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자타공인 K리그 최강팀이다. 최근 3연패를 비롯하여 지난 6시즌 동안 5번이나 K리그를 제패했다. 우승을 놓친 2016 시즌도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한 승점 삭감이 아니었다면 우승은 전북의 몫이었을 것이다.

전북은 2010년대부터 사실상 K리그를 지배했던 팀이고 이제 더이상 자국 리그 우승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기대치가 높아졌다. 과거에는 전북 외에도 울산, 포항, 성남, 서울 등 K리그 구단들이 돌아가면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도전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현실적으로 그나마 중국-일본이나 중동클럽의 머니 파워에 맞설 수 있는 팀도, 전력 보강을 위한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팀도 전북 뿐이다.

하지만 K리그에서의 압도적인 1강의 모습과는 달리 아시아 무대에서 전북은 냉정히 말해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여러 강팀 중 하나일 뿐이다. 2016년에 이어 4년 만의 정상탈환을 노리는 전북은 시작부터 아시아 정상 도전의 험난함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지난 12일 열린 2020 ACL H조 1차전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에게 1-2로 패배했다. 안방에서 J리그 팀에게 첫 경기를 내준 것도 뼈아프지만 결과보다 내용에서 압도당한 경기라는 게 더 충격을 줬다.

전북은 경기력에서 전반적으로 요코하마에게 밀렸고 김진수의 자책골과 손준호-이용의 퇴장 등을 악재가 겹치며 자멸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해 ACL 16강전 퇴장 징계의 여파로 요코하마전에는 벤치에 앉지도 못했다. 결과적인 스코어는 1골 차였지만 실제로는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3, 4골 차이로 벌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일방적인 경기였다. K리그의 경쟁력을 자신하던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비시즌 선수구성의 변화는 자연히 팀의 색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로페즈와 문선민이 있었을 때 이들의 스피드와 공간침투 능력을 적극 활용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적생인 김보경이나 쿠니모토는 개인기보다는 패스와 경기 조율 능력에 더 강점이 있는 J리그 스타일의 선수들이었다. 마흔을 넘긴 노장 공격수 이동국도 골 결정력은 여전하지만 기동력과 활동량이 예전같지 않다. 이러다보니 전북 고유의 장점이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요코하마의 경기 템포에 끌려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전북이 아직 100%의 전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점은 요코하마도 마찬가지였다.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경기. 패배한 전북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0.2.12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경기. 패배한 전북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0.2.12 ⓒ 연합뉴스

 
아시아 축구의 상향 평준화 속에 전북으로서도 아시아 정상권에 도전할 전력을 구축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모라이스 감독 체제 첫 시즌에서 전북은 여전히 K리그 챔피언 자리를 수성하기는 했지만 예년에 비하여 자국 리그 내에서도 상대팀들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울산과 막판까지 가는 치열한 승점 경쟁 끝에 리그 최종일에 겨우 골득실 차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상하이 상강(중국)에게 밀려 16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FA컵에서는 32강전에서 안양에 덜미를 잡혀 조기탈락하기도 했다. 트레블(3관왕)을 자신했던 모라이스 감독은 간신히 리그 우승을 지킨 데 만족해야했다.

여전히 전북의 전력은 K리그 내에서만 놓고보면 경쟁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 전북은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추구한다. 적어도 K리그 내에서 전북을 상대로 점유율과 파워에서 맞불 작전을 놓을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상대팀들도 전북을 상대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심리적인 부담을 안고 들어간다.

그에 비하여 ACL은 말 그대로 아시아 각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들이 출전한다. 요코하마만 해도 원정이었지만 전북의 전력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간 경기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전북 선수들이 요코하마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적어도 ACL에서는 전북보다 약한 팀이 없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적응해야 할 이유다.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망이나 스코틀랜드 셀틱은 수년째 자국리그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독보적인 위상과 달리 정작 유럽 최강팀들이 경쟁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매년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전북도 K리그 내에서의 '안방 호랑이'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리그 최강팀의 국제대회 부진은 해당 리그의 위상과 평가를 논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실적으로 K리그 내에서 전북의 경쟁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의 부진은 곧 K리그의 아시아 경쟁력을 바라보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모라이스 감독에게도 올 시즌이 중요한 시험무대다.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전임 감독이 남겨놓은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단기전 운용 능력 등에서 많은 아쉬움도 드러냈다. 모라이스 감독이 전북을 우승시킨 것인지, 전북이 모라이스 감독을 우승시킨 것인지는 평가가 여전히 엇갈린다. 한국 2년 차를 맞이하여 선수구성과 전술이 많이 바뀌고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가 본격적으로 시험무대에 오르게 될 올 시즌은 전북의 향후 역사와 위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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