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즌의 가장 큰 화두는 '공인구'였다. 예상한 대로 이 공 덕분에 타자들의 홈런이 줄고 투수들이 더 기를 올린 한 해였다. 천연기념물 수준으로 사라진 2점대 방어율이 다시 늘어났고 홈런 숫자는 18시즌 대비 42% 감소(1756개→1014개)했다.

바뀐 공인구는 확실히 투수들이 18 시즌보다 타자를 좀 더 자신 있게 상대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보면서 생긴 의문점은 '공인구가 2020 시즌에도 투수에게 축복일까'다. 지난 시즌 공인구로 인해 생겨난 풍경을 살펴보고 올 시즌 투수들의 화두는 무엇이 될지 한 번 살펴보았다.

2019 KBO 리그 투수들의 풍경

1) 땅볼, 땅볼, 그리고 땅볼
 
아래 사진 자료의 기준은 18시즌, 19시즌 평균자책점 상위 20걸이다. 전반적으로 기록이 향상했는데 우선 18 시즌보다 2승을 선발투수들이 더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1점대 정도 좋아졌다. 독특한 수치는 2, 3루타인데 2루타가 줄어버린 반면 3루타는 오히려 늘었다. 결국 '뻗지 않는 공' 은 홈런 숫자는 줄였지만 펜스를 맞춘 3루타 또는 야수들이 도저히 수비 할 수 없는 지점으로 타구가 떨어지게 만든 것. 이 때문에 시즌 초 중반 외야수의 수비가 괜찮았던 팀이 투수들을 많이 도와주었을 것이다 추론 할 수 있다.
 
18, 19 시즌 투수들의 성적 비교 평균자책점 20걸 안에 들어가는 선발투수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성적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스태티즈 자료 편집.

▲ 18, 19 시즌 투수들의 성적 비교 평균자책점 20걸 안에 들어가는 선발투수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성적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스태티즈 자료 편집. ⓒ 장정환


 
투구수는 경기당 한 개씩 덜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발 투수가 상대 한 타자들이 지난해보다 약 20명이 오른 반면 이닝당 주자 출루율(WHIP)이 0.1 줄었다. 반면 소화한 이닝이 10이닝 차이가 났다. 결국 비슷한 투구 숫자를 기록 했어도 투수들이 타자와 정면승부를 해 맞춰 잡았다는 의미. 탈삼진 숫자는 평균 20개 가까이 줄어들고 땅볼, 뜬공이 18 시즌보다 늘어난 것이 그 증거. 다만 볼넷은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제구력이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하기에 다소 애매하다.

 2) 트렌드를 이끈 변화구는 싱커(투심)
 
이번에는 19시즌과 18시즌 투수들이 투구한 패턴을 살펴보았다. 아래 표를 살펴보자. 18시즌은 전반적으로 빠른 볼 구사가 많았다면 19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싱커(투심 패스트볼)의 구사 비율의 증가였다. 이 볼의 특징은 타자의 몸 쪽 무릎 방향으로 휘어져 들어가면서 땅볼을 유도하는 것.  
투구패턴의 변화 투구패턴의 변화. 싱커(투심)을 잘 살펴보자.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반대로 빠른볼은 거의 싱커(투심)의 사용 비율 증가만큼 줄어들은 것이 눈에 띈다. 스태티즈 자료 편집.

▲ 투구패턴의 변화 투구패턴의 변화. 싱커(투심)을 잘 살펴보자.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반대로 빠른볼은 거의 싱커(투심)의 사용 비율 증가만큼 줄어들은 것이 눈에 띈다. 스태티즈 자료 편집. ⓒ 장정환


 
이러한 투구 패턴을 통해 가장 많은 빛을 본 팀은 19시즌 LG와 키움이었다. LG의 1, 2펀치 윌슨, 켈리의 주무기는 싱커 (투심) 계열의 볼이었다. 실제로 사용 비율도 각각 42.8%, 38.8%였다. 키움도 마찬가지. 최원태 (키움) 투수. 50%가 넘는 비율로 사용했는데 19 시즌 최원태 선수의 빠른 공은 똑바로 가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의미. 브리검, 요키시 역시 투심을 즐겨 사용했는데 해당 선수들 모두 좋은 성적을 올려 가을야구로 팀을 이끌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확실히 평균자책점 20걸 내에 진입한 선수들 대부분이 싱커(투심)의 위력을 톡톡히 실감한 것.   
 
방어율 20걸 투수들의 투구 패턴 노란색이 싱커(투심)을 사용했던 투수들이다. 거의 빠른볼과 비슷한 구속으로 던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투수들이 2019 시즌 KBO 리그에서 득세했음을 알 수 있다. 자료는 스태티즈 편집.

▲ 방어율 20걸 투수들의 투구 패턴 노란색이 싱커(투심)을 사용했던 투수들이다. 거의 빠른볼과 비슷한 구속으로 던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투수들이 2019 시즌 KBO 리그에서 득세했음을 알 수 있다. 자료는 스태티즈 편집. ⓒ 장정환



반면 사용 빈도가 다소 줄은 변화구도 생겼다. 그 주인공은 체인지업. 체인지업은 커브처럼 실밥이 손가락에 걸치지 않는 변화구이다. 따라서 볼의 크기가 커지면 투수들 손에서 빠져나가기 쉽기 때문에 타자에게 먹이감으로 전락 할 수 있다. 물론 체인지업을 즐겨 구사한 투수들(니퍼트, 피어밴드 (전 KT), 핵터 (전 KIA) 등)이 재계약 실패, 은퇴 또는 다른 나라 리그로 빠져나가 1:1로 모두 비교하기에는 어렵지만, 15%에서 11%로 줄어든 수치는 투구 경향의 변화는 어느정도 볼 수 있는 지표다.

2020 KBO 시즌의 투수들의 화두는?
 
사실, 리그의 변화구는 항상 트렌드가 있었다. 80년대에는 슬라이더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91년 한일 슈퍼게임 이 후 스트라이크 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습득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실제 검지와 중지를 찢는 수술까지 하면서 포크볼을 던지겠다는 투수도 있었다.)

 이 후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이 돌아오며 불었던 바람은 커터, 체인지업이라는 변화구였고 2019 시즌에는 낮은 반발력의 공인구를 활용 한 투심 패스트볼을 잘 활용하는 투수들이 득세했다. 그러면 이번 시즌 투수들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할까? 다소 억지스럽지만 지난 2019년에 열린 프리미어 대회의 한 장면을 보고 유추 해 보았다.

지난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필자의 눈을 잡아 끈 것은 결승전에 올라온 일본의 마무리 투수 야마사키 야스아키(요코하마 Dena)였다. 당시 9회 초 투수를 상대 할 라인업은 박병호(키움)-김현수(LG)-양의지(NC)로 이어졌다.
 
국가별 공인구 비교 (변경)에 해당하는 것이 2019시즌에 사용한 공인구다. 공이 미세하게 커지면서 손가락에 실밥이 닿는 면적 역시 커졌음을 추론 할 수 있다.

▲ 국가별 공인구 비교 (변경)에 해당하는 것이 2019시즌에 사용한 공인구다. 공이 미세하게 커지면서 손가락에 실밥이 닿는 면적 역시 커졌음을 추론 할 수 있다. ⓒ 장정환


 
물론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선수가 있었고 당시 타선이 초반 3점 이 후 막혔지만 내심 좋은 승부를 기대했었다. 이유는 투수 야마사키의 주 무기가 19 시즌 KBO 리그의 트렌드였던 투심 패스트볼이기 때문. 따라서 타자들이 그래도 익숙하다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3루 땅볼(박병호) - 2루 땅볼(김현수) - 헛스윙 삼진(양의지)'였다. 물론 국내리그에는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투심이 다소 생소하기에 필자의 '근거 없는 희망'이었음을 경기 직후 바로 인정했지만 허탈하게도 이 3타자를 상대 할 때 볼은 모두 투심이었다.  

 어쨌든 타자들은 지난 시즌 날지 않는 공을 분명히 경험했고 좀 더 정확한 타격을 하기 위해 준비 할 것이다. 그러면 투수들은 땅볼 유도가 19 시즌보다 어려워지니 헛스윙을 유도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당연히 타자들도 대비를 할 것이다. 따라서 싱커(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은 투수들이 지난 시즌보다 어려워지거나 공의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이번 시즌 KBO 리그에는 과연 어떤 변화구가 트렌드를 이끌고 타자를 상대하는 투구 패턴도 어떻게 바뀔지 한 번 지켜보자.
 
2019 프리미어 12 리그 결승전 당시 9회초 대한민국 공격 결과 우리를 상대했던 투수는 일본에서 투심을 가장 잘 던지는 야마사키 야스아키 투수였다. 실제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이 아마 생소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SBS 스포츠 하이라이트 자료 출처 및 편집.

▲ 2019 프리미어 12 리그 결승전 당시 9회초 대한민국 공격 결과 우리를 상대했던 투수는 일본에서 투심을 가장 잘 던지는 야마사키 야스아키 투수였다. 실제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이 아마 생소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SBS 스포츠 하이라이트 자료 출처 및 편집. ⓒ 장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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