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에서 11년 만에 사대륙선수권 메달이 나왔다. 주인공은 유영 선수다. 유영은 지난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 ISU 사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149.68점을 기록해 총합 223.23점으로 키히라 리카 선수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감격의 은메달을 획득했다.

시상식 선물 증정자로는 11년 전 사대륙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가 깜짝 등장했다. 김연아 선수는 유영 선수에게 포옹을 건네며 자신 이후 11년 만에 나온 새로운 피겨 스타에 축하를 보냈다. 이날 김예림은 쇼트에 비해 한 계단 오른 6위로, 임은수는 두 계단 떨어진 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값진 은메달... '제2의 김연아' 아닌 제1의 유영으로
 
 8일 열린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유영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8일 열린 ISU 4대륙 피겨선수권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유영 선수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박장식

 
유영(과천중) 선수는 8일 프리 프로그램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유영이 선곡한 노래는 뮤지컬 <에비타>의 OST. 유영은 웜 업 타임에서 트리플 악셀을 연습했다 연거푸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 관중들의 걱정을 모았다. 유영 선수에게 '괜찮아!'라고 소리치는 팬도 여럿 있었다.

한국 팬들이 손 모아 바랐던 것이 통했다. 유영은 첫 번째 기술로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바로 트리플 럿츠와 트리플 토룹이 이어지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자신감을 얻은 유영은 트리플 룹, 레이백 스핀과 트리플 럿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초까지 수행했다.

리듬에 맞춰 내내 클린한 기술을 선보인 유영은 막판 더블 악셀과 코리오 시퀀스를 선봰 뒤 플라이 카멜 스핀으로 4분 남짓했던 연기를 끝마쳤다. 유영이 하늘을 쳐다보는 모션을 취하며 연기가 마무리되자 관중들의 환호가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관중석 역시 태극기로 빈틈이 없었다.

유영은 오른발의 부상이 아직 아물지 않았음에도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 연기는 개인 최고 점수로 돌아왔다. 유영은 프리 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 79.94점, 예술점수 69.74점을 얻으며 합산점수 149.68점, 쇼트 프로그램 점수와 합쳐 223.23점을 획득해 2위로 올라섰다. 일본의 키히라 리카에 이은 2위의 성적이었다.
 
 8일 열린 2020 ISU 사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유영 선수가 연기하고 있다.

8일 열린 2020 ISU 사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유영 선수가 연기하고 있다. ⓒ 박장식

 
김예림(수리고) 선수도 이날 경기에서 순위를 한 계단 뛰어올랐다. 김예림은 영화 <러브 스토리> 주제가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김예림 선수는 일부 기술을 소화하지 못하자 다른 동작에 그 기술을 붙여 선보이는 임기응변과, 클린한 기술 소화에 힘입어 개인 통산 최고 점수를 달성했다. 김예림은 기술점수 70.32점, 예술점수 64.34점으로 134.66점에 오르고, 쇼트를 합쳐 202.76점, 전체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예림 선수는 "점프 랜딩 할 때마다 한국 팬 분들의 함성소리가 컸다.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작년 첫 챔피언십 경험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준비하게 된 것 같다.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예림 선수는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결심했다.
 
 8일 열린 2020 ISU 사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임은수 선수가 연기하고 있다.

8일 열린 2020 ISU 사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 프로그램에서 임은수 선수가 연기하고 있다. ⓒ 박장식

 
임은수(신현고)는 프리 프로그램에서 아쉬운 실수가 나왔다. 더블 악셀에서 트리플 토룹으로 넘어가던 와중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임은수 선수는 차분하게 트리플 살초 등 다른 동작들을 수행했지만, 경기가 끝난 후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울먹이며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임은수는 총점 200.59점, 8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임은수 선수는 "준비했던 것을 다 못 보여드렸다. 시즌 마지막 국제대회를 준비한 것보다 아쉽게 마무리해서 아쉽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점프를 만들려 많이 연습하며 노력했는데, 올 시즌에는 잘 안 되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이야기했다.

유영 "연아 언니가 '축하한다'고 해줬어요"

유영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프리프로그렘에서 트리플 악셀을 실수 없이 수행해서 기분이 좋다. 이번 사대륙 선수권이 한국에서 열려 부담이 되었는데 메달을 따냈고,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욱이 한국이라는 뜻깊은 곳에서 메달을 딸 수 있어 정말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해외에서 경기할 때는 박수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기술 하나하나를 성공할 때마다 박수를 쳐주시니 더욱 힘이 되었다."고 답했다. 웜 업 타임 때 팬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마음 속이 복잡했는데, 팬 분들이 그렇게 말해주신 덕분에 위로가 되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8일 열린 2020 ISU 사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시상식에서 유영 선수가 김연아 선수에게 안겨 있다.

8일 열린 2020 ISU 사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시상식에서 유영 선수가 김연아 선수에게 안겨 있다. ⓒ 박장식

 
유영 선수는 김연아 선수가 시상자로 나선 데 대해 "연아 언니는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다. 나 역시 연아 언니를 보면서 피겨를 시작했다."라며, "연아 언니께서 인형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연아 언니인 줄 몰라서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연아 언니가 '축하해요'라고 말해줬는데, 진심이 느껴져서 벅차올랐다."고 시상자로 선 김연아 선수를 만난 소감을 답했다.

"앞으로 다른 점프를 비시즌 때 연습해서, 다른 기술도 선보이고 싶다"는 유영 선수는 "오늘 메달을 계기로 더 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다. 할 것만 잘 하고, 메달 욕심을 내지 않으면서 세계선수권도 잘 마무리하며 이번 시즌을 끝내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유영, 민유라/다니엘 이튼 등 이번 대회에 나섰던 선수들은 9일 오후 5시 30분부터 펼쳐지는 갈라쇼에 모습을 드러낸다. 순위 경쟁의 짐을 벗고 편안하고 즐겁게 은반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펼쳐진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부터는 차준환, 이준형, 이시형이 참전하는 남자 프리 종목 경기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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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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