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는 봉준호 감독 ⓒ abc tv
"한국영화 100년의 새로운 봄을 열었고, 한국영화는 새로운 100년을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에 영화계가 크게 환호했다. 영화인들은 수상 소식이 하나하나 전달되는 순간 내 일처럼 기뻐했다. 한 평론가는 "감독상 발표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꺅하고 소리 질렀다. 소름!"이라고 기뻐했고, <신과 함께>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한국영화 100년(올해 101년)에 가장 큰 경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좋은 인품과 겸손한 자세로 영화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감독인만큼 영화계를 뜨거운 갈채를 보냈고 축하의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 이후 국내 영화상 중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을 수상자로 선정한 춘사영화상의 한국영화감독협회(이사장 양윤호 감독)는 "영화 한 편은 개인의 창의성으로 시작되고 또한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 제작진이 함께 완성한다. <기생충>을 함께 만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영화는 이제 변방에서 중심으로 갑니다. 우리는 봉준호라는 이름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한국영화의 봄을 활짝 연 그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축하를 보냈다.
한국영화, 변방에서 중심으로
원동연 대표는 "한국영화가 아시아 변방에서 이제 세계에서 '한국영화'라는 자체 브랜드를 갖게 되는 아주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자기 브랜드를 갖게 하는 데 아직 갈 길이 멀고 멀지만 한국영화의 모든 사람이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경이라는 사람의 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CJ 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언급하고 "그녀의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집념이 오늘의 영광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 마디로 놀랍다"며 "외국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 처음이고, 흔히 말하는 '빅5' 가운데 3개 부분이나 수상했으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두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아카데미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의문을 나타내면서 "CJ가 노골적인 홍보를 했다고 하더라도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서 미국 영화인을 이토록 열광시킨 <기생충>의 매력은 무엇일까? 무척이나 어려운 숙제를 받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정욱 감독은 "영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 영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 칸느에서 오스카까지 모두에게 동기 부여를 해준 역사적 사건입니다. 세상이 변하듯이 오스카도 변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넘 놀라서 일손이 안 잡힐 지경이고 예상은 했지만 진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큰 경사"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 함께 축하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 abc tv
김정아 프로듀서는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미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기립박수를 받게 한 것에 "두고두고 볼만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으로 봉 감독의 힘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초행>으로 2017년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김대환 감독은 "봉 감독님이 대단하다.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경우를 처음 본다"며 "상상의 영역이었는데, 진짜 미쳤단 소리밖에 안 나온다. <기생충>에 참여하여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아카데미가 <기생충> 필요로 해
기생충의 수상은 봉 감독의 도발이 성공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는 지난 20년 동안 단 한 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디"는 질문에 "아카데미는 로컬(지역 영화상)이기 때문"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김윤아 평론가는 "아카데미가 기생충을 필요로 한 것 같다"며 "'아카데미는 로컬영화제잖아요' 그 소리가 자꾸 귀에 맴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로컬로 평가하며 아카데미의 심기를 건드렸더니, 아카데미가 안방으로 불러다 제대로 혼쭐(?)을 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봉준호랑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게 행복할 지경"이라고 했고, 붕준호 감독이 영화를 공부했던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장 김이다 프로듀서는 "봉준호 감독이 믿을 수 없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고 기뻐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을 역임한 민병록 전 동국대 교수는 "지난해 영평상 시상식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것을 예견했는 데 수상이 이뤄졌다"며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봉준호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주어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또한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개성 있고 디테일한 연출과 촌철살인의 대사, 각본, 편집, 음악, 미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며 "유쾌하면서 슬프고, 사회적 메시지의 면에서도 새롭고 훌륭하며 성공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면서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