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의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 아메리카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 아메리카나' ⓒ 넷플릭스


 
지난해 2019년 12월 31일, CNN은 음악 산업을 바꾼 10팀의 아티스트를 발표했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레이디 가가, 비욘세, 드레이크, BTS 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명단을 채웠다. CNN은 '컨트리 스타로 2010년대를 시작하고, 거대한 음악적 거인으로서 2010년대를 마무리했다'고 평했다.

CNN의 요약대로, 내슈빌에서 환한 미소로 기타를 치던 꼬마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팝스타가 되었다. 여성 뮤지션으로서는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 트로피를 두 번이나 거머쥐었으며, 투어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 들이는 뮤지션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 영화 <미스 아메리카나>(래나 윌슨 연출)는 무대 뒤의 테일러 스위프트를 담은 작품이다. 완벽주의적인 뮤지션, 무대 뒤에서 외로워지는 개인, 여성으로서의 자아, 누군가가 규정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 등, 다큐는 90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다양한 면모를 담았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노래할 때 가장 즐거워 하는 뮤지션이다. 자신의 직업 윤리에 충실해 왔지만,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2010년, 칸예 웨스트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 소감 도중 난입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상은 비욘세가 받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칸예를 향해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테일러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야유로 착각했다. 박수받는 삶을 기치로 살아왔던 열일곱 가수에겐 큰 상처가 됐다. <미스 아메리카나>는 이처럼 테일러 스위프트를 괴롭혔던 것들을 대면하는 자세를 취한다.
 
더 이상 착한 아이는 없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서 타임지 올해의 인물 중 한 사람에 선정되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서 타임지 올해의 인물 중 한 사람에 선정되었다. ⓒ Time

  
이 다큐멘터리의 가치는 곧 성장과 해방의 서사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오랜 시간 동안 '모두가 꿈꾸는 삶'을 살아 온 팝스타다. 그러나 명성이 커지는 만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많아졌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을 가두어 놓았던 여러 종류의 강박에서 탈피하고자 씨름한다.

첫째는 외모 강박이다. 더 이상 굶어가면서 노래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방식으로 '미'를 만들고자 하지 않는다. 배가 나온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있더라도, 그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밥을 먹어야' 힘을 내서 노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고향 테네시에 공화당 정치인 마샤 블랙번(Marsha Blackburn)이 출마하자, 테일러 스위프트는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컨트리 가수의 불문율을 깨기로 결심한다. 마샤 블랙번이 남녀동등임금법을 반대했고, 여성폭력방지법 연장에 반대표를 했으며,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정치 얘기를 했다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만류한다. 여성 컨트리 밴드 딕시 칙스가 조지 부시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가 매장당하다시피 했던 전례가 있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는 딕시 칙스가 자신의 영웅이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자신의 당위를 설명한다. 그렇게 테일러 스위프트는 12년 간의 침묵을 깬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해서 너무 힘들고 끔찍했단 말이에요."

"내가 무대에 가서 '성소수자의 날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하고,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줏대 없는 거죠.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말이에요."
 
"걸레 같은 여자는 없고 계집년이라는 말은 없어요.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 게 아닌 거니까요."

 
도널드 트럼프의 반응이 두렵지 않냐는 친구의 질문에 테일러 스위프트는 '꺼지라고 해'라고 외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다(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이 25% 덜 좋아졌다'며 응수했다). <미스 아메리카나>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1달러 소송'을 통해 성추행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과정 역시 그려진다.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피해만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수많은 여성들을 괴롭혔을 여성 혐오에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나는 당신들과 함께 있다'는 견고한 연대의 선언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스 아메리카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성공 서사가 아니라 '성장 서사'를 그린 작품이다. 그녀는 대중과 미디어가 규정하는 테일러 스위프트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고자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중에게 하나의 확신을 남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더 이상 '모두가 좋아하는 이야기만 하는 착한 아이'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앞으로 스위프트가 써나갈 역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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