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남자> 포스터

<기도하는 남자> 포스터 ⓒ (주)랠리버튼


한 대의 중형차가 서부 영화에 등장할 법한 황무지를 지나간다. 창문이 열리고 옷을 하나둘씩 창문 밖으로 내던진다. 이윽고 열린 차문으로 팬티만 입은 남자가 내동댕이쳐진다. 이 도입부는 무언가 범죄 스릴러 장르 영화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헌데 그 다음 장면과 이후의 전개를 보면 점점 더 호기심이 생긴다. 팬티만 입고 내동댕이쳐진 그 남자가 너무나도 마음 착한 목사이기 때문이다.

태욱(박혁권)은 개척교회 목사다. 신도가 채 10명이 넘지 않는 조그마한 교회를 운영 중인 그는 빚 때문에 허덕이며 돈을 빌린 친구의 연락을 받지 못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밤이면 대리운전을 뛰는 그에게 아내 정인(류현경)은 장모의 수술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 금액은 무려 5천만 원. 빚만 가득 있는 교회와 대리운전으로 버는 돈을 해봐야 수술비를 댈 수 없다. 태욱은 고민에 빠진다.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주)랠리버튼


이런 고민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정인 역시 마찬가지다. 남편이 어디 가서 돈을 빌리지도 못할 뿐더러 설령 그 돈을 빌린다 하더라도 갚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두 사람 앞에 나쁜 유혹이 등장한다. 태욱은 우연히 신학대학 후배 동현을 만나고 그가 대형교회 목사인 아버지 뒤를 이어 부유하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자존심을 굽히고 동현에게 돈을 부탁하고자 한다.

정인은 대학시절 그를 짝사랑했던 친구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선뜻 돈을 다 빌려주겠다는 친구는 예기치 못한 제안을 한다. 남편을 생각하면 절대 허락할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며 마치 자신이 죽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인 것처럼 행동하는 어머니를 볼수록 정인의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주)랠리버튼


특히 열심히 신앙에 의지하며 살아온 태욱과 정인 부부에게 닥친 유혹은 가슴 아프다.
아버지의 뒷배로 성공해서 남의 인격을 짓밟는 사람들은 이들의 우위에 서 있다. 이런 영화의 모습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삶의 아이러니와 고난을 보여주며 공감을 유발한다. 올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 비열하고 저급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는 이들을 본다면 자신의 길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주님을 향한 마음 하나로 열심히 교회를 개척해 온 태욱은 이런 현실에 더 큰 좌절을 겪는다. 마태복음 6장 13절 말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를 외치지만 주님의 음성은 들리지 않는다.

왜 신념을 지니고 열심히 살아온 이들이 더 고난과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모으는 방법에 상관없이 돈이 많으면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며, 없는 사람은 힘겨운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닌 돈에 관한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영화는 예상 밖의 전개를 선보인다.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주)랠리버튼


여전히 주를 섬기지만 점점 악한 마음을 품게 되는 태욱의 변화는 점점 그를 예기치 못한 인물로 만든다. 드라마 장르 안에 범죄와 스릴러의 요소를 절묘하게 접목시킨다. 여기에 태욱뿐만 아니라 정인의 심리적인 변화 역시 심도 높게 그려내며 집중력 있게 극을 이끌어 나가는 저력을 보여준다.

<기도하는 남자>는 종교영화보다 더 확장된 시야를 지닌 인생영화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삶에서 지니는 신념의 가치와 의지를 무너뜨리는 돈의 존재와 그 돈 때문에 잘못된 유혹에 빠지는 부부를 통해 삶이 지닌 아이러니를 조명한다. <펀치>,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박혁권과 <오피스>에서 인상적인 감정연기를 선보인 류현경의 조합은 이 영화의 심도 높은 주제의식을 잘 표현해내며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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