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 ⓒ CJ 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봉준호 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행태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21대 총선 자유한국당 대구지역 출마자들은 봉준호 마케팅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작 집권 여당이었던 시절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들을 배제하고 차별한 행태에서 대해서는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아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2018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펴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백서'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처음 오른 것은 현 자유한국당이 집권했던 이명박 정부 초창기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문화권력'이 '좌파'에게 쏠려 있기 때문에 이를 '우파'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과 방침을 갖고 있었다. 문화정책에 있어 9년 집권의 기조가 비슷했던 이유다.
 
반미 및 정부 무능 부각시킨 <괴물>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8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내용 중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8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내용 중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8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을 보면, '문화권력이란 순수 예술활동보다는 문화를 수단으로 하여 일정한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념 지향적 세력을 의미'하는데 주로 '좌파에서 조직적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내용이 있다.
 
이중 '영화 분야'의 정리 내용을 보면, '그간 이루어진 좌파의 문화권력화 실태'에 대해서는 '문화부→위원회・국립문화기관→시민단체로 이어지는 조직구조'를 정립시켜 '예산, 사업 등 제도권의 수단'을 통해 세력을 확대했고, '예산지원을 민간, 좌파인사들이 주도하기 위해 민간 중심위원회(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영화진흥위원회)를 구성, 좌파 문화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했다'고 기재돼 있다.
 
또 '문화를 통한 국민의식 좌경화' 항목에는 '대중이 쉽게 접하고 무의식중에 좌파 메시지에 동조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인 영화를 중심으로 국민의식 좌경화 추진'이라 기술돼 있었다. 이 부분의 예시로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킨 <괴물>, 북한을 동지로 묘사한 <JSA>, 국가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한 <효자동 이발사> 등을 지속적으로 제작・배급'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의 흥행작이었던 <괴물>에 대한 당시 이명박 정권과 집권세력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국정원이 발표한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내 정부비판세력 퇴출 件’ 조사 결과 중 일부

2017년 국정원이 발표한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내 정부비판세력 퇴출 件’ 조사 결과 중 일부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개혁위의 적폐청산 TF의 2017년 9월 발표에 따르면 문화계, 영화감독, 배우, 방송인, 가수 군으로 구분되어 강성 성향 69명과 온건 성향 13명 등 총 82명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관리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여균동, 김동원, 박광현, 장준환 등의 영화감독과 2006년 5월 민노당지지 선언 참여 양윤모 등 총 52명이 강성으로 분류되어 있다. 여기에는 감독들 외에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 등 8명의 배우도 포함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 시기 영화인 52명은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여균동, 김동원, 박광현, 장준환, 양윤모, 김경형, 정윤철, 오지혜, 변영주, 윤인호, 박진표, 김대승, 김지운, 권칠인, 권병길, 황철민, 공미연, 김태용, 류승완, 신동일, 이윤빈, 조성봉, 최진성, 최태규, 김조광수, 김동현, 김선화, 김태완, 김화범, 남태우, 맹수진, 민병훈, 박광수, 손영득, 송덕호, 안현주, 유창서, 원승환, 이지연, 이지형, 이송희일, 이찬현, 장현희, 장형윤, 조영각, 최송길, 최유진, 최은정, 함주리 등이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함께 독립영화 피디와 감독, 단체 활동가들이 망라돼 있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들어 있던 이창동 감독의 경우 2010년 <시>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 신청 당시 일부 심사위원에게 0점을 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민노당 당원, B등급
 
‘문예계 주요 左성향 인물현황’ 중 영화 분야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4년 3월 국정원이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제출한 문제인물 리스트

▲ ‘문예계 주요 左성향 인물현황’ 중 영화 분야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4년 3월 국정원이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제출한 문제인물 리스트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국정원 개혁위 '적폐청산 T/F'가 2017년 10월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4년 3월 19일 국정원이 「문예계 내 좌(左)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 제하의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문제 인물 249명의 리스트(문예계 주요 左성향 인물 현황)을 언급했는데 이중 영화인이 104명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도 다수의 영화인들과 함께 영진위 직원들도 포함돼 있는데, 봉준호 감독은 특이사항에 '민노당 당원'으로 기재돼 있고 'B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봉준호 감독이 박근혜 정권에 의해 직접적인 배제와 차별을 당한 것이 확인된 건,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였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파리 '포럼데지마주' 때였다. 한국과 서울의 다양한 풍광을 담은 대표적인 한국영화 76편을 프랑스 관객에게 상영하는 행사였고, 봉준호 감독도 초청대상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초청 배제를 시도했다.
 
당시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현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세종시 해외문화홍보원을 방문했는데, 국장과 사무관 및 주무관이 함께한 회의 자리에서 특정 영화 배제 및 봉준호 감독 초청 배제 지시를 받는다. 배제 사유로는 봉준호 감독이 2015년 2월 당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정부 관련 비판적인 발언을 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심사위원 자격으로 베를린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제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얘기인가"반문하며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부산시가 영화제의 원리, 원칙이나 역사를 정확히 이해 못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 중지 시도를 했던 2014년 부산영화제 직후의 일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외압은 황당한 코미디"라고 비판했고, "민주 국가에서 유례가 드문 상황이고 중국이나 이란이 아닌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까 해외 인사들이 당황하고 이해를 못하더라며 설명하기가 부끄러웠을 정도"라고 말했다.
 
 2016년 12월 블랙리스트 관련 기자회견에 함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나온 봉준호 감독

2016년 12월 블랙리스트 관련 기자회견에 함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나온 봉준호 감독 ⓒ 성하훈

 
이런 발언으로 박근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 <괴물>도 2013년과 2014년에는 해외 한국문화원 등에서 한두 차례씩 상영되기도 했으나, 2015과 2016년엔 해외 상영 사례가 없었다.
 
당시 해외문화홍보원장을 맡고 있던 인사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2014년 경 저작권 정책관으로 있을 무렵 실국장회의 석상에서 문화원에서의 영화 상영 때문에 청와대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는 있다"며 "2015년 해외 영화제를 할 때 청와대가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고, 2015년 이전에 (그런 사실들이) 문화원장들에게 공유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봉준호 감독 배제 지시를 거부했던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이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복성 인사를 당한 후 사직하게 된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기 자행된 이런 행위에 대해 일절 사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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