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익스프레스(아래 갤익)는 한국을 대표하는 3인조 록밴드다. 자타공인의 라이브 실력으로 팬들 사이에서 '탈진 로큰롤', '땀파티'란 명성을 자랑한다. 그들의 공연을 보다보면 탈진할 만큼 땀을 흘리기 때문이다. 미국 투어를 두 차례나 다녀왔고, 주인공으로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두 편이나 된다. 한국의 록 팬이라면 아마 '갤익'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 독자 가운데선 갤익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게 한국 인디 록밴드가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설명을 보태면 다음과 같다. 갤익은 2006년 결성된 3인조 록밴드로, 확실한 라이브 실력이 강점이다. 2010년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출연해 인디 록 밴드의 현실을 알렸다. 이후 록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여러 편 제작돼, '락큐멘터리' 시대를 연 작품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후 갤릭의 미국 투어공연 이야기를 담은 <반드시 크게 들을 것2>에서는 단독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조이예환 감독은 지난해 8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빛 아래서>의 연출자다. 이 작품은 서울 홍대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한국 록밴드의 현실을 담은 작품으로,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 등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안지는 <불빛 아래서>에 등장하는 웨이스티드 쟈니스 프론트맨이다. 2013년 첫 EP 앨범을 낸 이래 데뷔 8년째를 맞은 그녀는 스스로를 갤익의 팬이라고 말한다.

지난 12일 서울 홍대 모처에서 조이 감독, 안지와 함께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야말로 뜨거운 자리였다. 어쩌면 한국 록 음악 역사의 한 귀퉁이쯤에는 적힐 만한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1, 2편의 주인공이었던 갤익 멤버들과 그 뒤를 잇는 <불빛 아래서>의 조이예환 감독, 출연자 안지의 만남이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록밴드 다큐 산 증인들을 만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주연한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제작발표회 현장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주연한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제작발표회 현장 ⓒ 인디스토리

 
조이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오랜 록 음악의 팬인 그는 록 음악의 성지인 홍대에 두 번의 전성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중 두 번째 전성기가 2008년이었다고. 이때 나온 밴드가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브로콜리 너마저', '검정치마'라고 했다. 조이 감독은 "갤익이 이런 밴드 사이에서 부흥기의 한 축을 담당했다"며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라이브 퍼포먼스와 꾸준함으로 개중 '해비니스(Heaviness)'를 맡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주현씨(보컬·베이스)와 박종현씨(보컬·기타)는 겸손하게, 그러나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아는 사람들"이라며 "같이 공연도 많이 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2>는 갤익의 첫 미국투어를 다룬 정통 뮤지션 투어 다큐멘ㅌ리다. 당시로선 흔치 않은 록밴드의 해외 투어, 특히 록의 변방인 한국 밴드가 본고장이라 불리는 미국 투어에 나섰다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 태어난 걸까? 이주현이 먼저 설명했다.

"백승화라는 친구가 있었다. '타바코쥬스'에서 드럼 치던 친구인데 영상도 찍고 하니까 우리가 먼저 꼬셨다. 카메라만 들고 가면 되지 않겠냐고. 잘 하면 뮤직비디오 하나쯤 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이주현)

박종현이 이어받는다.

"형이랑 한국 옛날 얘기하다가 신중현 이런 분이 활동하던 시절 영상이 별로 없지 않냐 하는 말이 나왔다. 그때는 투어도 별로 안 갔었고. 우리가 그런 거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누군가는 낄낄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승화한테 연락이 갔다."(박종현)

결과적으로 백승화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시리즈를 거쳐 한국 영화계의 떠오르는 신예가 됐다. 2016년엔 심은경이 주연한 <걷기왕>도 연출했다. 적지 않은 팬들이 여전히 그의 대표작으로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연작을 꼽는다.

아무튼 영화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영상과 음악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던 백승화 감독을 꼬드기는데 성공하며 만들어졌다.

"우린 큰 밴드, 알려진 밴드 아냐"
 
 갤럭시 익스프레스 라이브 공연 모습.

갤럭시 익스프레스 라이브 공연 모습. ⓒ 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렇다면 투어는 어떻게 된 걸까. 홍대 신에서 '잘 나가는' 갤익이지만 미국 내에서 계속 공연을 잡아야 하는 투어는 쉽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박종현이 답했다.

"완전히 우연이었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뮤직 페스티벌) 공연이 큰 이벤트였는데, 여기서 우릴 본 사람이 방송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고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며 공연이 이어졌다. 클럽 공연은 이메일로 미리 잡아놓기도 했는데 우연이 겹치며 공연이 계속된 것이다."

첫 투어는 성공적이었고, 이들은 이듬해 다시 투어를 떠나 14개주 40개 도시를 돌며 한국 록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영화에 담긴 갤익의 투어는 일종의 점령기처럼도 보인다. 현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한국 록밴드가 록의 중심지를 맹폭하는, 최배달이 가라테 도장을 연달아 박살내고 다니는 이야기가 꼭 이랬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모든 공연이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다. 관객 반응부터 공연장 상태까지 모두가 그랬다. 박종현이 말한다.

"사실 반응이 좋았던 적도 있고 안 좋았던 적도 있는데 좋아했던 사람들은 '너네 되게 화끈하다'고 말했다. 여러 군데를 다녔는데 어디선가는 창고 같은 데서 공연한 적도 있었고, 공연장이 아닌 마당 같은 곳에서도 한 적이 있다."

이주현이 말을 받았다.

"피자집 지하는 확실히 기억난다. 사실 지금 한국에서도 사람들 발 밑에서 공연을 한다. 그래서 공연장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큰 밴드 아니고 알려진 밴드 아니니까."

갤럭시 익스프레스쯤 되는 밴드도 이렇게 말한다. 겸손이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밴드라야 큰 밴드, 알려진 밴드가 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갤익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영화를 보면 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단 한 번 공연으로 열정적인 팬들이 생기고, 어디서 알았는지 직접 '갤익 머천다이즈'를 제작해 꾸미고 온 팬도 등장한다. 그 중 기억나는 사람도 있을까.

박종현이 답한다. "가끔 꾸준히 연락했던 사람 중에 독립영화 감독님이 계셨다. 교포같은데 가끔 이메일이 왔다. 뉴욕공연에서 만났던 분이다."

듣던 이주현이 반박했다. "독립영화 아니다. 송혜교씨 주연으로 영화 만드신 분이다."

<패티쉬> 등을 연출한 손수범 감독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는 갤익은 물론 한국 록음악 팬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우리는 열심히 안 하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란 명대사를 남긴 1편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무튼 그렇다.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는 특이한 행동도 했다. 안지가 말한다. "'반크들봇'이라고 있다. 트위터에서 영화 속 대사를 꾸준히 올려주는데 올라오면 제가 항상 하트를 날려주고 있다. 작년까지 계속됐다. 영화가 끝난 지 벌써 몇 년이 됐는데도..."

이주현이 설명한다. "아마 영화 홍보차원에서 시작했는데 홍보기간이 끝난 줄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만하라는 명령을 안 드려서..."

아쉽게도 전할 방법은 따로 없는 듯하다. 전쟁이 끝난 걸 알지 못하는 군인들이 수십 년 간 숨어살다 발견되듯이. 아무튼 대단한 일이다.

영화는 멈췄지만 인생은 계속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 뒷풀이. 왼쪽부터 조이예환, 안지, 기자, 박종현, 이주현.

갤럭시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 뒷풀이. 왼쪽부터 조이예환, 안지, 기자, 박종현, 이주현. ⓒ 김성호

 
갤익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잖은가.

이주현은 이렇게 말한다. "'백승화 감독이 천재구나' 생각했다. (여행에선) 재밌었던 게 없었는데 (영화가) 재밌게 나와서 놀랐다. 사실 1편이 승화가 몇 년 동안 카메라 들고 다니다가 마침내 완성한 작품이다. 그때 이걸 끝내는 걸 보고서 '이 친구가 정말 대단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안지가 이어 말한다. "저희 때 활동하던 친구들은 꽤 많이 외국에 나갔는데, 그 친구들이 (우리를) 많이 부러워한다. 자기들도 영상 남겨놓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저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백승화와 조이예환의 다큐멘터리는 작게는 추억이, 크게는 역사가 됐다. 그 추억과 역사를 만드는 건 밴드고 그들의 공연이며, 삶이다. 2020년 이들은 또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까. 그걸 지켜보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http://www.podbbang.com/ch/7703)'에서 다양한 영화이야기를 즐겨보세요.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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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 진행 / 인스타 @blly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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