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영화 포스터

▲ <10년> 영화 포스터 ⓒ (주)디오시네마


2015년 개봉한 < 10년 >은 우산혁명으로부터 10년이 흐른 후, 디스토피아가 된 홍콩을 그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처음엔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단관 개봉했지만, 연이은 매진행렬에 힘입어 상영관이 점차 확대되어 사회현상으로 발전했다. 이후 < 10년 >은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장하여 대만의 < 10년 >, 태국의 < 10년 >을 연달아 선보이며 국가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탐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일본 영화 < 10년 >은 일본의 근미래를 상상한 내용을 담은 5편의 단편 영화를 묶었다. 영화의 총괄 제작은 <어느 가족>(2018)으로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맡았다. 그는 여러 신인 감독의 작품 기획서를 검토한 다음에 신예 감독 5명을 선발하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글로벌 프로젝트 '10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10년 >이 여러 국가를 잇는 교차점이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 또한, 이러한 프로젝트가 창작자의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인 감독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참여한 데 큰 이유였다. 다양한 사회의 모습과 현상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프로젝트라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플랜 75> 영화의 한 장면

▲ <플랜 75> 영화의 한 장면 ⓒ (주)디오시네마


영화 < 10년 >은 5개 에피소드를 통해 기술 발전의 어두운 이면부터 국가 권력의 비대로 발생하는 문제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이 연출한 <플랜 75>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 절벽'과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를 책임져야 하는 '고령화 사회'를 다룬다.

국가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7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안락사를 권유하는 '플랜 75' 제도를 시행한다. 생명의 가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시스템 앞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을 묘사한 <플랜 75>는 일본판 '고려장'을 소재로 삼았던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1982)의 21세기 판본이다.
 
<장난꾸러기 동맹> 영화의 한 장면

▲ <장난꾸러기 동맹> 영화의 한 장면 ⓒ (주)디오시네마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이 맡은 <장난꾸러기 동맹>은 국가 전략으로 IT 특구가 된 어느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를 무대로 삼았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인공지능 시스템 '프로미스'에 의해 철저하게 감시를 당한 채로 도덕 교육을 받는다.

국가는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실수를 피하겠다는 미명 아래 24시간 감시와 획일화된 교육을 합리화한다. 영화는 작가 조지 오웰 작가이 소설 < 1984 >에서 경고한 전체주의 사회의 위험성이 오늘날 일본에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데이터> 영화의 한 장면

▲ <데이터> 영화의 한 장면 ⓒ (주)디오시네마


츠노 메구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데이터>는 디지털 세계에 남겨진 개인의 유산을 주목한다. 여기엔 사망 시 고인의 디지털 콘텐츠를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례 서비스'가 등장하고 블로그, 카페, 유튜브, SNS 등 디지털 세계에서 망자의 '잊힐 권리'가 대두된 현실의 상황이 녹아들어 있다.

돌아가신 엄마의 데이터가 들어간 '디지털 유산 카드'를 손에 넣은 여고생 마이카(스기사키 하나 분)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마의 과거를 보며 기쁨을 느끼던 중에 자신도 몰랐던 엄마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나의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속 사진을 (가족을 포함한) 타인이 알 권리가 있는가, 혹은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를 질문한다.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한 장면

▲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한 장면 ⓒ (주)디오시네마


후지무라 아키요 감독이 만든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는 방사능 오염을 피해 지라로 이주한 일본 사회를 그린다. "지상 세계는 위험하다"는 엄마 히토미(이케와키 치즈루 분)의 가르침을 받으며 지하 도시에서만 자란 10세 소녀 미즈키(미타 리리야 분)는 지하에서의 생활에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고 생활하다가 친구 카에데(다바타 시마 분)와 친해지며 지상 세계에 대한 꿈을 품게 된다.

영화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인용함과 동시에 일본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왜곡, 은폐했던 사실을 비판한다. 이들이 머무는 공간은 두려움이 만든 감옥이고 공기는 조작된 공포다. 카에데는 정부가 꼭꼭 숨겼던 진실인 셈이다.
 
<아름다운 나라> 영화의 한 장면

▲ <아름다운 나라> 영화의 한 장면 ⓒ (주)디오시네마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완성한 <아름다운 나라>는 징병제를 시행하기 시작한 일본이 대대적인 징병제 홍보 캠페인을 실시하여 군인을 모집하는 상황을 상상한다. 에피소드 초반엔 "없는 위기를 가장해서 존립의 위기가 있기 때문에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한다니 그게 뭡니까? 앞뒤가 바뀐 거 아닙니까?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한다는 건 오히려 일본에 위기를 만드는 거 아닙니까?"란 방송의 음성이 울린다.

징병제 홍보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 아미타츠(키노 하나 분)는 "아름다운 나라를 위해 젊은이들이 죽지 않으면 안 된다니. 그런 나라가 뭐가 아름다워?"라고 말한다. 영화는 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를 기도하는 아베 정부와 일본 극우 세력을 강하게 규탄한다.
 
<10년> 영화의 한 장면

▲ <10년> 영화의 한 장면 ⓒ (주)디오시네마


현재 일본 영화계는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을 실사화나 인기 애니메이션, 드라마의 극장판으로 도배되었다. 창작성으로 무장한 오리지널 작품은 보기가 어렵다. 투자가 어려워 일본 정부를 비판하거나 사회 비판적인 테마를 다룬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영화의 비판 의식은 실종되어 버렸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일본의 10년 후를 고민한 < 10년 >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령화 사회, 통제된 교육, 디지털 유산 등 보편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아베 정부가 싫어할 원전 사고와 평화 헌법 개정이란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 10년 >의 첫 번째 에피소드 <플랜 75>는 "당신의 선택을 최선을 다해 듣겠습니다"란 음성으로 문을 연다. 마지막 에피소드 <아름다운 나라>는 징병제를 홍보하는 광고 대행사 직원 와타나베(타이가 분)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끝맺는다.

처음 장면이 관객에게 대화를 걸었다면 마지막 장면은 영화가 관객을 응시하며 마치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묻는 느낌이다. 더 나은 미래,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선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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