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이 줄줄이 퇴장 당하며 떨어져 나갔지만 막내 골키퍼 송범근이 온몸으로 골문을 지킨 덕분에 1골 차 패배로 틀어막은 꼴이 됐다. 그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전주성 홈팬들 앞에서 다섯 골 차 이상 벌어지는 참사가 벌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게임이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12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의 홈 게임에서 1-2 충격패를 당하고 말았다.

'나카가와'에게 호되게 당한 전북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경기. 패배한 전북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0.2.12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경기. 패배한 전북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0.2.12 ⓒ 연합뉴스

 
게임 시작 후 5분 만에 전북 골문 앞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미드필더 마츠바라의 전진 패스를 받은 아도 오나이우가 오른발 슛으로 전북 골문 왼쪽 구석을 노린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오른손으로 오나이우의 슛을 잡아냈다.

전북 현대가 2019 K리그 1 챔피언이라지만 상대인 요코하마 F. 마리노스도 2019 J1리그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본 사실이 이 게임 내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32분에도 전북은 아찔한 실점 위기를 겪었다. 마르코스 주니오르의 패스를 받은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실질적인 에이스 나카가와가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카롭게 날린 것이다. 이 순간도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가 전북을 살려냈다.

그런데 막내 골키퍼 혼자서 전주성을 지킬 수는 없었다. 30초도 안 되어 다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오른쪽 스로인 세트 피스가 전북 수비 라인을 완전히 허물어버린 것이다. 나카가와의 오른쪽 크로스가 전북 골문 앞으로 넘어왔고 수비수 이용 뒤에 숨어있던 엔도 케이타가 빠져나오며 오른발 하프발리슛을 깨끗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한국 국가대표로서의 경험도 비교적 많이 쌓인 김진수와 이용이 지키고 있는 전북의 측면이 요코하마 F. 마리노스가 자랑하는 에이스 나카가와 테루히토에게 너덜너덜하게 털리기 시작한 셈이다.

손준호와 이용의 어리석은 퇴장

전북 수비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첫 골을 내준 뒤 5분 만에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추가골이자 이 게임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37분, 왼쪽 옆줄을 따라 전개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역습이 선취골 주인공 엔도 케이타를 다시 한 번 빛나게 만든 것이다.

전북이 자랑하는 베테랑 오른쪽 풀백 이용의 뒤가 시원하게 뚫려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엔도 케이타는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동료를 향해 얼리 크로스를 낮게 깔아보냈고 이 공을 가로채 걷어내려는 전북의 왼쪽 풀백 김진수가 자책골을 굴려넣은 꼴이 되고 말았다.

실점 후 곧바로 전북 수비수 김민혁과 김진수는 제2부심에게 달려가 엔도 케이타에게 역습 패스가 전개되는 순간이 오프 사이드 반칙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소용 없었다. 조별리그까지는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억울해도 그 때 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후반전에 벌어졌다. 69분에 미드필더 손준호가 상대 팀 엔도 케이타의 역습 타이밍을 끊는 반칙을 저질러 두 번째 경고를 받고 쫓겨난 것이다. 23분에 이미 카드 한 장을 받았었기에 모함메드 압둘라 하산(아랍에미리트) 주심은 여지없이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탄탄한 조직력과 빠른 역습 전술을 자랑하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핵심 선수들을 막아내기에는 전북의 수비 조직력이 모자랐다는 것을 시인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전북은 손준호가 퇴장당한 뒤 1명이 모자랐지만 80분에 1골을 따라붙는 뒷심을 발휘했다. 페널티 지역 밖에서도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골키퍼 카지가와가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동료 수비수 하타나카와 부딪쳤고 그 틈을 타 김보경의 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오른발 슛을 빈 골문에 차 넣은 것이다.

그러나 전북 팬들은 새 골잡이 조규성의 데뷔전 데뷔골 기쁨을 길게 나누지 못했다. 2분 뒤에 믿었던 베테랑 풀백 이용이 손준호의 뒤를 이어 퇴장당했기 때문이다. 이용은 1분 간격으로 경고를 연거푸 받았기 때문에 관중석의 팬들이나 주위 동료들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게임에서 퇴장당해 이 게임 벤치를 지키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전주성의 하늘만 올려다볼 뿐이었다.

필드 플레이어 1명이 모자란 것은 어떻게 버틸 수 있는 일이지만 가운데 미드필더에 이어 오른쪽 풀백까지 없는 상황은 파국 그 자체였다. 믿었던 형들 둘이 퇴장당했지만 막내 골키퍼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게 더 많은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제 전북 현대는 오는 29일(토) 오후 2시 전주성에서 수원 블루윙즈와 2020 K리그 1 공식 개막 게임을 펼치게 되며 다음 달 4일(수) 시드니 FC(호주)와의 어웨이 게임을 위해 짐을 꾸려야 한다. 손준호와 이용을 빼고 스쿼드를 꾸려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2020 AFC 챔피언스리그 H조 결과(12일 오후 7시, 전주성)

O 전북 현대 1-2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득점 : 조규성(80분,도움-김보경) / 엔도 케이타(32분,도움-나카가와 테루히토), 김진수(37분,자책골)]

O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54분↔조규성)
AMF : 쿠니모토, 김보경, 손준호, 이승기(88분↔이수빈)
DMF : 정혁(53분↔무릴로)
DF : 김진수, 홍정호, 김민혁, 이용
GK : 송범근
- 퇴장 : 손준호(69분), 이용(8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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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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