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의 운영과 지원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접 현장을 체험한 당사자들의 입으로 대표팀의 실태를 폭로하는 것이라 변명의 여지도 없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박지수는 지난 11일 최근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2년만의 본선티켓을 따내고 귀국한 기자회견장에서 대표팀의 열악한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지수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아실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며 "지금껏 태극마크를 달고 뛴 무대에서 처음으로 창피하다고 느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승리했지만 주전 선수들의 혹사 논란에 휘말린 영국전과, 큰 점수차로 완패한 스페인-중국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박지수는 이웃 나라인 일본-중국의 대표팀 운영과 비교하기도 했다. "일본-중국은 1년 동안 모여서 대표팀을 훈련하며 외국팀과 친선경기도 자주 치른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우리끼리 연습경기를 하거나, 남자 선수들과 경기해야한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한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번에 올림픽까지 출전하게 됐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오지 않으려면 대표팀에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대표팀 막내인 박지수가 대표팀의 문제점에 대하여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큰 이슈가 됐다. 많은 팬들은 권위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농구계에서 이문규 감독-방열 대한민국 농구협회장 등도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부담을 무릅쓰고 소신을 밝힌 박지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자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표팀 시절 상대팀 닥터에게 치료를 받았던 황당한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지수의 발언이 한창 농구계 이슈가 되었던 지난 13일 삼성과 원주 DB의 프로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은 자신의 현역시절에도 국가대표팀에 지원이 열악했던 것을 회상하며 하나의 에피소드를 꺼냈다. 이 감독은 "트레이너, 팀닥터도 없이 단장과 코칭스태프, 선수들만 국제대회에 참가했다"며 "일본과의 경기 중에 다쳤는데 창피하게도 우리 팀에 의료진이 없어서 일본 팀닥터들에게 치료를 받았다. 상대 팀인데도 고맙게 정성껏 치료해주더라"고 옛 추억을 회상했다. 이 감독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05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한 바 있다.

현재 프로농구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꼽히는 허훈(부산 KT소닉붐)은 14일 자신의 SNS에 국가대표팀의 교통수단으로 쓰이는 버스를 공개하여 화제를 모았다. 최근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에 출전할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허훈은 동료들과 함께 대표팀 소집장소인 진천선수촌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탑승한 버스를 공개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수준에 팬들은 실소를 금치못했다.

마을버스 수준의 아담한 버스는 거구의 농구 선수들이 발도 마음 편히 뻗지 못할 정도로 작고 아담했다. 허훈은 "진천 가는 버스 클라스"라는 글과 짧은 영상 여러 개를 올리며 우회적으로 대표팀의 열악한 지원 상황을 꼬집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불과 몇 년전에도 국제대회 출전 당시 일부 선수들이 이코노미 클래스를 배정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밖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현지에서 손빨래를 하거나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던 사실도 폭로됐다. 당시에도 방열 회장을 비롯하여 농구협회 수뇌부는 빗발치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했다.

이상민 감독과 박지수, 허훈은 한국농구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90년대나 신세대 선수들이 활약하는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표팀을 지원을 둘러싼 문제점이 세대를 넘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장면이다.

물론 더 열악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농구가 꿋꿋하게 성적을 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소속팀에서 억대 연봉과 전문적인 관리를 받던 프로 선수들에게 정작 국가대표에서는 아마추어만도 못한 수준의 한심한 대우를 하면서도 그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나 투혼만을 강요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대표팀 운영을 책임져야 할 농구협회의 무능과 가난함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늘 똑같은 핑계를 대면서도 발전이 없다는 건 협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한다. 현 방열 회장이 농구협회 수장으로 취임한 것만 따져도 벌써 8년째다. 사실 대표팀을 둘러싼 각종 문제점이 지적된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도,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대안조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농구협회가 대표팀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KBL이나 WKBL에 대표팀 운영에 대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게 옳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으면서 변화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한 줌도 안되는 기득권에 대한 꼰대들의 집착일 뿐이다.

또한 박지수나 허훈 같은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의사 표현을 솔직하게 드러내거나 용기 있게 '쓴소리'를 하는 것을 귀담아들어야할 필요가 있다. 이 선수들의 합리적이고 당연한 문제 인식을 사소한 불평이나 어른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발전은 없다. 국가대표라면 국가대표답게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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