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의 GS칼텍스 KIXX는 이번 시즌 1라운드를 5전 전승으로 마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206cm의 '고공폭격기' 메레타 러츠와 '토종 쌍포' 이소영, 강소휘로 구성된 삼각편대의 위력은 단연 6개 구단 최강이었고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센터 한수지도 블로킹 1위를 질주했다. 1라운드의 기세만 놓고 보면 2013-2014 시즌 이후 6시즌 만에 챔프전 우승을 노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무섭게 질주하던 GS칼텍스의 기세는 2라운드부터 빠르게 꺾이고 말았다. 2라운드 5경기에서 하위권의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KGC인삼공사에게 덜미를 잡힌 GS칼텍스는 3라운드에서 1승4패로 승점 3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휴식기를 맞았을 때 GS칼텍스의 순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뒤진 3위로 밀려나 있었다.

GS칼텍스의 3라운드 부진은 공수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이소영의 부상 결장이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이소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 8경기에서 3승5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재활을 마친 이소영은 4라운드 시작과 함께 코트로 돌아왔고 GS칼텍스는 이소영 복귀 후 4라운드 5경기에서 4승을 쓸어 담았다. 이소영이 돌아오면서 GS칼텍스가 다시 '완전체 전력'을 구축한 셈이다.

2013-2014 시즌 우승 후 부진했던 GS칼텍스를 이끌어 온 '아기용병'
 
 이소영은 GS칼텍스 선수단에서 2013-2014 시즌 우승 당시 주전으로 활약했던 유일한 선수다.

이소영은 GS칼텍스 선수단에서 2013-2014 시즌 우승 당시 주전으로 활약했던 유일한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이소영은 전주 근영여고 시절부터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윙스파이커 자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GS칼텍스에서는 윙스파이커로는 신장(176cm)이 다소 작은 이소영 지명을 망설였다. 그 때 이소영의 잠재력을 눈 여겨 보던 이선구 전 감독이 이소영의 잠재력을 구단에 강력하게 어필했고 덕분에 이소영은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소영은 루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베띠 데라크루즈가 발목 부상을 당한 틈을 타 주전으로 투입돼 돌풍을 일으켰다. 런던 올림픽 4강 주역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한송이(KGC인삼공사)와 함께 GS칼텍스의 공격을 책임진 이소영은 25경기에서 41.89%의 공격 성공률로 254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그 해 올스타전에서는 시속 84km의 서브로 서브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인왕 역시 당연히 이소영의 몫이었다. 

이소영은 2013-2014 시즌 2년 차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멤버로 활약했지만 GS칼텍스는 정대영의 이적과 이숙자(KBS N SPORTS 해설위원)의 은퇴, 한송이의 센터 변신 등으로 팀 전력이 약해졌다. 졸지에 프로 3년 차 신예 이소영이 외로운 '소녀 가장'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루키 시절 이도희 감독(현대건설 힐스테이트)으로부터 '아기용병'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진짜 외국인 선수처럼 팀의 공격을 책임지기엔 이소영의 경험이 부족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점점 성장한 이소영은 2016-2017 시즌 427득점(득점8위,국내 선수3위)을 기록하며 V리그 정상급 윙스파이커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7년 6월 대표팀에 소집된 이소영은 남자 대학팀과 연습경기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수술과 재활 기간까지 최소 6~8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큰 부상이었다.이소영은 2018년1월 코트에 복귀해 11경기를 소화했지만 부족한 실전 감각을 느낀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소영은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부상으로 시즌 2/3를 결장했고 출전한 경기마저 제대로 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FA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GS칼텍스에서는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에 연봉 2억 원을 제시해 이소영과 계약을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강소휘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발굴한 GS칼텍스에서 부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이소영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부상 복귀 후 주장 맡으며 GS칼텍스 상승세 주도
 
 4라운드부터 주장의 중책을 맡게 된 이소영은 부담이 더욱 커졌음에도 부상 전과 변함 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4라운드부터 주장의 중책을 맡게 된 이소영은 부담이 더욱 커졌음에도 부상 전과 변함 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이소영은 2018년 여름 컵대회에서 5경기 평균 23.2득점을 기록하며 GS칼텍스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비록 국가대표와 외국인 선수가 불참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긴 했지만 부상 이후 몸 상태가 상당히 올라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그리고 이소영은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39.96%의 성공률(3위)로 471득점(8위)을 올리며 GS칼텍스를 5년 만에 봄 배구로 이끌었다.

한 경기에 수 백 번의 점프를 해야 하는 배구 선수에게 무릎 부상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하던 선수들이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후 플레이 스타일이 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소영은 무릎 수술 후 오랜 기간 재활을 했음에도 프로 초기에 보여줬던 폭발력을 전혀 잃지 않았다. 물론 이소영의 화려한 부활 이면에 남 모를 노력과 땀이 숨어 있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소영은 이번 시즌에도 러츠, 강소휘와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GS칼텍스의 1라운드 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소영은 작년 11월 17일 흥국생명전에서 발목과 발등 부위에 부상을 당했고 이후 8경기에 결장했다. 공수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주던 이소영의 이탈에 GS칼텍스의 상승세가 급격하게 식었음은 물론이었다. 그나마 올림픽 예선으로 인한 휴식기로 이소영이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게 GS칼텍스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4라운드를 앞두고 부상에서 복귀한 이소영은 4라운드 5경기에서 74득점을 기록했고 GS칼텍스는 이소영 복귀 후 5경기에서 4승을 챙겼다. 단순히 이소영이 가세하면서 공격력이 더 좋아졌을 뿐 아니라 팀의 조직력과 분위기가 한창 기세가 좋았던 1라운드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이소영은 4라운드에서 발렌티나 디우프(인삼공사,43.80%), 양효진(현대건설,41.10%)과 함께 4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3명 중 한 명이다. 

2012년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소영은 어느덧 햇수로 프로 9년 차의 중고참 선수가 됐다. 꾸준히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평균 나이가 어려진 GS칼텍스 선수단에서 이소영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이제 단 2명(한수지,김유리) 뿐이다. 4라운드 시작과 함께 김유리의 뒤를 이어 GS칼텍스의 주장 자리를 이어 받은 이소영은 6년 전 팀의 막내로 느꼈던 우승의 기쁨을 이번 시즌 다시 느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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