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코리아 컬링 리그의 정규 시즌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세 달 간의 정규시즌동안 열정 넘치는 선수들의 명장면이 펼쳐지기도 하고, 상상 이상의 업셋이 이루어지며 끝까지 알 수 없는 순위 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리그가 안방에 생방송되면서 많은 컬링 팬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송유진과 전재익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를 낳았던 코리아 컬링 리그에서 세 달 간 펼쳐진 예선 라운드 이모저모를 전한다. 선수들의 재치있는 인터뷰도 있고, 리그 인기 듀오의 '숨겨진 끼' 분출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선수들을 둘러싼 재치 있는 에피소드를 모아보았다.

#1. 리그의 '두 쌍둥이', 선수들이 말하는 구별법은?
 
 코리아 컬링 리그에는 두 '국대 쌍둥이'가 있다. 사진은 경북체육회 남자부 이기복(왼쪽), 이기정 선수.

코리아 컬링 리그에는 두 '국대 쌍둥이'가 있다. 사진은 경북체육회 남자부 이기복(왼쪽), 이기정 선수. ⓒ 박장식

 
코리아 컬링 리그에는 두 쌍의 쌍둥이가 경기에 나섰다. 그 주인공은 여자부 경기도청 팀의 설예은 선수와 설예지 선수, 그리고 남자부 경북체육회의 이기정 선수와 이기복 선수. 두 선수는 자세히 보아도 너무나 닮은 외모때문에 많은 컬링 팬, 그리고 중계진들의 헷갈림을 자아내기도 했다.

경기도청 설예은 선수는 "예지랑 너무 닮아서 경기 보는 분들이 구별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두 선수가 리그에 같이 출전한 적은 없지만, "같이 나오면 팀워크가 암묵적으로 잘 맞는다. 텔레파시가 서로 통하더라"라고 말했다. 같은 팀 김은지 스킵도 "예지는 얄쌍한데 예은이는 동글동글한 차이가 있다. 키도 예지가 3cm 정도 더 크다"고 답했다. 

경북체육회 이기정 선수는 재밌는 구별법을 폭로했다. "착하고 귀엽게 생긴 사람이 나, 사납고 못생긴 사람이 기복이다"라며, "어릴 때는 똑같았는데 성격 때문에 외관이 변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깔끔한데 기복이는 깔끔하지 못하다. 그래서 형제끼리 룸메를 못한다"고 또 다른 차이점도 폭로했다.

이기복 선수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기정 선수의 말에 인정했다. 그러면서 "게으르고 귀찮은 성격이라 그런건데, 어떻게 보면 형보다 인간미 있다는 것이다"면서 재치있게 받아쳤다. 임명섭 코치 역시 "처음엔 구별하기 어려웠는데, 4년을 봐 오니 이제는 척 봐도, 뒤에서 걸음걸이만 봐도 구별이 된다"며 웃었다.

#2. 처음엔 '어색어색', 지금은 '프로 방송러'
 
"지면 밥은 없다!" 지난 1월 8일 펼쳐진 코리아 컬링 리그 남자부 경기 선수소개에서 강원도청 박종덕 스킵이 팬들이 선물한 플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지면 밥은 없다!" 지난 1월 8일 펼쳐진 코리아 컬링 리그 남자부 경기 선수소개에서 강원도청 박종덕 스킵이 팬들이 선물한 플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처음엔 방송 카메라가 익숙지 않았던 선수들이 점점 방송에 적응해가는 과정도 웃음 포인트였다. 개막전 선수 소개 때에는 카페라 앞에서 수줍은 듯 손만 흔들며 '안녕~' 포즈만 취하던 선수들이 어느 새 선수 소개 때 실행할 과감한 포즈를 연구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컬링 팬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선수소개 공간도 컬링장 뒷편에서 아이스 한 가운데로 옮겨졌다. 그러자 선수들끼리 파워레인저 포즈를 연구하고, 한 명씩 주고받는 포즈를 연구하는 등 달라진 점이 보였다. 마이크 차는 법에도 익숙해져, 방송국에서 마이크를 주면 금방 차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곤 할 정도이다.

경북체육회 송유진 선수는 "하는 대화, 행동, 샷이 방송에 모두 나오는 것이 처음이다. 그래서 우리가 고칠 점과 괜찮은 점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방송을 다시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캐치하기도 한다"고 말했고, 김창민 선수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방송과 인터뷰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라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3. '화산듀오', '송송듀오'... 팬들이 붙여준 별명
 
 코리아 컬링 리그에 출전한 '화산듀오', 경기도컬링경기연맹 박정화 선수(오른쪽)와 김산 선수.

코리아 컬링 리그에 출전한 '화산듀오', 경기도컬링경기연맹 박정화 선수(오른쪽)와 김산 선수. ⓒ 박장식

 
이번 코리아 컬링 리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종목은 믹스더블이었다. 경북체육회B 송유진-전재익 듀오의 인기 때문도 있었지만, 경기가 길어야 한 시간 반 정도로 짧게 진행되면서, 스피드 있는 경기 진행과 두 명의 선수가 바삐 움직이는 점 때문에 더욱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선수들의 별명 역시 팬들이 지어줬다. 경북B 송유진-전재익 조는 전재익 선수의 스위핑 폼이 송아지 같다고 해서 송송듀오가 되었고, 경기도컬링경기연맹 박정화-김산 조는 이름의 맨 뒤를 따서 '화산듀오'가 되었다. 경북체육회A 장혜지-성유진 듀오는 서로의 성을 따서 '성장듀오'로 불린다.

경기 때에는 팬들의 플랜카드가 관중석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여자부 춘천시청의 경기 때는 각양각색의 플랜카드가 경기장 관중석 창문에 붙곤 하고, 남자부 강원도청이나 경북체육회, 경기도연맹 경기 때도 각자 팀의 플랜카드가 붙는다. 컬링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문화 중 하나이다.

#4. 돌아온 피터 갤런트, 남자 대표팀의 '제갈량' 될 수 있을까

리그 종반부부터 부쩍 경기장을 많이 찾은 외국인이 있었다. 경북체육회 임명섭 코치와 함께 찾아 남자부 경기를 자주 찾아보곤 했던 그는 다름아닌 피터 갤런트 코치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대표팀, 즉 '팀 킴'의 코치를 수행하며 이들의 메달에 기여했던 피터 갤런트 코치가 한국에 돌아온 것이었다.

이미 지난 2019년 5월 경 한시적으로 경북체육회 여자 선수들의 컬링 투어 당시 코치가 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이 남자부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위해 다시 피터 갤런트 코치를 대표팀 코치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남자부 국가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피터 갤런트 코치와 만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리그와 국내 경기에는 임명섭 코치가, 국제대회에서는 피터 갤런트 코치가 대표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휘한다. 다시 한국에서 피터 갤런트 코치를 만난 여자부 선수들도 반가움을 표했지만, 무엇보다도 남자 선수들이 새로운 버팀목이 생겨난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고 있다.

김창민 스킵도 "피터 코치님은 제갈량, 아니 '피갈량'이다."며 기대감을 그치지 못했다. 김창민 선수는 "세계선수권 때부터 피터 갤런트 코치님과 함께한다. 피터 코치님과 많이 상의했고 계획에 대한 공유도 이뤄지고 있다"며, "세계선수권에서 낮게는 올림픽 출전권, 높게는 메달까지 바라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 "재익이요? 예능 나오면 잘 할 것 같아요"
 
'마성의 남자'가 던지는 스톤 1월 30일 코리아 컬링리그 경기에서 경북체육회B 전재익 선수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 '마성의 남자'가 던지는 스톤 1월 30일 코리아 컬링리그 경기에서 경북체육회B 전재익 선수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 박장식

 
리그가 낳은 슈퍼스타 전재익 선수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이어졌다. 시작은 같은 소속팀 이기정 선수였다. "재익이랑 같은 방을 쓰는데, 재익이가 자기 나왔던 댓글 반응을 막 찾아보고 그러더라"는 제보였다. 전재익 선수는 그 '제보'에 "저는 주변에서 카톡 같은 걸로 보내주는 것만 본다"고 일축했다.

리그 최종전, 대질심문이 이어졌다. 이기정 선수가 "자기가 직접 유튜브 댓글 막 찾아보고 그런다"고 말했다. 전재익 선수는 무어라 말했을까. 답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겠다"였다. 전재익 선수의 묵비권 행사로 진실은 전재익 선수 혼자만이 알게 되었다.

여자부 선수들은 '예능 같은 데 나오면 어울릴 것'이라고 전재익 선수를 치켜세웠다. 김선영 선수는 "평소에 성격 좋은 친구들이라 지금처럼 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경애 선수도 "워낙 재익이가 끼를 많이 갖고 있다.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춘다. 예능 같은데 나오면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의 매일 전재익 선수를 옆에서 보는 송유진 선수도 마찬가지로 "재익 오빠가 끼가 많다. 사실 랩도 잘 부른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넘치는 전재익 선수의 끼를 가장 먼저 주체해 줄 예능 프로그램은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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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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