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 CJ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상으로 계획한 것들이 잘 구현된 것 같다. 음악을 비롯해 영화 속 사운드가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다."

본인이 출연한 영화를 보고 어땠느냐는 첫 질문에 하정우는 위와 같이 답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말하기 보단 그는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에 관해 주로 얘기했다. <허삼관>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 하정우는 이렇듯 넓은 시야로 영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클로젯>에서 실종된 딸 이나(허율)를 찾는 상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하정우의 인터뷰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점점 아빠가 되어간 하정우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 CJ엔터테인먼트

 
실제로 그림에 소질이 있는 하정우(화가로서 작품활동도 하고 있다)에게 극중 상원의 집에 걸린 그림들에 관한 질문이 던져졌다. 혹시 배우님이 직접 그리신 건지. 아니나 다를까 대답을 들어보니 "<군도>와 <허삼관> 때 미술을 맡아주신 미술감독님과 이번에도 함께 했는데, 미술에 관해 서로 이야기하던 차에 '이 영화에 정우씨 그림을 써보는 거 어떠냐'고 제안하시더라"며 비하인드를 풀어놓았다. 

"그런데 영화의 배경 분위기와 저의 화풍이 이질적이어서 그렇게 하진 않았다. 대신 극중 딸 이나가 그린 그림이 등장하는데 그걸 내가 그렸다."

미술작업에도 보탬이 된 하정우지만, 당연히 주된 건 배우로서의 연기였다. 그가 생각한 상원은 "출장도 많았고 기러기 아빠 같이 살아서 딸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내가 사고로 죽고, 갑자기 딸을 맡아야한다는 게 상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거다. 딸의 행동과 말에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원을 연기하면서, 감독님으로부터 힌트를 얻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감독님 아버지께서 미국에 사셔서 1년에 한 번 정도 부자가 만난다더라. 만나면 그렇게 어색하기 짝이 없더란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상원의 마음상태를 잡아갔다. 사실 상원도, 아내가 죽기 전에 아이를 케어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내를 잃었을 때 이나와 똑같은 심정이었을 거다. 어른이란 이유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 앞에서, 어른이지만 아이 같은 처지였던 거고. 그러다 상원이 퇴마사 경훈(김남길)을 만나고, 또 명진(김시아)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서 조금 더 '익숙한' 아빠가 되어갔다."

상원의 변화와 성장을 설명하는 하정우를 보며 자신이 맡은 인물의 처지와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명진이에게 어른들의 대표로서 사과하는 신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이에 하정우는 "명진이의 한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찾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이 무엇일까 고민해봤을 때, 진심어린 '미안하다'는 말이 가장 힘이 세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대사로 최종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웃기려는 욕심 없었다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 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 하면 능글능글 위트 있는 면모가 퍼뜩 생각난다. <클로젯>에서 경훈 역의 김남길이 그랬듯이 좀 더 웃겨볼 생각은 없었는지, 애드리브를 더 시전해볼 생각은 없었는지 물었다. 이에 하정우는 "웃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웃길 욕심도 없었다. (딸을 잃고 찾아 헤매는 인물이라) 웃음기 쫙 빼고 해야겠단 생각을 처음부터 했고, 실제로 그렇게 촬영했다"고 답했다(하지만 진지한 가운데 그의 재치가 드러나는 몇몇 장면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하정우는 왠지 겁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름의 확신을 갖고 물었다. 평소에 무서운 영화는 잘 보는지. 그런데 예상과 달리 하정우는 질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난 절대 못 본다. 무서운 거, 절대 못 봐. <링>도 못 봤다. 근데 실수로 <주온>을 봤다. 무서운 영화인지 모르고 봐버린 건데, 살면서 공포 영화를 본 건 그거 딱 하나, 유일하다."

그러면 어쩌다가 <클로젯>같이 무서운 영화를 찍게 됐을까. 아이 귀신들이 지척에서 그를 찾아 다니는 장면 등 오싹했던 신들을 언급하며, 그 신을 촬영할 때 실제로도 정말 무서웠겠다고 물었다. 이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래도 촬영장에서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다 보기 때문에 무섭기보다는 귀엽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했다. 그렇다면 비슷한 맥락으로, <클로젯>과 같은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왜 선택했을까.

"지금까지 제가 해 왔던 작품들보다 움직임이 좀 더 가볍고, 더 건조한 무언가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백두산>과 <클로젯>의 결이 완전히 다르고, 맡은 역할이 상반된 인물이기도 했다. 또, 장르적 영화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이런 장르영화가) 처음이어서 끌리는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예산을 크게 들이지 않고 가성비 좋게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복합장르의 영화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배우를 넘어 제작에도 참여하는 한 명의 영화인으로서, 그는 앞서 말했듯 저예산의 가성비 좋은 장르 영화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하여, 앞으로도 그런 다양성이 깃든 복합장르 영화를 더 선보일 예정이라는 귀띔도 살짝 덧붙였다.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영화 <클로젯>의 주연배우 하정우.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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