 의해 자신의 일상을 위협받게 된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점점 더 늪으로 빠지게 된다. 
 
악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한 장면.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한 장면. ⓒ (주)랠리버튼


영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각각의 인물들이 노골적인 '악마의 유혹'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태욱은 우연히 신학대학 시절 후배 동현(김준원)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다. 동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부유한 교회로 호의호식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태욱은 외도 사실을 비밀로 하겠다는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하는 방법을 떠올리지만,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진 못한다. 
 
악마의 유혹은 태욱에게만 온 것이 아니다. 정인에게 어머니 수술비 5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대학 시절 동기 수호(오동민)는 선뜻 빌려주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대학 시절 정인을 흠모해왔던 수호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하룻밤 잠자리를 요구한다. 
 
영화는 태욱과 정인에게 악마의 유혹을 제시한 두 사람이 과거에는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들이 성욕, 물욕, 권력욕의 노예가 되어 점점 나쁜 색이 물들었을 뿐이라는 사실 또한 주지한다. 
 
<기도하는 남자>의 특징은 또 있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종교에 연관이 되어있고 또 동시에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자본을 이용하거나 자본에 의해 이용당하느냐를 기준으로 조금씩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강 감독 역시 입체적인 등장인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기도하는 남자>의 연출을 맡은 강동헌 감독은 첫 단편 영화 <애프터 세이빙>(2001)으로 제31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감독으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두 번째 연출작 <굿나잇>(2009)으로 제46회 대종상 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거머쥐더니 이번에는 첫 장편 영화 <기도하는 남자>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제23회 부산 국제 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기도하는 남자>가 초청상영되면서 개봉 전부터 영화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한 장면.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한 장면. ⓒ (주)랠리버튼

 
한편 영화는 오는 20일 개봉이다.
 
한 줄 평 : 배우 박혁권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별 점 : ★★★☆(3.5/5)


 
영화 <기도하는 남자> 관련 정보
제목 : 기도하는 남자
감독 : 강동헌
출연 : 박혁권, 류현경, 남기애
장르 : 드라마
제작 : 스튜디오 호호, 영화사 연
공동제작 : 클리어마인드 스튜디오
배급 : ㈜랠리버튼
러닝타임 : 95분
관람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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