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포스터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성별에 따라 법이 달라진다는 허점을 발견한 것은 성 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발견한 것과 그것을 짚고 법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미미 레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2019)>은 남녀 차별이 당연시 되던 시대에 태어난 여성 변호인 긴즈버그가 1970년대 우연히 남성 보육자와 관련된 사건을 접하며 이는 남성의 역차별 사건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178건의 합법적 차별을 무너뜨릴 재판을 다룬 이야기이다. 
 
긴즈번그(펠리시티 존스)는 1956년, 남녀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9명의 여학생 중 하나였으며 수석 졸업했다. 남다른 뚝심으로 남들이 다 패배할 거라 장담하는 재판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끈질긴 인물이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속 장면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속 장면 ⓒ CGV 아트하우스

 
그에겐 조력자들이 있었다. 첫 번째로 미국시민자유연맹 법률 감독 멜 울프는 남성 보육자 사건이 보여주는 성차별을 짚어주는 일을 통해 50년 인권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녀의 재판을 돕는다.

또한 이 사건의 의뢰인으로서 결혼하지 않은 미혼 남자라는 이유로 부모를 돌보면서 세금을 공제받을 수 없던 찰스 모리츠(크리스 멀키)는 자신이 재판을 하는 이유는 돈보다는 법에 내재된 성차별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에 긴즈버그는 합의를 종용하는 반대쪽 권고를 거절하고 찰스의 무고함을 위해 끝까지 재판에 몰두한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승소를 가늠하지 못해 힘들어할 때 딸 제인(케일리 스페이니)은 이 모든 노력이 자신을 포함한 다음 세대가 차별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는 옳은 행동이라는 점을 짚어주며 독려한다.
 
애초에 긴즈버그의 열정에 설득되어서 함께 난관을 뚫고 가기로 했던 멜은 거대한 벽 앞에 긴즈버그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멜은 모의재판에서 긴즈버그의 서투른 면을 보며 이번 재판에서 지면 여성운동은 10년 넘게 후퇴한다는 우려를 내보인다. 그러던 찰나 상대측 변호인이 합의를 요구해오자 승낙해버린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속 장면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속 장면 ⓒ CGV 아트하우스

 
하지만 긴즈버그는 조세법 214조가 성차별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겠다는 다짐을 버리지 않는다. 이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하고 이것이 이후 수많은 재판에 판례로 쓰인다면 성차별을 뿌리채 뽑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긴즈버그의 선택이 지닌 무게감과 어려움을 에둘러 말해준다. 

재판 중 마지막 4분 변론을 할 때 판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긴즈버그가 성차별을 합법화하는 법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보육법을 제정한 이유가 보육자의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이유에 대하여 언급했기 때문이다. 있는 규정에 미혼 남성에게도 세금 공제를 확대하면 된다고 설득한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속 장면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속 장면 ⓒ CGV 아트하우스

 
그리고 178건의 성차별적인 법들도 하나씩 수정해나가면 된다고 설득한다. 선례를 뒤집겠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달라며 우리의 아들 딸들이 편견을 근거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판사님들이 그 출발점을 세워달라는 외침은 판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반대쪽 변호인 보자스도 이에 기반해 조세법 214조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계속 주장한다. 보육자로서의 적임자는 여성이므로 남자인 모리츠는 보육자로서의 기술과 본능은 의심스럽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적절한 근거를 가지고 말이 되는 주장을 하면서도 재판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긴즈버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이 법을 고쳐나가야 할 이유를 다음 세대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판사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돌려 말한 것이다. 이는 긴즈버그가 법을 만드는 이유도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고 이 법을 만드는 사람도 긴즈버그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믿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긴즈버그와 멜의 차이는 재판에서 질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옳은 바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해야만 하는 일을 포기한다면 잘못된 점을 알면서도 수정이 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일들만이 난무할 터이다.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 이 세상에 시사하는 바는 이렇듯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가능하지 않다고 할 때 옳다고 생각하는 바 하나를 믿고 일을 추진해 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영화는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 세상에 맞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실화에 기반해 만들어졌으며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고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로 호평 받은 배우 펠리시티 존스가 자신의 신념을 믿고 승소가 어려운 재판에서 최선을 다하던 긴즈버그의 역할을 맡아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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