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봉준호 감독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봉준호 감독 ⓒ abc tv

 
"한국영화 100년의 새로운 봄을 열었고, 한국영화는 새로운 100년을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에 영화계가 크게 환호했다. 영화인들은 수상 소식이 하나하나 전달되는 순간 내 일처럼 기뻐했다. 한 평론가는 "감독상 발표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꺅하고 소리 질렀다. 소름!"이라고 기뻐했고, <신과 함께>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한국영화 100년(올해 101년)에 가장 큰 경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좋은 인품과 겸손한 자세로 영화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감독인만큼 영화계를 뜨거운 갈채를 보냈고 축하의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 이후 국내 영화상 중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을 수상자로 선정한 춘사영화상의 한국영화감독협회(이사장 양윤호 감독)는 "영화 한 편은 개인의 창의성으로 시작되고 또한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 제작진이 함께 완성한다. <기생충>을 함께 만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영화는 이제 변방에서 중심으로 갑니다. 우리는 봉준호라는 이름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한국영화의 봄을 활짝 연 그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축하를 보냈다.

한국영화, 변방에서 중심으로 

원동연 대표는 "한국영화가 아시아 변방에서 이제 세계에서 '한국영화'라는 자체 브랜드를 갖게 되는 아주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자기 브랜드를 갖게 하는 데 아직 갈 길이 멀고 멀지만 한국영화의 모든 사람이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경이라는 사람의 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CJ 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언급하고 "그녀의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집념이 오늘의 영광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 마디로 놀랍다"며 "외국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 처음이고, 흔히 말하는 '빅5' 가운데 3개 부분이나 수상했으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두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아카데미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의문을 나타내면서 "CJ가 노골적인 홍보를 했다고 하더라도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서 미국 영화인을 이토록 열광시킨 <기생충>의 매력은 무엇일까? 무척이나 어려운 숙제를 받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정욱 감독은 "영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 영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 칸느에서 오스카까지 모두에게 동기 부여를 해준 역사적 사건입니다. 세상이 변하듯이 오스카도 변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넘 놀라서 일손이 안 잡힐 지경이고 예상은 했지만 진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큰 경사"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 함께 축하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 abc tv

 
김정아 프로듀서는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미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기립박수를 받게 한 것에 "두고두고 볼만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으로 봉 감독의 힘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초행>으로 2017년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김대환 감독은 "봉 감독님이 대단하다.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경우를 처음 본다"며 "상상의 영역이었는데, 진짜 미쳤단 소리밖에 안 나온다. <기생충>에 참여하여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아카데미가 <기생충> 필요로 해

기생충의 수상은 봉 감독의 도발이 성공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는 지난 20년 동안 단 한 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디"는 질문에 "아카데미는 로컬(지역 영화상)이기 때문"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김윤아 평론가는 "아카데미가 기생충을 필요로 한 것 같다"며 "'아카데미는 로컬영화제잖아요' 그 소리가 자꾸 귀에 맴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로컬로 평가하며 아카데미의 심기를 건드렸더니, 아카데미가 안방으로 불러다 제대로 혼쭐(?)을 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봉준호랑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게 행복할 지경"이라고 했고, 붕준호 감독이 영화를 공부했던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장 김이다 프로듀서는 "봉준호 감독이 믿을 수 없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고 기뻐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을 역임한 민병록 전 동국대 교수는 "지난해 영평상 시상식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것을 예견했는 데 수상이 이뤄졌다"며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봉준호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주어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또한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개성 있고 디테일한 연출과 촌철살인의 대사, 각본, 편집, 음악, 미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며 "유쾌하면서 슬프고, 사회적 메시지의 면에서도 새롭고 훌륭하며 성공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면서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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