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의 배우 라미란의 모습.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의 배우 라미란의 모습. ⓒ NEW

 
톡톡 튀는 사이다 연기로 사랑을 받아온 배우 라미란이 이번엔 '정치인'으로 분했다. 그간 고등학교 진학부장(블랙독)부터 재래시장 생선장수(부암동 복수자들), 전설의 여성 형사(걸캅스) 등의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며 자연스러운 연기로 주목을 받아온 라미란은 이번엔 4선을 노리는 3선 국회의원으로 변신해 자신의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마음 같아선 영화가 1500만 관객을 넘기고 국회의원 출마하고 싶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를 두고) 때가 때인지라 많이 못 보러 오시더라도 괜찮아요. 언제든지 보러 오시고 싶으시면 보실 수 있도록 극장에 틀어는 두겠습니다."(라미란)

라미란이 농담 섞인 1500만 관객 공약을 내세운 이유는 앞서 밝혔듯 이번 영화가 '정치인'을 소재로 했기 때문.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라미란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 소재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치 영화라기 보다는 재미를 주고자 하는 데 더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라미란이지만 연기에 대한 고민은 컸다. 그는 "스크린에 비쳐진 제 모습을 보면서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라며 "이번에도 더 웃겼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 것 같아서 한숨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연기력이 좋아져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나의 연기력의 성장보다는 다양한 시도에 대한 편견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시대가 다가와서 그런 것 같다"라며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해 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를 보고 관객들이 조금이나마 일상에 대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그는 "살아가면서 가끔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으시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라며 "우리 영화가 그 일상에서 짧지만 강렬한 쉼표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라미란과의 일문일답.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의 배우 라미란의 모습.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의 배우 라미란의 모습. ⓒ NEW


- 곧 개봉이다. 소감이 어떤가. 
"영화를 보시고 한 번이라고 웃음을 가지시길 바란다. (이 영화가) 그런 작은 위로라도 되고 싶다.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무대인사도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영화관에 무작정 오라고 말씀드리기도 미안하다. 부디 개인 위생관리 철저히 하시고 조용히 영화 틀어놓을 테니 오셔서 보시는 분들께서는 웃고만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원작이 브라질 영화인데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원작과의 차별점도 궁금하다.
"브라질 원작은 안 보고 촬영에 임했다. 원작이 아니더라도 <라이어 라이어>(1997) 같은 (주인공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되는 소재의 영화가 많이 있다. 그런 설정 부분에선 우리 영화가 겹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워낙 한국적 색채가 많이 들어간 영화로 바뀌었기 때문에 원작을 전혀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원작이 없는 새로운 작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차별점은 고부갈등이 첫 번째다. 그리고 그림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 국회의원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정직한 후보>의 주상숙의 감정은 크게 몇 단계로 나뉜다. 국회의원이 처음 되었을 시절의 순수했던 주상숙, 그리고 때 묻기 시작하면서의 주상숙,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시절 등 큰 사건들을 중심으로 감정이 많이 바뀌는데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코미디가 오버 액션처럼 되어버리면 보기 불편할 것 같아 너무 과하지 않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연기를 여러 버전으로 찍기도 했다. 다양한 코드로 찍고 난 이후 감독님의 편집으로 감정선이 조정된 것이다. 편집 과정에서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이 짧아지기도 했다. 원래는 보험 회사에 근무하던 서사가 있었고, 보험금을 받으려하니 주지 않아서 소송을 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없앴다."
 
- 배우 간 호흡은 어땠나?
"윤경호(남편 봉만식 역)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막 날린 코미디를 정말 많이 살려준 배우다. 그래서인지 더 많이 기대기도 했다. 정말 웃음의 9할을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 중 윤경호와의 키스신이 있는데 이건 마치 스릴러 같았다. 로맨스 코미디가 아니고 로맨틱 스릴러라고 볼 수 있다. 키스신 장면도 목을 조르는 것처럼 무섭게 나왔다. '어떻게 저런 장면이 나왔지?' 하면서 모니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극 중에서 내가 '혹시 너 나 좋아하니?'라고 묻자 김무열이 완전 정색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김무열과의 이런 코믹한 호흡도 정말 잘 맞았다. 김무열은 굉장히 유쾌한 배우다. 계속 코미디를 하라고 권할 정도다."
 
-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있다면.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들은 거의 단발이다. 내 머리를 자를까하다가 가발을 쓰기로 했다. 가발은 원래 설정에는 없었다. 주상숙에게 코믹한 이미지를 더 씌우기위해 가발을 쓰다가 벗어던지는 장면을 활용해 웃음을 만들어내자고 제의했다. 장유정 감독이 너무 재밌을 것 같다면서 바로 제안을 수락했다. 평소 대본을 보고 그걸 어떻게 잘 소화해낼지 항상 고민한다. 관객들의 웃음코드는 가늠하기 어렵다. 웃어주길 바라는 지점에서는 의외로 안 웃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선 의외로 웃곤 한다. 개인적으로 애드리브보다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 촬영 현장에서 힘들었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보통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찍는 사람들은 잘 안 웃는다. 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코미디는 장면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거기에 따라 재미가 확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살얼음판처럼 촬영했다. 다 당황스럽고 진지한 장면들이니 찍는 배우들은 분위기를 잡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근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깔깔대고 웃어서 우리끼리는 장 감독님이 웃음이 헤픈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세하는 장면은 엄청 더울 때 찍어서 잠바를 입고 유세해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걱정되기도 했다. 정말 더운데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의 배우 라미란의 모습.

영화 <정직한 후보> 주상숙 역의 배우 라미란의 모습. ⓒ NEW

 
- 평소 잘 웃는 편인가? 재밌게 본 코미디 영화나 좋아하는 개그맨이 있다면?
"잘 안 웃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웃음에 굉장히 야박한 성격이다. 카메라 감독님과 스태프 모두가 재밌다고 했지만 이는 철저하게 감독님 그리고 제작진의 기준이다. 개인적으론 정말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긴 것인지 스스로 되묻곤 한다. 이게 정말 재미있는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극 중 김무열이 나에게 업히라고 하면서 낑낑대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코믹 영화라고 해서 개그맨을 참조해서 캐릭터를 잡아가진 않았다. 개인적으론 개그맨 중에서는 김수용이 제일 웃긴 것 같다."
      
- 극 중 주상숙 대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제가 이 동네를 정말 잘 사는 동네로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는 주상숙의 대사다. 잘 사는 동네로 만들려면 다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국회의원 혼자 나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공약들을 국회의원들이 내세운다.

감독님이 자료 조사를 엄청 많이 했다. 여러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섞어서 만든 게 주상숙이다. 특정 누군가를 모델로 삼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주상숙이라는 인물이 더 웃긴 것 같다. 예고편에서 주상숙이 국회의원 당선되면 뭘 해주겠냐는 질문에 '남편부터 바꿔드릴까'라고 말하곤 한다.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면죄부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르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그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광대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들의 몫이다. 메시지를 가졌다 해도 마음처럼 전달이 안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저는 메시지도 좋지만 즐거움을 주는 쪽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무언가를 정해놓고 그것을 느끼라고 강요하기보단 일상의 쉼표로 조금이나마 관객분들에게 힘이 되는 영화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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