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출범 이래 2부 리그가 이 정도로 축구 팬들로부터 화제와 관심을 모았던 시기가 또 있었을까. 2020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2가 1부리그를 뛰어넘는 역대급 경쟁을 예고하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K리그 각 구단이 새 시즌을 위한 담금질이 한창인 가운데, 다음 시즌 1부 리그 승격을 노리는 K리그2도 여러 구단의 수장들이 대폭 물갈이되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인지도와 명성을 갖춘 거물급 감독들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K리그2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장 주목을 받는 구단은 올 시즌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대전하나시티즌이다. 대전은 '2002 월드컵 영웅' 황선홍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일약 화제의 중심에 섰다. 황선홍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2013년 포항스틸러스를 이끌며 리그와 FA컵 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황선홍 감독은 2016년 후반기부터 지휘봉을 잡은 FC서울에서도 리그 우승을 거뒀으나 2018년에는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임하는 아픔도 겪었다. 2019년에는 중국 프로축구 연변 푸더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구단의 해체로 인해 한 경기도 치러보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했다.

황 감독은 현재 K리그 1, 2를 통틀어 나이 서열은 4위지만 프로 감독 연차로는 단연 1위일 만큼 베테랑 감독이 됐다. 하지만 2부리그는 첫 도전이다. FC서울 시절 전술운용의 경직성이나 선수 장악력에서 의구심을 자아냈던 황 감독에게 있어서 대전행은 명예회복의 무대이기도 하다.

황 감독과 함께 또 다른 2002 월드컵 영웅인 설기현 감독은 경남FC에서 '초보 감독'으로 첫 도전에 나선다. 지난 시즌 강등의 아픔을 겪었던 경남은 예상을 깨고 프로 감독 경험이 전무한 설기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설기현 감독은 성균관대학교 감독과 축구 국가대표팀을 코치를 거친 후 지난 시즌 성남의 전력강화실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과 프런트에서 두루 경력을 쌓았다. 동시대에 활약했던 전북의 현역 최고령 선수 이동국과는 동갑이다.

설 감독은 2000년대 한일월드컵 세대가 배출한 선수중에서는 '첫 유럽파 빅리거 출신' K리그 감독이 됐다. 설 감독은 현역 시절 벨기에 리그를 거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 레딩, 풀럼 등에서 활약했다. 설기현에 앞서 현역 시절 유럽 상위 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K리그 지도자는 차범근(독일), 허정무(네덜란드) 정도에 불과하다. 설기현 동시대를 대표하는 유럽파 출신 이영표나 박지성, 안정환등이 모두 지도자가 아닌 행정가나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비하여, 정통파 엘리트 지도자로서의 코스를 걸어가고 있는 설기현이 풍부한 유럽축구 경력을 통하여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지도자로서는 K리그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2019 U-20 월드컵을 준우승 신화를 이끌었던 덕장 정정용 감독은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꼴찌에 그쳤던 서울 이랜드의 지휘봉을 맡아 프로무대 도전에 나선다. 정정용 감독은 그간 축구협회의 유소년 전담지도자로서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두루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프로 감독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랜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축구 이랜드 푸마는 정정용 감독이 현역 시절을 보낸 친정팀이기도 하다.

이랜드가 기대하는 것은 그동안 청소년 대표팀에서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소통에 능력을 보인 정 감독을 통하여 팀을 리빌딩하는 것이다. 비교적 조용했던 선수시절보다 오히려 지도자로서 축구인생의 뒤늦은 전성기를 맞이하고있는 정정용 감독의 마법이 꼴찌팀 이랜드에서도 통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승격 청부사' 남기일 감독은 최근 성남을 떠나 지난 시즌 '다이렉트 강등'의 아픔을 겪은 제주 유나이티드로 자리를 옮겼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제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남기일 감독을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하며 1부 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다. 남기일 감독은 그동안 K리그2에서 광주FC와 성남을 각각 1부리그 승격과 잔류로 이끌며 중하위권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끄는데 최적화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밖에 시민구단 수원FC와 안산 그리너스는 각각 김도균 감독과 김길식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전남 드래곤즈도 전경준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K리그2 10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 구단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기존의 지휘봉을 유지한 것은 전경준 감독을 비롯하여 김형열 안양 감독, 송선호 부천 감독, 박동혁 아산 감독까지 4명이다.

K리그2 각 구단은 저마다 승격을 다음 시즌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2020년 겨울 1부리그 승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구단은 최대 2팀 뿐이다. 2019시즌 광주의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지 않았듯 2부리그는 1부보다도 전력의 변수가 많다. 2부리그를 처음 경험하거나 프로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신임 감독들에게는 적응기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인지도와 능력에서 검증된 유명 스타급 감독들의 등장은 다음 시즌 K리그2의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흥행요소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1부 리그보다도 더 재미있는 2부 리그의 승격 전쟁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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