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 sbs

 
본인도 버스와 함께 굴렀음에도 사고 현장에서 정신이 들자마자 환자를 살피는데 헌신하는 김사부(한석규) 앞에서 만삭인 임신부가 "아이를 살려달라"는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한 채 정신을 잃는다. 김사부는 임사부를, 그리고 그가 부탁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려 하지만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과거 오래전 이날과 같은 버스 사고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다 어깨를 다쳐 후유증이 남은 데다, 또 다시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사부는 임신부를 살려야겠단 의지 하나로 자신의 통증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한다. 그리고 그런 김사부의 모습을 본, 아니 김사부가 그 버스에 있단 사실만으로도 박민국(김주헌) 교수는 다시 한번 열패감에 빠진다. 

그때도 그랬다. 10년 전 버스 사고 현장에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차창을 빠져나가려는 박민국과 달리 김사부는 환자에 매달려 있었다. 당장 자신의 목숨이 사고 버스와 함께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김사부는 '의사'의 본분을 다했다. 최고의 외과의, 의사로서의 자신감이 철철 넘치던 박민국은 바로 그날 그 버스에서 그걸 잃었다. 아니 김사부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김사부가 빼앗아간 걸 되찾기 위해 그는 더 연구하고 노력했다. 김사부보다 더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거대 병원의 전 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시연된 수술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했고 그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게 해준 게 '김사부가 보내준 쪽지'였다는 것을 알게된 박민국 교수는 다시 한 번 좌절한다. 그리고 그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돌담병원 원장 직을 수락한다. 김사부가 아니라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0년 전 그때처럼 다시 등장한 버스 사고 현장

돌담병원은 박민국이 보기에는 모순덩어리였다. 쏟아져 들어오는 외상 환자들,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김사부는 원칙도 없고, 시스템 따위는 엿 바꿔 먹은 채 오직 주먹구구식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듯 보였다.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박민국은 생각했다. 거대병원 최고의 외과의답게, 거대병원의 시스템을 돌담병원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직원들의 월급을 대폭 인상하며 환심을 사고 병원장으로서의 권리와 권위를 한껏 이용하여 돌담병원을 장악해 가면서 김사부를 기꺼이 짓밟아주겠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 앞에 10년 전 그때처럼 버스 사고 현장이 펼쳐졌다. 그날의 '트라우마'를 떠올린 박민국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하며 발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서우진과 마주쳤다. 차은재도 잇달아 허겁지겁 현장으로 뛰어든다. 병원장인 그가 여기서 돌아설 수는 없다. 

결국 버스 안으로 들어간 박민국은 가슴에 우산이 꽂힌 환자와 버스에 다리를 짓눌린 환자를 두고 다시 한번 김사부와 의견 충돌을 겪는다. 박민국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것처럼 '합리적인 관점'에서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은 환자에게 집중하고자 한다. 그런데 김사부는 그때처럼, 너무나도 불가능한 상황 앞에서 두 사람 모두 살리겠다고 한다. 결국 박민국은 손을 놓고 김사부가 매달려 두 사람을 다 살려내고야 만다. 그렇게 다시 한번 '버스의 늪'에 빠져버린 박민국에게 여유롭게 '웁스(oops)'란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는 김사부. 

사실 박민국은 기다렸다. 김사부가 살려낸 두 사람의 수술이 끝나기를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혹시라도 두 사람을 다 살려내겠다는 김사부의 결정이 어긋나기를. 하지만 박민국은 수술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김사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김사부를 상대로 10년 전 그 버스 현장에서부터의 모든 일들을 낱낱이 따졌다. 왜 나를 무시하냐고. 왜 나한테 그러냐고.

"그만 그 버스에서 내려요"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 sbs


거대병원 최고의 외과의 박민국이 김사부에 관한 일이라면 사사건건 예민하다 못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건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하루 아침에 병원장 여운영(김홍파)을 몰아내고 돌담병원을 장악하겠다고 들이닥친 인물이 말이다. 그런데 돌담병원 원장으로 내려온 박민국이 움직이는 동인은 오로지 김사부이다. 그것도 김사부를 이기기 위해서, 김사부보다 나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난 4일 방송분(10회)을 보면 알 수 있듯, 김사부는 10년 전 그날 그 사고 버스 현장에 박민국이 있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가장 어이없는 순간이다. 그토록 집요하게 김사부에게 매달려왔는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니. 그리고 사사건건 박민국이 자신을 무너뜨리려 했다는 김사부의 행동들은 그저 환자를 살리기 위한 김사부의 시급한 판단이었을 뿐이다. 결국 김사부 앞에서 박민국 교수는 참아왔던 분통을 터트리고야 만다. 그런 박민국에게 김사부는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한 마디 말을 건넨다.

"그만 그 버스에서 내려요."

김사부의 말처럼 10년 전 그 버스 사고 현장에서 박민국이 버스 밖으로 나간 것은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 버스에 남아있던 김사부가 결국 사고를 당한 것처럼, 자신의 목숨을 담보해야 할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박민국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김사부보다 더 나은 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은 어쩌면 그날 그 버스에서 헌신했던 김사부처럼 살아오지 못했던 자신을 스스로 자책했던 시간이 아닐까. 그가 마음 속 깊이 생각하는 '의사'라는 본분과 다른 궤도를 살아왔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건 아닐까.

'열폭'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가상과 현실의 공간에서 '열폭'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열폭'에는 언제나 '열폭'하게 만드는 대상이 있다. 하지만 <낭만 닥터 김사부2>는 바로 우리 사회 고질병이 된 '열폭'의 근원을 명쾌하게 짚는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 자신이 마음 속에 그어놓은 어떤 선, 혹은 어떤 진실에 스스로 다가가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문제의 근원은 자기 자신이 아니겠냐고. 

드라마는 그 감정의 근원을 차분히 짚어왔다. 도대체 의사가 왜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건지, 혹은 의사의 본질이 다른 의사보다 더 나은 의사인 것인지 말이다. 무한경쟁 시대,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누군가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김사부와 박민국의 이야기를 통해 묻는다. 당신 삶의 본질이 그 누군가을 이겨서 얻어내는 그것이어야 하겠냐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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