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젠틀맨> 포스터

영화 <젠틀맨> 포스터 ⓒ (주)영화사 빅 , (주)다날엔터테인먼트

 
영화 <알라딘>으로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달성한 가이 리치 감독이 신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사실 그에게 <알라딘>은 가장 낯선 형태의 영화다. 그동안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해 온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장르이기 때문. 그러나 이 한 편은 그의 대표작이 되어버렸다.

<젠틀맨>은 가이 리치가 원래 스타일로 귀환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가이 리치의 전작이었던 <스내치>와 <맨 프롬 UNCLE>의 냄새가 난다. 티키타카 호흡, 피 비릿한 폭력성, 풍자와 코미디가 판치는 케이퍼 무비다.
 
 영화 <젠틀맨> 스틸컷

영화 <젠틀맨> 스틸컷 ⓒ (주)영화사 빅 , (주)다날엔터테인먼트

 
영화 <젠틀맨>은 돈 냄새를 따라 덤벼든 정글의 제왕들이 물고 뜯기는 난투극이다. 등장하는 배우들부터 심상치 않다. 매튜 맥커너히, 휴 그랜트, 찰리 허냄, 콜린 파렐, 헨리 골딩, 제레미 스트롱, 에디 마산, 그리고 홍일점 미셸 도커리가 합세해 미끈한 갱스터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많은 탓인지 플롯이 엉켜 있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이야기의 중심을 잃고 방황할 수 있다. 어려운 영화는 아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끝까지 집중력을 부여잡아야 한다.

영화의 오프닝은 가이 리치답게 스타일리시하다. 갱 두목 믹키(매튜 맥커너히)가 펍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이후 속 화자인 사립 탐정 플레처(휴 그랜트)가 쓴 시나리오를 믹키의 부하 레이먼드(찰리 허냄)에게 들려주며 시작한다. 이 복잡한 서사도 다시 오프닝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나오면 해결되는 듯 보이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의심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은 쫀득한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유럽으로 마리화나 활동 영역을 넓힌 믹키는 영국 부호의 땅을 빌려 지하 재배지를 만든다. 한편, 플레처는 레이먼드를 찾아가 보스의 범죄 사실을 쓴 시나리오를 비싼 값에 팔려고 든다.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을 레이먼드가 아니다. 이 바닥에서 벌써 몇 년째인가. 더 큰 화를 입기 전에 여러 보험을 들어놓고 있었다.
 
 영화 <젠틀맨> 스틸컷

영화 <젠틀맨> 스틸컷 ⓒ (주)영화사 빅 , (주)다날엔터테인먼트

 
믹키는 사실 마리화나 재배지를 미국 거래처 매튜(제레미 스트롱)게서 넘기려 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서로 가지려는 다양한 범죄조직이 들끓는다. 이때 나타난 중국계 갱스터 드라이 아이(헨리 골딩)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배신과 배신이 판치는 엎치락뒤치락 상황이 이어진다. 정글의 왕이 되려면 어떤 의심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믹키의 초반 대사가 생각난다. 이곳은 이전투구가 판치는 정글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안토니오는 친구를 위해 1파운드의 살을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위험한 계약은 고스란히 빚이 되어 심장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베어야 하는 현실로 다가온다. 하지만 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없음을 인지한 현명한 처사는 우정과 사랑 모두를 구한다. 권선징악 대표 가치로 오늘날까지도 폭넓게 회자되는 고전이다. <젠틀맨>은 영리하게도 부분적으로 <베니스의 상인>을 차용해 신사답지 못한 신사들의 잔인함과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리기도 했다.

의심을 하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을 나열함으로써 얄팍한 인간의 마음을 들춘다. 믿음과 의리가 생명인 갱스터 사이에서 서로를 믿지 못해 의심하는 순간. 모두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이 넘어지는 도미노의 처음이 될 거냐 마지막이 될 거냐를 묻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의심이 밀어붙인 도미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끝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영화 <젠틀맨> 스틸컷

영화 <젠틀맨> 스틸컷 ⓒ (주)영화사 빅 , (주)다날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도 연출, 각본, 번역가의 케미가 빛을 발하는 영화다. 누구 하나 뒤처짐 없이 톡톡 튀는 캐릭터의 향연과 연기 본좌를 자처하는 배우들의 존재감도 한몫한다. 개봉은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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