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구단이다.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데다 오랜 시간 동안 무수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상태다.

'유광점퍼' '스트라이프 유니폼' 등으로 대표되는 LG는 1990년대 '신바람 야구'를 펼치며 높은 인기를 뽐냈다. 원년 우승에 빛나는 두산은 2010년대 중반부터 단단한 왕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두산의 강함은 현재 진행형이다.

워낙에 인기가 좋은 두 팀인지라 소속 선수들은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못하면 그만큼 날선 비난도 감수해야하지만 팬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프로선수에게는 메리트가 더 크다. 어느 정도 성적만 낼 수 있다면 엄청난 팬층을 등에 업은 채 이름을 높일 수 있다.

오지환(30)과 김재환(33)은 스타가 많은 LG와 두산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힌다. 둘 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후 한 팀에서만 뛰어온 이른바 원클럽맨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팀 내 입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오며 이제는 소속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누구보다도 큰 팬들의 응원 역시 따르고 있다. 각각 LG와 두산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온전히 양팀의 레전드로 남기에는 2% 아쉬움이 따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각각 '병역특혜 의혹'과 '약물'이라는 씻기 힘든 주홍글씨가 새겨져있는 것이 그 이유다.
 
 '미스터 LG' 계보를 잇고있는 오지환

'미스터 LG' 계보를 잇고있는 오지환 ⓒ LG 트윈스 홈페이지

 
미스터 LG 후보 오지환, FA 성공작으로 남을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경기를 뛰는 LG선수들 사이에서 '미스터 LG'라는 칭호는 그야말로 최고의 훈장이라 할 수 있다. LG소속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는 선수라면 그보다 더 큰 영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LG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간판으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딱히 기준이 정해진 것도, 기록으로 나뉘는 것도 아니지만 팬심에서 팬심으로 이어져 시대별로 극소수 선수만이 영광을 가져갔다. 1990년 LG트윈스의 창단 첫 우승에 기여한 김상훈은 원조 '미스터 LG'다. 정교함과 일발 장타력을 모두 갖춘 장거리 타자였던 그는 필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날리며 LG팬들을 열광케 했다.

1994년 LG트윈스에 입단해 서용빈, 김재현과 함께 '신인 3총사'로 돌풍을 일으켰던 '꾀돌이' 유지현 역시 '미스터 LG'로 손색이 없다. 첫해 타율 0.305, 15홈런, 51도루를 기록, 공수겸장 유격수의 진면목을 과시했던 유지현은 센스 있는 리드오프로서 제 역할을 하면서도 장타력까지 갖춘 흔치않은 전천후 타자였다.

'적토마' 이병규 또한 해당 계보를 잇는 선수다. 좋은 사이즈를 앞세워 발 빠른 좌타외야수로 활약했던 이병규는 전형적인 배드볼 히터였다. 대다수 고타율 타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공을 골라때리는 성향이 크다. 반면 이병규는 눈에 보이는 족족 방망이를 휘두르는 적극성이 돋보였다.

그럼에도 워낙 맞추는 재주가 빼어나 아주 높게 들어오거나 낮게 들어오는 공조차 안타로 만들어내기 일쑤였다. 때문에 타율 자체는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볼넷, 출루율 등은 이름값만큼 높지 못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30홈런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장타력을 과시했으며 2003시즌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기 이전까지는 발도 빠른 편이었다.

박용택은 LG팬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전설이다. 단 한시즌도 리그의 지배자같은 포스는 남기지 못했으나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 선수생활을 길게 가져가며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만한 무수한 누적기록을 만들어냈다. 불혹을 넘어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간 끝에 최다안타 기록(2439개)까지 품에 안았다.

박용택의 뒤를 이어 '미스터 LG'로 자리매김할 가장 강력한 후보는 단연 오지환이다. 출루율이 높거나 타격이 정교한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파워를 바탕으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 중이다. 두자릿수 홈런도 심심치 않게 기록하는 등 중장거리 타자로 존재감을 굳혀가고 있다. 도루왕을 노릴 만큼은 아니지만 기동력 역시 준수하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공격력은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긴 시간 동안 LG 주전으로 활약중인 오지환은 별명이 많다. 때로는 치명적 실책으로, 때로는 결정적 한방으로 경기를 지배할 때가 많다고 해서 생긴 '오지배'가 대표적이다. 행동 하나, 말 하나에도 별명이 생겨버릴 정도다.

김태균, 박용택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별명이 많은 선수들은 그만큼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계속해서 별명이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화제성이 높은 선수라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주로 팬들이 붙여주는 별명이니만큼 근사하거나 멋진 것보다는 당사자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는 별명도 많다. 때로는 악플에 별명이 활용될 정도다.

아쉽게도 오지환의 현재 이미지는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부정적 시선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군문제 관련 행보들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확실하다. 현재도 오지환에게는 군대 관련 이슈들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두산 역대최고 좌타거포로 평가받는 김재환

두산 역대최고 좌타거포로 평가받는 김재환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잠실거포, 올 시즌 반등 후 메이저리그 재도전할까?
 
'뚝심의 팀', '미라클 두산'등의 명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산은 전통적으로 방망이가 화끈한 팀이다.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김유동의 한국시리즈 첫 만루 홈런을 앞세워 삼성을 꺾고 원년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화끈한 화력을 과시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방망이의 팀답게 쟁쟁한 장타자들도 무수히 배출했다. LG와 더불어 거포들에게 불리하다는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면서도 장타력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역대로 잠실구장에서는 3차례 홈런왕이 나왔다. 김상호(1995년), 타이론 우즈(1998년), 김재환(2018년) 등이 그 주인공으로 모두 두산 출신이다.

비록 홈런왕 타이틀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김동주 또한 두산을 대표하는 거포다. 신인시절부터 꾸준하게 두산의 중심타자로 활약한지라 명성과 이름값에서는 잠실 홈런왕 3인을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두산 역사에 남을 최고의 우타자다. 두산 역대 최고의 타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활약상과 성적을 남겼다.

물론 선수로서의 포스는 심정수, 우즈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심정수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전성기를 타팀에서 보냈고, 우즈는 외국인선수의 특성상 활약 연차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목곰'이라는 애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동주는 두산 강타선에서도 중심축을 이루는 선수였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겸비했던 그는 1m80, 100㎏의 당당한 체구에 허벅지 둘레만 무려 30인치(76.2㎝)였다. 좋은 체력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더불어 기술적인 부분까지 빼어났던지라 '컨디션이 좋은 김동주에게는 던질 공이 없다'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새어나왔다.

김동주의 뒤를 이은 두산의 거포는 단연 김재환이다. 김동주가 우타거포였다면 김재환은 좌타거포다. 처음부터 괴물본색을 드러냈던 김동주 등과 달리 상대적으로 기량이 늦게 터지며 누적기록은 적지만 2016시즌부터 시작된 임팩트가 크다.

해당 시즌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내 좌타자 첫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것을 비롯 다음해에도 비슷한 성적을 내며 두산 간판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더 나아가 2018년에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44개)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해당 3시즌만 놓고 보면 두산을 넘어 리그 간판 거포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환을 바라보는 타팀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11시즌 종료 후 야구 월드컵에 참가했다가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복용해 적발됐던 과거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김재환은 2012년에 단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징계 후 인터뷰에서 "봉인이 해제됐어요"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어떤 의도로 얘기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팬들 사이에서 단단히 찍히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최근 스포츠계에서 약물 복용은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라 해도 약물과 엮이게 되면 가치가 폭락하는게 사실이다. 이후 약물이슈는 김재환이 좋은 성적을 올리거나 타이틀을 수상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최근 김재환은 비공개 경쟁 입찰인 포스팅 방식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 바 있다. 현 시점 국내 최고 좌타 거포라는 점에서 도전해볼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직전 시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고, 또한 이전 국내 스타들과 달리 갑작스럽게 진행된 면도 있었던지라 결국 성사되지는 못했다.

포스팅 기간 메이저리그 4개 구단과 협상이 진행됐으나 선수가 제시한 기준점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김재환은 올 시즌 성적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다시 한 번 도전할 뜻을 밝힌 상태다.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겪고 있는 김재환이 다시 한번 불방망이를 과시하며 빅리그를 노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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