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 교민들이 1차로 아산과 진천 정부 시설에 격리 수용됐던 지난달 31일, <연합뉴스>는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란 '포토뉴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 한 교민이 31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속 모자이크 처리된 아이는 휴대폰을 들고 마스크를 턱 아래로 걸친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1일 <미디어오늘>은 <우한교민 아이 사진과 '텅빈 아산' 보도>란 '기자수첩' 기사를 통해 이 <연합뉴스>의 사진 기사를 이렇게 꼬집고 있었다.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이지만 '기자 본인이 같은 상황이라면 기꺼이 사진 찍혀도 좋은가', '이 사진에 무슨 공익이 있나요' 등 비판 댓글이 적지 않게 달렸다. 아이가 태블릿PC를 들고 베란다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 외의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사실을 전한 보도라도, '우한 교민들은 불청객이고 한국사회에 짐이 되고 있다'는 시각에 힘을 더한 것은 아닌지, 격리 수용 상태인 교민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주목이 단순 호기심만 자극하는 것 아닌지, 보도가 편 가르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재난영화 속 언론처럼 조롱 받거나 풍자될 것이다."


흔히 언론이 내세우는 '국민의 알권리'와 우한 교민들의 인권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보도가 아닐 수 없었다. '연합'의 그런 보도는 또 있었다. 같은 날 저녁 '연합'은 우한 교민들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숙소 내부에서 휴식 중인 모습을 망원렌즈로 포착한 듯한 여러 장의 사진을 보도했다. <우한 교민 잠 못 드는 밤>이란 제목이었다.

전형적인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비록 멀리서 찍혔고 얼굴을 식별하기 불가능하다 해도 교민들이 베란다 쪽에서 빨래를 널거나 휴대 전화를 이용하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해당 기사엔 "몰카 아니냐?", "기자님 가족이 이런 상황이면 어떨 것 같느냐"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연합'이 가평 고속도로 휴게소 여자 화장실 앞까지 쫓아가 북한 여성 응원단을 촬영, 물의를 빚었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선정적인 '사생활 침해' 보도라 할 만했다. '언론의 '클릭 장사' 외에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보도냐는 질문에 직면 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신종 코로나'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언론이 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사생활 침해'와는 다른 영역이지만, 그런 의문을 유발하는 보도는 3일에도 계속됐다. 채널A의 <전염될까 걱정인데…세탁기 돌려쓰는 입소자들>란 단독보도가 대표적이었다.

'연합' 이은 '채널A'의 어이없는 '우한 교민' 보도 
 3일 <채널A> 보도 장면.

3일 <채널A> 보도 장면. ⓒ 채널A

 
"입소자가 보내온 영상에서는 정부가 강조한 격리 수칙은 잘 지켜지지 않는 듯했습니다. 입소자가 방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방문을 열고 나와 긴 복도를 따라가자 '공용 화장실, 세탁실'이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안에는 세탁기와 탈수기가 놓여있습니다. 입소자는 '이 곳에 도착한 첫날, 세탁은 공용 세탁실에서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보도의 기자리포트 중 일부다. "각 1인 1실로 사용하고 그 분들의 이동이라든지 그 안에서의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 가능한 실내에 머물도록"하겠다던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의 수용 방침을 근거로 채널A는 이렇게 인재개발원 내 격리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입소자들이 제공한 듯한 영상을 근거로 한 주장이 황당했다. 입소자들이 왜 개별 세탁을 하지 않느냐, 그런 권고는 있었느냐, 숙소 밖 공용 세탁실에서 마주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즉, 채널A는 우한 교민들이 향후 예정된 2주 동안 24시간 내내 개별 숙소에서 홀로 한 발짝도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왜 쓰레기를 일정 장소에서 교민들이 개별 배출하느냐'는 채널A의 기자의 질문도 마찬가지 맥락이었고.

"세탁기를 생활실 별로 넣어줄 순 없잖아요. 층별로 세탁기를 사용하면 되겠다해서 그렇게 안내를 했는데 (이제는) 개별 생활실을 나오지 말라고 했거든요. 손세탁하든지. 속옷 양말은 공급하고 있어서 폐기처리 하든지."(경찰인재개발원 관계자)

보도가 나간 뒤 해당 기사에는 "적당히 해라 기자들아, 불안감 조성하는데 일등공신이네(medi****)"라는 등의 비판 댓글이 올라왔다. 줄줄이 달린 비판 댓글처럼 해당 채널A 보도는 국민 불안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침소봉대'가 아닌지 의문이다. 마치 우한 교민들의 세탁물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기 위한, "우한 교민이 밤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면 어떻게 하느냐"던 지역 주민의 근심을 부추기려는 듯한.

하지만 여타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지 않은 교민들은 현재 인재교육원 내 의료진들이 격리 중인 교민들의 상태를 아침저녁 확인 중이고, 식사도 숙소 내에서 삼시세끼 도시락으로 해결 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마스크의 품질보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중이다.

이날 채널A 기자는 "입소자 손에는 N95 등급 마크가 찍힌 마스크가 아닌 일반 천 마스크가 들려있었습니다"라며 해당 리포트를 끝냈다. 도대체 채널A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사소한 트집을 잡아서라도 방역 당국과 정부를 다그치고, '대응 미숙'이나 '방역 구멍'이란 프레임을 조장하고 싶은 건 아닌가.

"공포와 혐오를 멈추고 사랑과 응원을 시작합시다"

"질병은 은유이자, 문화적인 면이 많은데 특히 전염병에 있어서 단지 과학적인 것으로만 진행된다고 믿는 분들이 많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질병은 총체적인 우리 생활과 의식의 반영이다. 중요한 것은 카다란 흐름 속에서도 가끔 한걸음 물러나 통합적인 시각과 무엇이 중요한 지점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

3일 서울대 우희종 수의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여행 금지 반대를 천명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입장에 "나는 WHO 입장에 동의한다"고 밝힌 우 교수.

그는 "앞으로 등장할 미지의 새 질병이 인류에 미치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문명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는 우리의 공장식 축산 (인산?) 문화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 생활 양태도 논의 있어야 하건만 입국 차단이나 거론할 뿐 누구도 우리 문화와 문명에 대하여 성찰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적었다.

채널A를 비롯한 많은 언론과 방송들이 오늘도 이러한 성찰적 태도가 결여된 보도를 쏟아내는 중이다. 단순히 '클릭' 장사를 위해 눈에 띄는 선정적인 제목과 소재를 내세우는 것은 물론이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기사도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2일 <한국일보>는 2면 <[알립니다] '신종 코로나' 보도 재난보도준칙에 준해 정확하게 전하겠습니다>를 통해 "본사는 올 1월 1일 노사 합의로 신설한 취재보도준칙 및 재난보도 준칙에 따라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책임 있는 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그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검증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라며 "감염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자극적이거나 불확실한 보도를 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과연 우리 언론과 방송은, 또 한국일보는 지금에라도 이러한 어렵지 않지만 실천이 어려웠던 '준칙'들을 실제 보도에서 이어나갈 수 있을까. 4일, 우한의 자매도시인 청주를 통해 의료용 장갑 10만개를 기탁했다고 밝힌 배우 김의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당부를 전했다. '팩트'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이라도 감사한 일부 언론과 방송이 견지해야 할 시선과 논조가 아닐 수 없었다.

"공포와 혐오를 멈추고 사랑과 응원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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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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