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큰 악재가 터졌다.

지난 4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원정경기 도중 현대건설의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헤일리 스펠만과 충돌하면서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기는 0-2로 뒤지던 현대건설이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김연견은 5일 정밀검사 결과 좌측 외측 비골 골절 진단을 받았고 7일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수술 후 재활 기간만 약 12주가 소요돼 사실상 시즌아웃이 유력하다.

김연견은 이번 시즌을 포함해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2015-2016 시즌부터 최근 5시즌 동안 전 경기에 출전했던 현대건설 부동의 주전 리베로다. 김연견의 입지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했다는 것은 그만큼 백업 리베로를 육성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연견의 부재 속에 정규리그에서만 잔여 9경기를 치러야 하는 이도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5시즌 동안 한 번도 결장 없었던 주전 리베로의 갑작스런 부상
 
 김연견은 리베로가 약점이던 현대건설의 고민을 날려 준 선수다.

김연견은 리베로가 약점이던 현대건설의 고민을 날려 준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V리그 출범 후 센터에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김수지(IBK기업은행 알토스)-양효진, 세터에 이숙자(KBS N SPORTS해설위원)-염혜선(KGC인삼공사)-이다영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계보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공격수 자리엔 황연주, 황민경, 고예림 같은 FA 선수를 영입해 강한 전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유독 리베로 포지션에서는 김연견이 나타나기까지 확실한 인재가 나오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V리그 초기 센터 정대영이 팀 내 최고 수비수로 불렸을 만큼 확실한 리베로가 없었다(실제로 정대영은 프로 원년 수비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2010-2011 시즌 첫 우승 당시엔 신예지라는 리베로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현대건설 수비의 중심은 신예지 리베로가 아닌 윙스파이커 윤혜숙이었다(신예지는 2012-2013 시즌 도중 은퇴 선수로 공시되며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팀을 떠나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다시 리베로 자리에 구멍이 생긴 현대건설은 2013-2014 시즌과 2014-2015 시즌 심각한 리베로 부재에 시달렸다. 현대건설은 급한 대로 윙스파이커인 정미선과 김주하에게 리베로 자리를 맡겼지만 이번 시즌 백목화(기업은행)의 경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공격을 하던 선수가 단기간에 리베로로 자리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현대건설에게 김연견 리베로의 등장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었다.

김연견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5순위(전체 17순위)에 지명됐을 정도로 대형 신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단 초기에 당한 잦은 부상도 김연견의 성장을 막는 듯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리베로 부재는 계속 이어졌고 김연견은 2015-2016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김연견이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선 2015-2016 시즌 현대건설은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견은 리베로 중에서도 신장(164cm)이 매우 작은 편이지만 뛰어난 순발력을 앞세워 현대건설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실제로 20대의 젊은 리베로들 중에서 김연견의 경험은 단연 최고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도 자신의 뒤를 이을 차세대 리베로 후보로 김연견을 지목했을 정도. 따라서 김연견의 발목 부상은 우승을 노리던 현대건설에게는 치명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확실한 백업 리베로 없는 현대건설, 김연견 자리 메울 후보는?
 
 이도희 감독이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윙스파이커 고유민을 김연견 자리에 투입할 수도 있다.

이도희 감독이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윙스파이커 고유민을 김연견 자리에 투입할 수도 있다. ⓒ 한국배구연맹

 
리베로는 한 경기에도 수십 번씩 몸을 던져야 하는 고된 포지션이지만 수직 점프를 하지 않아 격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은 높지 않은 포지션으로 꼽힌다. 지난 2015년 김해란이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을 때도 수비를 하다 다친 게 아니라 올스타전에서 후위공격을 시도하다가 착지실패로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동료 선수와의 충돌로 인해 발목이 골절된 김연견의 부상이 더욱 불행한 이유다.

한창 선두를 질주하던 도중 주전 리베로 김연견을 잃은 현대건설은 오는 11일 도로공사전부터 곧바로 새 리베로를 내세워야 한다. 현대건설에서 김연견을 제외한 리베로 포지션의 선수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4순위(전체 11순위) 지명을 받고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영주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영주는 김연견에게 밀려 프로 데뷔 후 주전 리베로로서 아직 한 경기도 제대로 소화한 적이 없다.

이도희 감독은 4일 흥국생명전에서 김연견이 부상을 당하자 이영주 리베로가 아닌 심미옥을 리베로로 출전시켰다. 하지만 심미옥은 이번 시즌 한국배구연맹에 미들블로커로 등록된 프로 2년 차 선수로 4일 흥국생명전이 V리그 데뷔전이었다. 이도희 감독이 심미옥의 수비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없지만 프로 데뷔 후 서브 리시브를 3번 밖에 받아보지 못한 선수에게 주전 리베로를 맡기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경험'을 중시한다면 윙스파이커 고유민의 리베로 변신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시즌엔 고예림의 이적으로 주전에서 밀렸지만 고유민은 지난 시즌 후반기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하며 안정된 수비로 현대건설의 후반기 상승세에 기여한 바 있다. 공격수의 갑작스런 리베로 변신이 위험하긴 하지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신예보다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갖춘 고유민이 의외로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4-2015 시즌 김해란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도로공사는 백업 리베로였던 오지영이 깜짝 활약을 펼치면서 도로공사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2위 GS칼텍스 KIXX에게 3점 차로 추격을 당하고 있는 현대건설에게 김연견의 부상은 큰 위기지만 그 동안 김연견에 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과연 현대건설의 새 주전 리베로는 현대건설을 정규리그 통산 3번째 우승으로 이끄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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