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중만 역할을 맡은 배우 배성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중만 역할을 맡은 배우 배성우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강렬하고 엣지 있는 캐릭터면 물론 좋다. 하지만 이렇게 뭔가 튀어나오지 않는 평범한 캐릭터도 연기하는 맛이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들>에서 배성우는 그야말로 평범하고 순진한 우리 시대 가장의 모습을 맡았다. 처음에는 너무 평범한 인물이라 역할을 수락하기 싫었다던 그는 "평범한 인물도 연기하는 맛이 있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늘 평범한 인물조차 평면적이지 않게, 어딘가 진짜 살아 있을 법한 인물처럼 표현해 온 배성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실감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살 전망이다.

5일 오전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배우 배성우를 만났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들의 돈 가방을 향한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배성우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순자(윤여정 분)를 모시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으로 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순진하고 착한 중만 역할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스토리 라인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대본에서는 너무 수동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영화로 공개된 중만은 훨씬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움직이는 인물이 돼 있었다. 배성우는 많은 고민과 김용훈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제가 맨 마지막에 캐스팅 됐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중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제안을 받고)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드렸다. 대본 자체가 좋다는 건 느꼈고 역할도 중요한 역이긴 했다. 그런데 원작 소설을 보니까 이 인물이 많이 와닿더라. (소설에서는 돈다발이 생겼을 때) 통째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한 장씩 빼가려고 한다. 그리고 한 묶음을 가져가고, 나중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 걸 보고 '해보자' 싶었다.

(역할을) 맡게 된 다음부터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대본보다는 조금 더 적극성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 대본이나 소설에서는 더 수동적인 인물이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도 하고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다. 영화를 보니, 조금 더 그랬어도(적극적이었어도) 되지 않나 싶더라. 조심스럽게 연기한 편이다. 인물이 극 중에서 잘못 튀어버리면 (이야기가) 보이지 않으니까. 감독님과 이야기 하면서 계속 '선을 넘은 건 아니죠?' 물어볼 정도였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중만 역할을 맡은 배우 배성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중만 역할을 맡은 배우 배성우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그의 노력이 힘을 발휘한 덕분일까. 영화 속 중만은 관객이 가장 몰입하기 쉽고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었다.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의 성격도 배성우의 연기를 거치자 성실하고 우직한 캐릭터로 변모했다. 특히 예고편에도 등장한 "버릇이 없네" 대사는 배성우의 '애드리브'로, 캐릭터의 재미를 한층 살려낸 장면이었다. 그는 "중만이 가진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도 그동안 (사우나 지배인에게) 쌓였던 걸 토해내는 장면이긴 했다. 촬영하다가 대사를 '버릇이 없네'라고 애드리브로 한 번 해봤는데 다들 재밌어 하더라. 감독님도 좋아하고 반응이 좋았다. 저는 항상 (감독님에게) 물어보는 편이다. 일단 해놓고 '괜찮을까?' 묻기도 하고.

'버릇이 없네'라는 말은 권위적인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지 않나. 원래 대사는 소리 지르는 대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는 게 되게 언발란스 해 보이고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예고편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 굳이 나와야 하나? 프로모션 때 다 공개를 하시더라. (극 중에서) 내내 답답한 사람이었다가 거기서 딱 한 번 지르는건데 그게 예고편에 다 공개되면 어떡하지 싶었다."


극 중에서 중만은 호텔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우연히 돈 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물품 보관소에 가방을 옮겨놓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욕심이 생기면서 일이 벌어진다. 영화처럼 갑자기 엄청난 돈 가방이 생긴다면 어떨까. 영화와 달리, 배성우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뒤탈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도 "영화 속 중만에 사실 많이 공감했다. 몇 묶음 정도는 가져갈 수도 있지 않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성우는 이번 작품에서 <더 킹>에 이어 3년 만에 소속사 대표인 정우성과 만나기도 했다. 아쉽게도 영화 안에서는 단 한 장면에서만 마주치지만 두 사람은 촬영 내내 만나서 술도 마시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배성우가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 결정을 하기까지 정우성의 입김은 전혀 없었다고. 배성우는 "내가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야 (정우성이) '너무 잘 한 것 같다고, 지금 시기에 같이 하는 것도 참 좋다'고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영화를 통해 본 정우성의 연기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정우성은 사채 빚을 쓰고 사라진 애인 때문에 고리대금업자에게 쫓기는 태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대표님의 호구 캐릭터 연기 정말 기가 막히지 않았나. 저도 (역할을) 대본보다 조금 더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긴 했는데 태영 캐릭터는 글이랑 굉장히 다르다. 대본에서는 훨씬 무거운 인물이었다. 누아르나 어두운 범죄물에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가 (정우성의 연기를 통해) 너무 경쾌해졌다. 그런데 그게 공감이 확 가서 너무 재미있더라. 시사회에서 관객분들도 많이 웃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촬영하실 때도 제작진이 많이들 웃으셨다고 하더라. (정우성이) 너무 잘생기고 허우대도 좋은데 그렇게 호구 캐릭터를 연기하시는 게 정말 잘 어울렸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중만 역할을 맡은 배우 배성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중만 역할을 맡은 배우 배성우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각)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배성우는 "제작하는 친구가 '로테르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고 하기에, '재미없단 소리 아니냐'고 응수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농담이긴 했다. 그런데 로테르담 (수상작)은 그동안 무겁거나 아주 실험적인 게 많지 않았나. 요즘은 점점 대중적인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는 영화를 보지 못했을 때라 완성도가 아주 산으로 간 것은 아니구나 내심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치솟았지만,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당초 12일로 예정돼 있었던 개봉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배성우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시사회 당일(3일, 연기가) 결정됐다"며 "관객분들이 우리 영화를 (안전하게) 즐기실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흔한 '케이퍼 무비'와는 다른 작품"이라며 개봉을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돈 가방을 차지하려는 싸움도 있지만 영화는 극 중 인물들의 사연에 더 치중돼 있다. 돈 가방을 차지하려는 다이내믹한 액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나오는 '케이퍼 무비'랑은 좀 다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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