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센터 이종현이 지난 4일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이종현 ⓒ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공식 홈페이지

울산 현대모비스의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의 농구인생은 전 NBA(미국프로농구) 스타 그렉 오든과 많이 닮았다. 10대 시절부터 농구계 역대급 재능으로 인정받으며 프로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히는 등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프로무대에서는 잦은 부상으로 선수경력이 정체된 것이 흡사하다.

2007년 NBA 신인드래프트 당시 오든과 함께 데뷔했던 중 2순위가 바로 현재 NBA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케빈 듀란트였다.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듀란트를 제치고 오든을 선택한 것이 당시로서는 당연하게 여겨졌을만큼 오든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든은 프로 진출과 동시에 무릎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데뷔시즌을 날린 것을 시작으로 매년 부상에 시달렸고 5년간 82경기 출전에 그치며 포틀랜드에서 방출됐다.이후 2014년 마이애미 히트를 끝으로 NBA 경력을 마감했고 중국 프로농구 CBA 장쑤 드래곤스 등에서 활약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초라하게 선수경력을 마감했다.

이종현의 농구인생도 아이러니하게 프로 데뷔 이전이 훨씬 화려하다. 10대였던 경복고 시절 계성고 전에서 한 경기 리바운드 42개를 잡아내는 비범한 기록을 세웠고, 고교생 신분으로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성인 농구대표팀 명단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려대 시절에는 모교의 대학리그 전관왕과 프로-아마 최강전 우승, 국가대표팀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하며 서장훈-김주성의 뒤를 잇는 한국농구 차세대 빅맨으로 입지를 굳혔다. 2015년에는 NBA 서머리그에 참여하여 미국무대 진출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종현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다. 평소 냉철하기로 유명한 유재학 감독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후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환호하는 모습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종현의 가세만으로 모비스가 당장 우승후보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 이종현의 찬란한 봄날은 오지 않았다. 첫 시즌부터 발등 부상으로 데뷔가 3개월이나 늦어졌고 고작 22경기 출전에 그치며 신인왕에 도전할 자격조차 얻지못했다. 서서히 프로에 적응해가던 2년차에는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고, 2019년에도 무릎 슬개골 골절로 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등 매년 큰 부상이 이어지며 선수로서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2016-17시즌 데뷔하여 프로 4년차를 맞이하는 이종현의 정규리그 출장기록은 91경기에 불과하다. 2019-2020시즌에는 아직까지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국가대표팀에서도 사라졌다. 이종현의 커리어가 정체된 사이에서 라건아, 김종규, 이승현 등 경쟁자들은 하나같이 KBL을 대표하는 빅맨들로 자리잡으며 어느덧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이제 더 이상 이종현의 커리어나 잠재력을 서장훈-김주성급으로 비교하는 이들은 없다.

최근 이종현은 8일 열린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오랜만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2018년 12월 30일 고양 오리온전 이후 400여일만의 1군 복귀였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SK와의 D리그에서 모처럼 실전 경기에 출전하여 감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모비스는 이틀 휴식 이후 11일에는 창원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종현의 1군 복귀전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이었던 모비스는 올시즌에는 라건아와 이대성(전주 KCC)을 트레이드시킨 후 중하위권에 머물며 6강 경쟁을 위하여 험난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NBA 출신 외국인 선수 에메카 오카포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높이가 크게 약화된 가운데 상무에서 제대하는 슈터 전준범과 함께 이종현의 복귀는 모비스로서는 천군만마와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400일 가까운 공백기를 가졌던 이종현이 가세한다고 해도 당장 모비스의 전력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력이나 경기감각도 문제지만 몇차례나 큰 부상경력이 있었던 만큼 벤치의 신중한 출전시간 관리가 요구된다. 선수 본인도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코트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해보인다.

무엇보다 농구팬들이 이종현을 안스러워하는 이유는 단지 잦은 부상 때문만은 아니다. 이종현이 프로에 와서 '유리몸' 이미지가 된 것은 선수 본인의 탓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종현은 고교와 대학 시절부터 재능이 출중하다는 이유로 소속팀에서 대표팀까지 많은 경기에 뛰면서 혹사당했다. 심지어 프로에 진출해서도 소속팀이 단신 외국인 선수들을 잇달아 선발하는 바람에 제대로 적응도 하기전에 골밑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하는 소년 가장 역할을 맡아야 했다. 이종현의 과부하와 잦은 부상에는 감독을 비롯하여 그를 지도했던 많은 농구계 '어른'들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모비스는 올시즌 우승보다 리빌딩에 더 초점을 맞춘 상황이다. 6강 경쟁을 포기해서는 안되겠지만 성적에 대한 욕심 때문에 부상에서 겨우 회복한 이종현을 무리해서 경기에 출전시킬 이유도 없다. 이종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기 때문에 군복무로 인한 공백기가 없는데다 아직도 나이가 26세에 불과하다. 관리를 잘받으면 앞으로 모비스 리빌딩의 주역이자 6~7년 이상은 충분히 활약해줄 수 있는 선수다.

이종현이 설사 서장훈이나 김주성만큼 성장하지는 못한다할지라도 최소한 오든이나 야오밍같이 부상으로 일찍 은퇴하는 전철을 밟게해서는 곤란하다. 이종현의 농구인생은 아직도 길게 남아있다. 지금부터는 빠른 복귀보다 얼마나 오래가느냐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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