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지난 1일 첫 방송한 OCN 드라마 <본대로 말하라>에는 장혁이 나온다. 그런데, 그 장혁이 '액션'을 하지 않는다. <추노> 등 그가 오랫동안 출연해온 작품의 면면을 보면, 그는 몸을 써서 하는 연기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본대로 말하라>에 장혁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당연히 그가 김 감독과 함께 만든 <보이스1>에서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구사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1회 본방이 시작되고 한참 후에 등장한 장혁은 검은 안경을 쓴 채 휠체어 위에 앉아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동작은 휠체어를 움직이고 하얀 실리콘 장갑을 낀 손으로 각종 기기를 조작하는 정도다. 이전의 드라마에서 보았던 역동적인 장혁은 언감생심이다. 과연, 움직이지 않는 장혁이 재밌을까? 드라마는 이 '반전'의 묘미를 한껏 살린다. 

<본대로 말하라>의 장혁이 분한 오현재는 사고 이전에 천재적 능력으로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했던 프로파일러였다. 그런 그가 '그놈'이라 칭해지던 연쇄살인범에게 승부를 걸고자 했던 건 당연지사. 하지만 그의 야심찬 시도는 5년 전 사고와 함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경찰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오현재가 쫓던 '그놈'은 폭발 사고로 사망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오현재는 애인을 잃고, 자신 역시 시력을 잃은 채 휠체어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다. 

2017년 방영되었던 <보이스1>에서 형사 무진혁으로 등장했던 장혁은 과거 사고로 절대 청감 능력을 지니게 된 강권주(이하나)의 수족이 되어 사건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랬던 장혁이 <본대로 말하라>에서는 반대 처지가 되었다. 앞도 보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경찰청 연락망을 들으며 '그놈'에 대한 '와신상담'을 하고 있는 오현재에게는 <보이스1>의 자신처럼 수족이 되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오현재 대신,  아니 그 이상인 두 여자 차수영
 
 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그리고 바로 그런 오현재 앞에 <보이스1>의 절대 청감을 지닌 강권주처럼, 어머니의 사고를 계기로 자신에게 한 번 본 것을 사진처럼 기억해 내는 '픽처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차수영(최수영 분)이 나타났다. 

차수영은 초등학교 시절 비오는 날 자신을 마중나온 청각장애인 엄마가 싫었다. 그래서 외면했다. 하지만 그 외면은 엄마와의 영영 이별로 가는 길이 됐다. 수영에게 우산을 전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차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도로를 건너던 엄마는 뺑소니 차량에 치어 세상을 떠났다. 수영은 그때 그 장면을 사진처럼 기억했다. 차량 번호도, 차에 탄 사람도, 그리고 죽어가면서도 자신에게 우산을 쓰라던 엄마의 손짓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오현재, 그의 손발이 되어줄 차수영, 낯익은 구도다. 1997년 제프리 디바가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던젤 워싱턴,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본 콜렉터>가 떠오른다. <본 콜렉터>는 전신마비의 천재적 범죄학자 링컨과 의욕적인 형사 아멜리아 콤비가 손 하나만 남겨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움직이는 못하는 '두뇌'와 그의 손발이 되어 움직여줄 의욕적인 '여형사'의 클리셰를 <본대로 말하라>는 오현재와 차수영의 캐릭터로 돌파하고자 한다. 괴팍한 프로파일러라는 점에선 오현재와 영화 속 링컨은 유사하지만, 거기에 드라마는 애인을 잃은 오현재가 갖은 통한의 복수심을 얹는다. 그리고 그런 오현재처럼 역시나 오래전이지만 오늘처럼 기억을 가지고 있는 차수영의 해원을 결합한다. 

그 결합은 처음엔 삐걱거린다. 오현재는 차수영의 기억이 본질을 놓친 주변부만 기억하는 쓸데없는 것이라 하며 내쳤고, 감정적이라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그런 오현재가 막상 공장 안 그 누구도 모르는 장소에 갇혔을 때 수영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오현재는 그런 그녀를 사건 현장으로 인도하고, 처음 시체들을 보고 경악하는 그녀로 하여금 픽처링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현재는 자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는 차수영을 보며 심경의 변화를 보인다. '딱해서, 나도 딱하고 너도 딱해서'라는 딱한 파트너십의 연대가 시작된 것이다. 
     
오현재와 차수영의 파트너쉽을 완성시킨 황하영
 
 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그런데 <본대로 말하라>에서 오현재와 차수영의 파트너십만 말하면 아쉽다. 파트너십이라기 보다는 '어벤져스'라 하는 것이 정확할 황하영(진서연)의 존재감은 주목할 만하다. 

황하영은 눈밝게 수영의 능력을 알아본 사람이자 그런 그녀를 오현재에게 인도한 사람이다. 또 모두가 사라졌다한 오현재와 유일하게 소통하는 사람이자 조직을 앞세운 상부의 지시 앞에서도, 어쩌면 물을 먹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게 먼저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게 우선인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팀원들은 구시렁거리다가도 그의 지시 한 마디면 기꺼이 따른다. 어쩌면 <본대로 말하라>의 모든 것이 갚을 것이 있다는 그녀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에서 소모된 장혁이란 배우의 캐릭터를 역으로 활용한다. 움직이지 않는 장혁부터 두뇌만 쓰는 캐릭터까지, 그런 반전적 재미를 완성하는 건 이른바 '걸크러시'한 두 여성 황하영과 차수영이다.

차수영과 황하영, 두 사람의 매력은 정반대다. 황하영이 육두문자를 마다하지 않고 범인과 대립하며 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운 상사 앞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걸크러시한 캐릭터라면, 차수영은 오현재의 분석처럼 아직은 자신감조차 없어 말끝조차 흐리는 풋내기이지만 엄마의 사건을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강단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성장형 캐릭터이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그놈'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이 두 여성 캐릭터, 그리고 그녀들의 뒤에서 '두뇌'를 빌어주는 오현재의 '딱한 어벤져스', 신선한 조합의 활약이 기대된다. 

 
 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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