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지난달 12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사실 제가 J를 중단시킨 게 아니고 제작진에서 자율적으로 조금 재충전기를 갖고 시즌2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실은 좋은 아이디어를 숙성시키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게 가기로 결정한 것 같은데 재충전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2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토크쇼J> '신년특집 2부 J는 계속된다'에 출연한 양승동 사장이 시즌1 종료에 대해 한 설명이다. 앞서 진행자인 최욱이 "우리 사장님이 J가 KBS 비판을 많이 해서 전격적으로 이런 결단을 내렸다 라는 소문을 제가 지금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명확한 설명을 부탁하자, 양 사장은 또 이렇게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명확하게. 제작 자율성을 취재 보도, 제작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고요. 자사 프로그램에 대해서 'J'에서 가끔 이렇게 날카로운 비판을 해줘야 프로그램이 더 좋아질 수 있고 업그레이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J가 KBS에서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공개방송 형식의 특집방송에서 시즌2를 예고한 다음 다음날인 14일, <조선일보>는 <[손호영 기자의 딴지 걸기] 반성한다더니 자화자찬만 한 '저널리즘 J'> 칼럼을 통해 <저널리즘 토크쇼 J>와 양 사장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해 넘겨서도 이어진 '조선'의 편향성 비판

 
 지난달 12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지난달 12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손 기자는 "자기비판보다 자화자찬 일색"이었다며 '친 정부'적 성향을 꼬집었고, "방송 초반 고정 패널로 활약한 최강욱 변호사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직행'한 게 우연일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어 "화룡점정은 2회에 출연한 양승동 사장이 찍었습니다"라고 못박았다. 패널 최욱이 과거 논란이 됐던 양 사장의 발언에 대해 "왜 기자간담회에서 패널 구성이 편향됐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나 그것 때문에 많이 삐졌어요"라는 물음에 대해 양 사장의 답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제가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중략) 원론적으로 얘기했고 '저렇게 발언 취지를 왜곡하는구나' 저도 한 번 경험했습니다." 간담회장에선 보수적 패널도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적에 "동의한다" "안타깝다"고 해 놓고선, "보수 언론이 왜곡했다"고 딴소리를 합니다. (지난달 14일 <조선일보>, <반성한다더니 자화자찬만 한 '저널리즘 J'> 칼럼 중에서)

시즌1 내내 기성 언론의 관행과 정파적 보도를 비판하며 <조선일보>를 단골 출연시킨 <저널리즘 토크쇼 J>와 내내 각을 세워온 <조선일보>의 시각이 어디에 꽂혀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앞서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향한 <조선일보>의 이러한 비판이 '왜곡 보도' 논란으로 번진 것은 지난달 2일 양승동 사장의 기자간담회가 발단이 됐다.

당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이 편향적이지 않느냐란 질문에 양 사장은 "균형감각을 수시로 주문한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고, 이를 <조선일보>가 양 사장 발언의 앞뒤 맥락을 제거한 채 기사화한 것이다. '공개 방송'에서 진행자인 최욱이 양 사장에게 '중단' 운운한 것 역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허나 <조선일보>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편파성 논란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해냈다. 지난달 26일 <[기자의 시각] 편파방송에 준 정부 표창>이란 문화부 기자 칼럼 역시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이 '2019대한민국 콘텐츠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을 두고 '친정부 편향'을 지적한 것이다.
 
"문체부의 공적(功績) 조서에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나와 있다. 콘텐츠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종사자들이 주로 받아온 콘텐츠 대상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받은 건 이례적이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국민보다는 '대통령 보시기에' 좋은 방송을 만들어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된 걸까. 하지만 시청자들까지 속일 수는 없다. KBS 시청자상담실과 게시판, 포털에는 이 프로의 친(親)정부 편향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른다. '부끄러운 어용 방송' '(정부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 유튜브인지 헷갈린다' '공영방송답게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라'는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손 기자의 칼럼은 "언론의 관행은커녕 현실 권력의 편에 서서 언론 본연의 사명을 잊게 하는 방송에 쓰이는 그 수신료에 배신감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걸 KBS는 알아야 합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TV조선>과) <조선일보>와 KBS 중 어느 곳이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는 독자와 시청자가 판단할 일이다. <조선일보>가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그 '편향성', '친정부 편향'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대신해 시즌2의 패널로 더 '독하고' 더 '센' 인물을 내세웠다. 바로 '언론인 손석춘'이었다.

'갓준희' 대신하는 '언론인 손석춘'
 
"KBS 1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진행자와 일부 출연자를 교체하고 오는 9일 시즌2 첫 방송을 선보입니다. KBS는 4일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에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임자운 산업재해 전문 변호사가 새 출연자로, 이상호 KBS 아나운서가 새 진행자로 합류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시즌2와 관련한 4일 KBS 보도 중 일부다. 이밖에 강유정 강남대 교수와 방송인 최욱이 잔류하게 된 시즌2에 대해 제작진은 "단순히 비평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뉴스 밖 목소리를 담으려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 교수가 하차한 자리에 '저널리즘 전문가'로 섭외된 손석춘 교수는 누구인가.
"1984년 신문기자로 들어가 2006년까지 언론민주화 운동을 벌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한겨레 여론매체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내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언론개혁운동의 실천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언론학 박사학위 논문 「한국 공론장의 구조변동」을 출간한 바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중략).

손석춘씨는 언론인이다. 하지만 그는 언론인은 공정해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난 시시비비가 확실한 언론인이다. 그래서 그는 편파적, 대안없는 비판가 라는 평을 듣기도 하고 수많은 공격을 받기도 한다. 반미, 친북을 우려하는 김추기경의 발언을 비판했다가 향군회의 극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었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 칼럼도 서슴지 않아 언론의 전방위적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MBN <판도라>에 출연한 언론인 손석춘

지난달 27일 MBN <판도라>에 출연한 언론인 손석춘 ⓒ MBN

 
지난해 3월 출간된 <100년 촛불 3.1혁명부터 촛불혁명까지>의 저자 소개 중 일부다. 한국기자상, 한국언론상, 민주언론상, 통일언론상, 안종필자유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손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시작된 '안티 조선일보' 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과거 손 교수가 <조선일보>를 주제 삼은 칼럼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0월, 손 교수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조선일보의 칼춤과 촛불>의 결미는 이랬다.
 
"내가 신문기자를 시작한 1984년부터만 짚어도 <조선일보>는 몸을 던져 민중운동을 벌여온 사람들을 내내 '먹잇감'으로 사냥해왔다. 전혀 성찰이 없는 그 행태는 지금도 <독립유공자 발굴을 북한과 상의하라> 따위의 기사로 이어지고 있다. 민중의 고통을 외면해온 그들이 '국정 곳곳에서 먹잇감 찾아 악착같이 이익 챙기는 좌파들'을 비난하는 꼴은 이 신문의 성격을 또렷이 드러내준다.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니다. 부라퀴들을 대변하는 선동물이다.

물론, 민중은 방관만 하지 않았다. 언론권력의 칼춤에 촛불로 맞서왔다. 조국 사태를 맞아 촛불은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촛불이 흔들리는 까닭은 꺼지지 않기 위해서임을. 우리 내면의 어둠을 밝히고 다시 맑은 촛불을 준비할 때다."

지난달 <저널리즘 토크쇼 J>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정 교수는 하차 이유에 대해 "(자신을 포함해)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소수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 "(반복해서 여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데서 오는) 자기 복제" 등을 거론하며 "다른 학자나 비평가들의 참여 확대"를 꼽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복안이 바로 손석춘 교수였던 셈이다.

최근 MBN <판도라>의 패널로 출연, 녹록지 않은 입담을 선보이던 손 교수의 출연을 두고, 향후 <조선일보>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조선일보>가 분에 넘칠 정도로 비판 기사와 칼럼을 양산해 온 <저널리즘 토크쇼 J>. 적어도 이번 손 교수 섭외는 "제작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던 양승동 사장이 시청자와 한 약속을 지켜낸 사례로, 제작진이 시즌1의 지향성을 담보해낸 사례로 기록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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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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