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길고 길었던 하나의 경주가 오는 10일 오전(한국시간 기준) 끝난다.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아래 오스카) 주요 부문, 그것도 6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기생충>의 수상 결과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으로 극장가와 영화계가 침체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연일 각종 매체에선 <기생충>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풍자가 담긴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 지역 행사'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지켜보고 있는 셈. <기생충>의 수상 여부를 놓고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기생충>이 이미 이룩한 업적을 정리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투자배급사인 CJ ENM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생충>은 57개 해외영화제에서 55개의 영화상을 받았다. 트로피 개수만 해도 80여 개를 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개봉 전후로 영화 관련 주요 행사를 휩쓸다시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시작은 72회 칸영화제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수상 레이스를 시작했다. 한국영화로는 최초인 최고상 수상이다. 그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 <박쥐>(2009) <아가씨>(2016),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2012), <그 후>(2017), 임상수 감독 <돈의 맛>(2012) 등 여러 한국영화들이 경쟁 부문 단골손님이었음에도 최근 9년 간 수상 소식이 없었던 터에 더욱 그 의미가 컸다.

로카르노영화제 엑설런스 어워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무렵 송강호는 <기생충>으로 72회 로카르노영화제 엑설런스 어워드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 배우로 최초의 수상자가 된 송강호에 대해 주최 측은 "송강호는 한국 영화가 뿜어내는 강렬하고 다양한 감정의 가장 뛰어난 전달자였다"며 "우리는 송강호에게 아시아 첫 번째 엑설런스 어워드를 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상을 수여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수상 후 포토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수상 후 포토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 ENM

 
할리우드 필름어워즈 필름메이커상

지난해 11월 <기생충>이 할리우드 필름어워즈 필름메이커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오스카 수상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때 이미 북미 개봉 4주차를 맞았던 <기생충>은 흥행면에서도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를 뛰어넘고 있었고, 현지 평단에서도 호평이 이어지던 무렵이었다. 2019년 11월 11일 3개 북미 3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개봉일 스코어 38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극장당 최고 평균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를 동력 삼아 상영 극장 수를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

이후 외신에서도 본격적으로 <기생충>의 아카데미 본상 수상을 언급했다. 오스카 수상 예측 사이트 중 하나인 <골드더비>에선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기생충>이 감독상 예측 3위에 올랐다. 노아 바움백 감독, 그레타 거윅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등을 제친 결과였다. <버라이어티>는 < 1917 >과 <아이리시맨>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함께 <기생충>을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로 지목했다. <데드라인>은 국제영화상(과거 외국어영화상) 유력 영화로 <기생충>을 꼽았다.

특히 <인디와이어>는 지난해 10월 말경 <기생충>을 두고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적은 없지만 <기생충>이 첫 번째가 될 것"이라며 "작품상을 포함해 7개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전미 비평가협회 작품상, 각본상 

지난 1월 5일 북미권 영화 비평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전미 비평가협회가에서 <기생충>은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2위였던 그레타 거윅 감독의 27표를 훨씬 앞지른 44표였다. 같은 날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등 3개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다음날에도 낭보는 이어졌다. 6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 후보에 오른 자체가 한국영화로 처음이었기에 수상 역시 최초 사례가 됐다. 비평가 그룹 수상에 이어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에서 주최하는 골든글로브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아카데미 본상 가능성이 확실시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때부터 <기생충>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을 확신하는 외신 보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감독상은 현재 아카데미에서도 경쟁 중인 샘 멘데스 감독의 < 1917 >이 차지했다.

7일 영국 아카데미 측은 <기생충>을 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북미에 이어 영국의 권위 있는 시상식인 만큼 <기생충>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대목이었다. 
 
 19일(현지시간) 제26회 SAG 어워즈(미국 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outstanding performance by a cast in a motion picture) 상을 수상한 송강호와 출연 배우들,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제26회 SAG 어워즈(미국 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캐스트 인 모션픽처'( outstanding performance by a cast in a motion picture) 상을 수상한 송강호와 출연 배우들,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neon

 
배우조합상-편집자상-작가조합상-미술감독조합상 

<인디와이어> 등 외신의 예측은 1월 13일 현실이 됐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국제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각본상, 편집상 등 6개 본상 부문 후보로 오른 것.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현재 국제영화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신 이후 한국영화로는 첫 사례가 됐다. 
 
아카데미 홍보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기생충>은 영화배우조합(SAG)과 편집자협회상(ACE), 미술감독조합(ADG), 작가조합(WAG)에서 각각 최고상에 해당하는 앙상블상과 편집상, 미술상, 각본상 등을 받았다. 골든글로브에 이어 할리우드 내 각 조합상을 두루 수상한 것은 그만큼 아카데미 본상에 대한 회원들의 마음과 열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의미가 매우 크다.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기생충>은 지난 3일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BAFTA)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2018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이후 두 번째 외국어영화상이었으며, 각본상은 한국영화 최초다. 작품상과 감독상은 < 1917 >에게 돌아갔다.

아카데미 분위기는 양강 구도

남은 건 이제 아카데미다. 현지 분위기만 놓고 보면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과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 분장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등 10개 부문에 오른 < 1917 >의 양강 구도다.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국제영화상과 함께 <기생충>이 한두 부문의 상을 더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읽히는데 사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봐도 이미 한국영화 역사를 넘어 아시아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다. 

장이모, 첸카이커, 그리고 이안 등 중화권 감독이 뚫어왔던 북미와 유럽권의 높은 현실의 벽을 이미 봉준호의 <기생충>이 뛰어넘었다. 그 뛰어났던 이안 감독 역시 아카데미에선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 이후로 인연이 없기 때문. 평균 53세, 백인이 주축인 아카데미 회원 구성, 그리고 전쟁 영화 등의 특정 블록버스터의 손을 들어줬던 전례를 봐도 <기생충>의 현재 행보는 매우 특별하다고 봐도 좋겠다.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각종 조합상을 휩쓸며 아카데미 최초의 비영어권 작품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무산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어쩌면 마음을 시원하게 비우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 LA타임스 >의 기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아카데미 작품상을 최초로 수상하는 비영어권 영화가 나와야 한다면 그 작품은 할리우드가 스스로 제작 환경을 수치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하는 작품이어야 한다"며 "<기생충>이 바로 (아카데미의) 더 나은 역사를 만들어 낼 작품"이라 짚었다. 동시에 이 매체는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언급하며 그 단체가 과연 변화를 원하기나 할까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봉준호

 
이미 봉준호는 오스카를 넘었다

< LA타임스 > 해당 기사 제목을 굳이 번역하면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아카데미가 더 <기생충>을 필요로 한다' 정도다. 변화를 요구하는 회원들 기대에 부응 못 하는 아카데미의 요즘 분위기를 기억하자. 본상 수상에 크게 희비가 엇갈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미 봉준호는 아카데미를 두고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게 아닌) 지역적 영화 시상식"이라 풍자했고, 그 회원들을 향해 "1인치 정도인 자막의 벽을 넘으면 더욱 놀라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이미 아카데미의 장벽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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