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경기는 전통적으로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로 포지션이 나뉜다. 그리고 각 포지션에는 고유의 역할이 있어 각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줘야만 강팀이 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필수적인 현대농구에서는 주전뿐 아니라 벤치에서 출전하는 식스맨들의 선수층과 기량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포지션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다. 빅맨 선수가 골밑을 비웠다고 해서 수비를 소홀히 했다가 3점슛을 얻어맞는 경우가 있고 운동능력이 좋은 포인트가드가 어지간한 센터들보다 더 많은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승부처에서 201cm의 드레이먼드 그린을 센터로 활용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최근 5년간 3번이나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면서 '스몰라인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스몰라인업은 스피드와 외곽슛을 앞세운 빠른 농구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리바운드에서 열세에 놓이고 수비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NBA에서는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통해 파이널 우승에 도전장을 던진 팀이 있다. 선발 라인업에 신장 2m가 넘는 선수가 단 1명 밖에 없는 '양궁부대' 휴스턴 로키츠가 그 주인공이다.

스피드와 외곽슛 앞세운 공격농구로 명장에 오른 댄토니 감독

사실 하킴 올라주원을 앞세워 2년 연속 파이널 우승을 달성했던 90년대나 야오밍과 트레이시 맥그리거가 팀을 이끌던 2000년대의 휴스턴은 NBA에서도 손꼽히는 센터를 앞세운 빅 라인업을 운영하던 팀이었다. 휴스턴이 지금처럼 극단적인 양궁농구를 펼치게 된 데에는 네 시즌 째 휴스턴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댄토니 감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댄토니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 생활의 반 이상을 이탈리아에서 보냈고 은퇴 후에도 10년 가까이 이탈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1997년까지 이탈리아에서 감독 생활을 하던 도중 미국으로 돌아와 덴버 너기츠의 코치로 재직하던 댄토니 감독은 1998-1999시즌 감독으로 승격되며 NBA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1998-1999시즌 덴버는 14승 36패로 부진했고 댄토니 감독은 1년 만에 팀에서 쫓겨났다.

댄토니 감독이 NBA에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2003년 피닉스 선즈의 감독을 맡은 후였다. 피닉스에서 스티브 내쉬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숀 매리언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트로이카를 결성한 댄토니 감독은 특유의 공격농구를 앞세워 찰스 바클리 시대 이후 피닉스의 최대 황금기를 이끌었다. 댄토니 감독이 이끌던 시절 피닉스는 두 시즌 연속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고 댄토니 감독은 2005년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뉴욕 닉스 감독 시절엔 2011년 2월 카멜로 앤서니(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천시 빌럽스 트레이드를 주도했다. 2011-2012시즌 제레미 린(베이징 덕스)이 일으켰던 '린새니티' 열풍 시절의 사령탑도 댄토니 감독이었다. 하지만 앤서니, 빌럽스, 스타더마이어, 타이슨 챈들러(휴스턴) 같은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닉스의 한계는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이었다.

2016년 휴스턴을 맡은 댄토니 감독은 피닉스 시절의 내쉬, 뉴욕 시절의 앤서니에 이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을 만났다. 2017년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하든의 파트너로 어시스트왕 4회에 빛나는 크리스 폴(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을 데려 왔다. 하지만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폴의 몸은 더 이상 20대 시절처럼 건강하지 않았고 휴스턴은 하든과 폴을 데리고도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골밑의 요새' 카펠라마저 트레이드, '꼬꼬마(?)'들로 우승 도전 선언

댄토니 감독은 하든의 파트너로 폴보다 더 젊고 빠르고 폭발적인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휴스턴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두 시즌 연속 '시즌 트리플더블'에 빛나는 '오클라호마시티의 괴인' 러셀 웨스트브룩이었다. 그렇게 2009-2010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함께 뛰었던 털보와 괴인은 유망주가 아닌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해 7년 만에 휴스턴에서 재회했다.
  
오클라호마시티 시절 하든은 식스맨으로 활약하며 팀의 중심이었던 웨스트브룩과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를 보좌하는 역할이었지만 휴스턴에서 에이스는 단연 하든이었다. 웨스트브룩 역시 이를 잘 파악해 무리하게 슛을 난사하기 보다는 팀의 2옵션으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에이스 하든이 평균 35.3점을 넣어서 크게 티가 나지 않을 뿐 웨스트브룩도 이번 시즌 27.2득점으로 엄청난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휴스턴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또 하나의 파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팀의 주전 센터이자 이번 시즌 13.8리바운드 1.8블록슛을 책임지던 '골밑의 요새' 클린트 카펠라를 애틀랜타 호크스로 트레이드한 것이다. 그리고 휴스턴이 카펠라의 대안으로 영입한 선수는 201cm의 신장에 3점슛과 수비가 좋은 포워드 자원 로버트 코빙턴이었다(물론 코빙턴의 뛰어난 수비가 골밑에서의 빅맨 수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스 막는 코빙턴

데이비스 막는 코빙턴 ⓒ AP/연합뉴스

 
주전 5명 중 4명을 2m 미만의 단신(?)들로 채워 넣은 휴스턴은 카펠라가 떠난 이후 48분 내내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전들은 물론이고 핵심 식스맨으로 출전하는 에릭 고든과 벤 맥클레모어, 오스틴 리버스(이상 190cm)도 가드 포지션의 단신선수들이다. 반면에 팀 내 최장신(213cm) 선수인 베테랑 센터 챈들러는 이번 시즌 휴스턴의 주요 로테이션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휴스턴은 카펠라를 트레이트로 떠나 보낸 후 치른 최근 5경기에서 3승 2패를 기록했다. LA레이커스(7일)나 보스턴 셀틱스(12일) 같은 우승후보를 잡아내기도 했지만 피닉스(8일) 같은 하위권 팀에게 91-127로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아직 휴스턴의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스피드와 외곽슛을 앞세운 공격농구로 25년 만에 파이널 우승을 노리는 휴스턴의 꿈이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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