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 누워 고통스러워 하는 SK 최준용.

코트에 누워 고통스러워 하는 SK 최준용. ⓒ KBL제공

 
프로농구가 역대 최악의 '부상 대란'으로 신음하고 있다. 후반기 순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각 팀마다 예상치 않은 부상자의 발생으로 전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국가대표 포워드 최준용(SK)이 큰 부상을 당했다. 최준용은 2쿼터 종료 직전 유현준과 충돌했고, 코트에 쓰러져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다 결국 들것에 실려 나왔다. 최준용은 무릎인대 파열 진단을 받으며 8주 이상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SK는 최준용 외에도 김선형과 안영준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한때 단독선두를 달리던 SK는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3위까지 추락했다.

공동 1위를 기록중인 원주 DB와 안양 KGC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두 팀이 맞대결을 벌인 2일 경기에서 DB 가드 허웅이 착지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며 경기에 더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허웅은 시즌 초반에도 두 번이나 비슷한 부위에 부상을 당한 바 있어서 트라우마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또한 DB는 허웅 외에도 윤호영, 김태술, 김현호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부상을 당했다.

KGC는 오세근, 변준형, 크리스 맥컬러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데 이어 브랜든 브라운도 발목을 다쳤다. 그나마 대체선수 덴젤 보울스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브라운도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한숨을 돌렸지만 현재까지도 전력누수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중하위권 팀이라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하위 고양 오리온은 이미 시즌 초반 마커스 랜드리의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이어 슈터 허일영도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며 첫 단추부터 꼬인 바 있다. 창원 LG는 주전 포인트가드 김시래를 한 달 가까이 부상 공백으로 잃으며 순위싸움에 어려움을 겪었다. 울산 현대모비스도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이 겨우 부상에서 회복되어 복귀를 앞둔 시점에, 이번에는 NBA 신인왕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 에메카 오카포가 심각한 무릎부상을 당하며 대체 선수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시즌에 54게임을 치르는 프로농구 장기 레이스에서 어느 팀이건 크고 작은 부상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시즌은 유독 부상자가 많다. 공교롭게도 각 팀의 핵심 전력이자 스타급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에 실려나가는 것은, 프로농구의 경기력 저하와 함께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모처럼 흥행 가도를 이어나가는 듯 하던 프로농구가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 파동과 함께 관중동원에 또 하나의 암초를 맞이한 셈이다.

부상자 속출은 프로농구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의 전력평준화로 유례없이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선두권팀이 하위권팀에 덜미를 잡히기도 하고 최하위팀도 아직 6강의 희망을 놓지 않을 만큼 중위권과의 순위 격차가 크지 않다.

리드하고 있던 팀도 아차하는 순간에 승부가 뒤집힐 수 있다보니 경기 종반까지 주축 선수들을 쉬게 해줄 수가 없다. 승부에 대한 압박감-누적된 피로에 의한 체력적 부담이 더해지다보니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주전급 선수의 부상은 그만큼 빈 자리를 메워야 하는 또다른 주전 선수들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빡빡해진 경기 일정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KBL은 올시즌 관중들의 관람편의를 고려하여 올 시즌 주중 경기를 줄이고 주말 경기를 몰아서 편성했는데 이러다 보니 선수들이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를 몰아서 하거나 체력을 회복할 충분한 시간도 없이 원정과 홈을 오가야하는 부담이 커졌다. 아무래도 경기출전 시간과 팀 내 비중이 더 월등한 주전급 선수들의 피로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일각에서는 한국보다 경기수(82게임)나 경기 시간(48분), 이동거리가 모두 월등한 NBA(미국 프로농구)를 예로 들어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선수층이 두텁고 선수관리가 훨씬 체계적인 NBA와 동일하게 비교하긴 어렵다. KBL은 NBA 다음으로 단일 리그제에서 손꼽힐만큼 경기가 많은 편이고 주전급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는 훨씬 높다.

NBA도 최근에는 '로드 매니지먼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만큼 부상 관리가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로드 매니지먼트는 구단 혹은 선수 본인이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특별한 부상이 없이도 주축급 선수의 경기 출전이나 출장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NBA 사무국은 공식적으로 로드 매니지먼트를 금지하고 있지만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처럼 백투백 원정경기에서 부상을 이유로 자주 결장하는 등, 수많은 구단에서 공공연하게 로드 매니지먼트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프로 선수라면 팬들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많은 경기에 오랫동안 출전하는 것이 의무'라는 시각과 '무리하게 출전을 강행해서 부상을 입는 것보다는 차라리 적절한 관리를 받으면서 코트에 설 때 만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게 더 낫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반면 KBL은 아직도 주전급 선수들의 '혹사'가 논란이 될 만큼 로드 매니지먼트라는 개념은 생소한 편이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건강이 곧 실력'이나 다름없다. 주희정, 추승균, 양동근같은 선수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최고 레벨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면서도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거의 없었던 '철인'으로 유명하다. 또한 서장훈이나 김주성은 매경기 상대의 집중견제와 몸싸움에 시달리면서도 15년 이상을 큰 기복없이 장수했다.

그에 비하여 최근에는 이 정도의 실력과 내구성을 동시에 겸비한 선수들을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코트에서 뛰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경기 중 어쩔 수 없이 다치는 상황도 있지만, 프로라면 몸관리에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구단과 선수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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